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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피카피카피카츄를 다시 보니, 이 맛은 아이스크림보다 약속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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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피카피카피카츄를 다시 보니, 이 맛은 아이스크림보다 약속에 가까웠다

얼마 전 배스킨라빈스 매장 앞을 지나가는데 노란색 피카츄 케이크가 쇼케이스 한가운데 놓여 있더군요. 솔직히 처음엔 ‘또 포켓몬이야?’ 싶었습니다. 그런데 몇 초 더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캐릭터 협업이 아니라, 배라가 꽤 오래 붙잡고 있는 브랜드 전략의 반복이었습니다.

키워드는 베라 피카피카피카츄입니다. 이름부터 설명을 거의 포기한 듯 보이지만, 사실 그래서 더 강합니다. 맛을 설명하기 전에 장면을 먼저 떠올리게 하거든요. 피카츄의 노란색, 볼의 빨간색, 톡톡 튀는 에너지. 브랜드 마케팅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제품은 성분표보다 ‘고객이 계산대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게 만들 것인가’가 먼저 보입니다.

피카츄를 맛으로 번역한 방식

배스킨라빈스가 공개한 피카피카 피카츄는 바나나 아이스크림에 커스터드 리본, 초콜릿 후레이크, 레드 팝핑캔디를 넣은 제품입니다. 싱글레귤러 115g 기준으로 열량은 269kcal, 당류는 28g입니다. 맛만 놓고 보면 엄청나게 실험적인 조합은 아닙니다. 바나나, 커스터드, 초콜릿은 대중적인 조합이고, 팝핑캔디는 이미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익숙한 재미 요소죠.

그런데 이 제품의 영리함은 ‘새로운 맛’이 아니라 ‘알아볼 수 있는 맛’에 있습니다. 피카츄라는 캐릭터를 아이스크림으로 바꾼다고 했을 때 소비자가 기대하는 건 낯선 미식 경험이 아닙니다. 노랗고, 달고, 귀엽고, 살짝 튀어야 합니다. 레드 팝핑캔디는 피카츄의 볼을 떠올리게 하고, 입안에서 튀는 감각은 전기 타입 캐릭터의 이미지와 연결됩니다. 이 정도면 제품 개발이라기보다 감각 번역에 가깝습니다.

2022년의 운을 제대로 탄 제품

피카피카 피카츄가 처음 강하게 주목받은 시점은 2022년 포켓몬 열풍과 겹칩니다. 그해 편의점과 마트에서는 포켓몬빵 재출시가 품절 이슈를 만들었고, 스티커 수집은 어린이보다 어른들의 지갑을 더 빠르게 열었습니다. 배스킨라빈스는 2022년 5월 가정의 달에 맞춰 피카피카 피카츄와 나와라! 꼬부기를 이달의 맛으로 선보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운입니다. 브랜드 캠페인을 하다 보면 기획서에 쓴 전략보다 시장의 공기가 더 크게 작동할 때가 있습니다. 포켓몬은 이미 준비된 감정 자산이었고, 배라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즉시 소비 상품으로 그 감정을 빠르게 담아냈습니다. 즉, 배라가 포켓몬을 키운 게 아니라 포켓몬의 흐름에 제때 올라탄 겁니다. 다만 그 타이밍을 제품, 케이크, 블라스트, 굿즈까지 넓힌 실행력은 인정해야 합니다.

굿즈가 맛을 밀어 올린 순간

브랜드 협업에서 종종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캐릭터를 붙이면 제품이 팔린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실제로는 캐릭터만으로는 오래 못 갑니다. 고객이 돈을 내는 이유가 ‘먹고 싶어서’인지 ‘갖고 싶어서’인지, 혹은 ‘인증하고 싶어서’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베라 피카피카피카츄의 경우 맛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굿즈와 케이크는 구매 명분을 만들었습니다. 몬스터볼 형태의 케이크, 랜덤 피규어, 포켓몬 블록팩 같은 확장 상품은 아이스크림 한 컵을 이벤트로 바꿉니다. 특히 랜덤 요소는 강합니다. 고객은 아이스크림을 산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번엔 뭐가 나올까’라는 기대를 함께 삽니다.

  • 맛: 바나나와 커스터드 중심의 익숙한 단맛
  • 시각: 피카츄를 바로 떠올리게 하는 노란색과 빨간 포인트
  • 경험: 팝핑캔디로 전기 이미지 구현
  • 확장: 케이크, 블라스트, 피규어, 키링 등으로 구매 이유 확대

브랜드 약속은 귀여움이 아니라 즉시성

배스킨라빈스의 강점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 같은 절대 명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배라는 매달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 매장에 들어오게 하는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이달의 맛, 시즌 케이크, 캐릭터 협업, 굿즈 프로모션이 계속 돌아가는 구조죠.

피카피카 피카츄는 그 약속을 아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고객에게 “엄청난 미식 경험을 줄게”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지금 이 순간, 네가 아는 캐릭터를 달콤하게 만나게 해줄게”라고 말합니다. 이 약속은 가볍지만 강합니다. 특히 가족 단위 고객과 키덜트 소비자에게는 실패 확률이 낮은 선택지가 됩니다.

물론 약점도 있습니다. 이런 제품은 캐릭터 화제성이 식으면 힘이 빠집니다. 맛 자체가 독보적이지 않다면 재구매는 팬덤과 프로모션에 의존하게 됩니다. 그래서 배라 입장에서는 피카피카 피카츄를 단일 히트 상품으로 보기보다, 포켓몬 세계관을 계속 매장 경험으로 바꾸는 캠페인 자산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잘 팔린 이유는 귀여워서만은 아니다

브랜드 현장에서 보면 귀여운 제품은 많습니다. 하지만 귀여움만으로 매출이 움직이진 않습니다. 피카피카 피카츄가 흥미로운 건 캐릭터, 맛, 시즌, 굿즈, 가족 소비가 한 번에 맞물렸다는 점입니다. 5월이라는 시점도 절묘했습니다. 어린이날, 가족 외식, 선물 수요가 있는 달에 포켓몬을 얹으니 구매 저항이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이름도 한몫했습니다. 피카피카 피카츄는 검색어로도, 주문어로도, 아이가 부모에게 말하기에도 좋습니다. 조금 유치하지만 기억됩니다. 브랜드 네이밍에서 고급스러움보다 중요한 게 있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입에 붙는가입니다. 이 제품은 그 기준에서는 꽤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합니다.

저는 베라 피카피카피카츄를 보면서 브랜드 협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좋은 협업은 로고 두 개를 붙이는 일이 아닙니다. 한 브랜드가 가진 감정을 다른 브랜드의 제품 언어로 옮기는 일입니다. 피카츄의 에너지를 바나나색 아이스크림과 팝핑캔디로 바꿔낸 것. 그 단순한 번역이 소비자에게는 꽤 빠르게 닿았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은 대단히 혁신적인 맛이라기보다, 약속을 잘 지킨 캐릭터 협업 사례로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베라 피카피카피카츄를 다시 보니, 이 맛은 아이스크림보다 약속에 가까웠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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