더벤티 마리오 굿즈를 보며 떠올린 저가커피 브랜드의 진짜 승부

얼마 전 동네 더벤티 앞을 지나가는데, 매장 유리창에 붙은 마리오 포스터가 먼저 보였습니다. 사실 커피 프랜차이즈 협업은 이제 너무 흔합니다. 캐릭터 하나 붙이고, 시즌 음료 하나 내고, 굿즈 몇 개 얹는 방식이죠. 그런데 더벤티 마리오 협업은 조금 다르게 읽혔습니다. 이건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빌린 이벤트가 아니라, 더벤티가 자기 브랜드 약속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시험한 장면에 가까웠습니다.
더벤티가 팔아온 건 커피보다 ‘부담 없음’이었다
더벤티의 출발점은 명확합니다. 큰 용량, 낮은 가격, 빠른 구매. 브랜드명 자체도 벤티 사이즈의 인상을 가져가죠. 2014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뒤 2025년에는 1500호점 돌파 소식까지 나왔고,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 기준으로도 2025년 등록 가맹점 수는 1230개 수준으로 확인됩니다. 저가커피 시장 안에서도 꽤 큰 체급입니다.
이런 브랜드가 캐릭터 협업을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지점은 가격입니다. 굿즈가 예쁘다고 해서 갑자기 브랜드가 비싸 보이면 안 됩니다. 더벤티의 약속은 ‘나도 별 고민 없이 살 수 있다’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리오 협업에서 흥미로웠던 건 굿즈 자체보다 가격 구조였습니다. 온라인 후기와 매장 고지 기준으로 수박파인스무디 미디엄은 2800원, 라지는 3900원 수준으로 언급됐고, 키캡이나 클립 마그넷 단품은 7500원, 음료와 묶은 세트는 8300원대부터 보였습니다.
이 가격은 묘합니다. 아주 싸다고 하긴 어렵지만, 캐릭터 굿즈 시장의 심리적 허들을 생각하면 충동구매가 가능한 선입니다. 더벤티가 잘한 부분은 여기입니다. ‘프리미엄 협업’처럼 보이게 만들지 않고, 편의점에서 과자 하나 더 집듯이 굿즈를 붙였습니다.
왜 하필 마리오였을까
마리오는 세대 폭이 넓은 캐릭터입니다. 어린이는 현재형으로 알고, 30대와 40대는 추억으로 압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이런 IP는 효율이 좋습니다. 설명 비용이 거의 들지 않거든요. 낯선 캐릭터라면 세계관을 알려야 하지만, 마리오는 빨간 모자와 콧수염만으로 이미 감정이 열립니다.
더벤티의 고객층도 이 지점과 잘 맞습니다. 저가커피는 특정 연령대만의 시장이 아닙니다. 등교 전 학생, 점심 뒤 직장인, 장보러 나온 부모 세대까지 생활 동선에 붙어 있습니다. 마리오는 이 넓은 동선 위에서 모두에게 최소한의 친근함을 확보합니다. 협업을 했는데 고객이 “저게 누구야?”라고 묻는 순간 마케팅 비용은 올라갑니다. 마리오는 그 질문을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굿즈 선택도 꽤 현실적이었다
키캡과 클립 마그넷은 대단한 제품은 아닙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더벤티답습니다. 텀블러나 피규어처럼 단가가 높고 재고 부담이 큰 품목보다, 작고 랜덤성이 있고 계산대 옆에서 설명하기 쉬운 품목을 골랐습니다. 캐릭터는 마리오, 루이지, 요시, 로젤리나, 키노피오처럼 후기마다 조금씩 언급됐고, 랜덤 구성이라는 장치도 붙었습니다.
- 음료 구매 이유를 하나 더 만든다.
- 매장 방문 후기를 사진으로 남기기 좋다.
- 랜덤 굿즈 특유의 재구매 명분이 생긴다.
- 객단가를 올리되 브랜드의 저가 이미지를 크게 해치지 않는다.
브랜드 마케팅을 오래 하다 보면, 성공한 협업은 포스터보다 계산대에서 티가 납니다. 직원이 설명하기 쉽고, 고객이 망설이는 시간이 짧고, 구매 후 사진으로 남기기 좋은가. 더벤티 마리오 협업은 이 세 가지를 꽤 실무적으로 맞춘 편입니다.
운도 있었다, 하지만 운만은 아니었다
솔직히 이런 캠페인은 타이밍 운을 탑니다. 날씨가 더워지는 시기에 수박파인스무디를 전면에 놓은 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수박과 파인애플은 맛의 상상력이 빠릅니다. 메뉴명을 보는 순간 대충 어떤 시원함인지 그려집니다. 여기에 영화 개봉 이슈와 캐릭터 관심이 겹치면, 브랜드가 직접 만든 화제보다 더 큰 파도를 탈 수 있습니다.
다만 운을 타려면 받을 그릇이 있어야 합니다. 더벤티는 매장 수가 많습니다. 1500호점 돌파 보도 이후의 체급이라면, 협업 포스터가 전국 생활권 곳곳에서 보일 수 있습니다. 작은 브랜드가 같은 IP를 가져와도 확산 속도가 다릅니다. 저가커피 프랜차이즈의 힘은 광고 한 방보다 반복 노출입니다. 집 앞, 회사 앞, 학원 앞에서 같은 이미지를 계속 만나게 하는 것. 이게 생각보다 강합니다.
또 하나는 멤버십과 오더 기반입니다. 더벤티 멤버십 앱은 스탬프, 쿠폰, 오더, 선물하기 기능을 갖고 있고 앱마켓에서는 100만 이상 다운로드로 표시됩니다. 굿즈 캠페인이 매장 포스터에서 끝나지 않고 앱 알림, 쿠폰, 스탬프와 붙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캐릭터 협업은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구매 행동으로 연결되는 접점이 중요합니다.
가격 인상기 브랜드가 배워야 할 장면
더벤티는 2026년 5월 일부 메뉴 가격을 100원에서 500원가량 조정했습니다. 아메리카노는 동결했지만, 바닐라딥라떼나 이천쌀라떼 같은 일부 메뉴는 오른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저가커피 브랜드에게 가격 인상은 꽤 민감한 문제입니다. 브랜드가 오래 쌓아온 약속이 바로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캐릭터 협업은 단순 판촉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소비자에게 “가격이 올랐다”는 기억만 남기지 않고, “그래도 여긴 재미가 있다”는 감정을 섞어줍니다. 물론 굿즈 하나로 가격 저항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생활 속 작은 즐거움을 계속 제공하면, 가격만 비교되는 상황을 조금은 피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선을 넘지 않는 겁니다. 더벤티가 갑자기 고가 굿즈를 전면에 내세우고 한정판 리셀 시장을 노렸다면 브랜드 약속과 어긋났을 겁니다. 더벤티 마리오 협업이 괜찮게 보였던 이유는 욕심을 크게 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싸게 많이 파는 브랜드가, 싸구려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가볍게 즐길 이유를 만든 사례였습니다.
브랜드 협업은 결국 약속의 확장이다
브랜드 협업을 볼 때 저는 항상 하나를 봅니다. 이 협업이 원래 브랜드가 하던 약속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잠깐 시선을 끌려고 남의 옷을 입은 건가. 더벤티 마리오는 전자에 더 가깝습니다. 큰돈 쓰지 않고도 기분 전환이 되는 곳. 동네에서 쉽게 만나고, 음료 하나에 작은 장난감을 붙일 수 있는 곳. 그 약속 안에 마리오가 들어왔습니다.
물론 이 캠페인이 더벤티의 장기 성장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저가커피 시장은 이미 촘촘하고, 매장 수가 늘수록 가맹점 간 거리와 수익성 문제도 따라옵니다. 공정위 정보공개서에 나온 평균 월매출 1845만원 같은 숫자는 브랜드 체급을 보여주지만, 개별 매장의 체감은 입지와 임대료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브랜드 본사는 화제성만 만들 게 아니라, 점주가 실제로 팔기 쉬운 캠페인을 계속 설계해야 합니다.
더벤티 마리오 협업을 보고 든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좋은 브랜드 콜라보는 멋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그 브랜드 손님이 실제로 계산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계산한 뒤에 “이 정도면 재밌네”라는 말을 남기게 합니다. 더벤티는 이번에 그 문장에 꽤 가까이 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