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진 지창욱 청소기 장면을 브랜드 관점으로 다시 봤더니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제품이 뜨는 순간보다 사람들이 어떤 단어로 그 제품을 검색하기 시작하는지가 더 흥미롭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SBS 예능 비서진에서 지창욱이 등장한 뒤 ‘비서진 지창욱 청소기’라는 긴 검색어가 붙는 걸 보고, 이 장면은 단순한 예능 소품보다 조금 더 영리한 브랜드 설계라고 느꼈다.
방송 이후 소비자들이 많이 연결해 찾은 모델은 드리미 T16 Pro Steam 쪽이다. 제품 안내에서 내세우는 숫자만 놓고 보면 200℃ 스팀, 90℃ 온수, 30,000Pa 흡입력, 에코 모드 최대 70분, 스팀·온수 모드 20분 안팎, 본체 약 6.7kg 같은 기능형 언어가 먼저 보인다. 그런데 사람들은 ‘스팀 물걸레청소기’가 아니라 ‘지창욱 청소기’라고 찾았다. 이 차이가 마케팅에서는 꽤 크다.
검색어가 된 건 제품보다 장면이었다
비서진의 포맷은 원래 브랜드 노출에 유리하다. 스타의 하루를 따라가고, 이동하고, 챙기고, 약간의 어색함과 친밀함이 섞인다. 제품이 갑자기 튀어나와도 광고판처럼 보이기보다 그날의 소품처럼 보일 여지가 있다. 특히 지창욱처럼 작품과 예능 사이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강한 인물에게 생활가전이 붙으면, 제품은 기능보다 태도를 먼저 빌린다.
여기서 운도 있었다. 2026년 9월 18일 방송분은 지창욱이 프로그램에 다시 나온 회차라는 점에서 팬덤의 주목도가 높았다. ‘처음 보는 제품’보다 ‘익숙한 배우가 들고 온 물건’이 검색을 만든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수십 초 노출보다 검색어 하나가 더 값질 때가 있다. 소비자가 스스로 이름을 붙여 찾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광고가 아니라 호기심의 경로가 열린다.
드리미가 판 건 청소기가 아니라 타협하지 않는 하루였다
청소기 시장은 이미 숫자 싸움이 과열된 카테고리다. 흡입력, 온도, 배터리, 자동 세척, 건조, 센서. 소비자는 숫자를 보지만, 숫자만으로 구매하지는 않는다. 드리미가 지창욱을 앞세운 건 단순히 유명한 얼굴을 빌린 선택이라기보다 ‘깔끔하게 해내는 사람’의 인상을 빌린 선택에 가깝다.
좋은 모델 캐스팅은 얼굴보다 생활 태도를 빌린다
지창욱은 비서진에서 20년 가까이 쉬지 않고 일해온 배우의 이미지를 다시 꺼냈다. 바쁘고, 오래 버티고, 자기 일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사람. 그런데 청소기라는 제품의 약속도 묘하게 비슷하다. 대충 훑는 게 아니라 찌든 자국까지 맡아준다. 손으로 빨고 말리는 귀찮은 과정을 줄여준다. 청소라는 노동을 조금 더 덜어준다. 이 연결이 자연스러울수록 모델료는 비용이 아니라 의미를 사는 투자가 된다.
다만 여기에는 위험도 있다. 프리미엄 생활가전은 이미지가 좋아서 사는 물건이지만, 쓰기 시작한 뒤에는 이미지가 거의 힘을 쓰지 못한다. 200℃ 스팀이나 90℃ 온수 같은 표현은 강력하지만, 집마다 바닥재가 다르고 얼룩의 성격도 다르다. 브랜드가 강한 수치를 말할수록 소비자는 곧바로 묻는다. 우리 집에서도 그 정도로 체감될까, 라고.
PPL이 성공하는 작은 차이
브랜드 노출이 실패하는 순간은 대개 제품이 장면을 이길 때다. 출연자가 갑자기 제품명을 길게 말하고, 기능을 읊고, 카메라가 과하게 머무르면 시청자는 바로 눈치챈다. 반대로 성공하는 장면은 제품이 인물의 리듬 안에 들어간다. 비서진 지창욱 청소기 검색이 생긴 건, 제품명이 먼저 박힌 게 아니라 인물과 상황이 먼저 기억됐기 때문이다.
- 맥락이 먼저였다. 지창욱의 재출연, 제작발표회 일정, 일일 매니저라는 포맷이 생활가전 노출을 덜 낯설게 만들었다.
- 기능은 숫자보다 불편 해소에 가까웠다. 스팀, 온수, 폼워시, 자동 세척은 결국 ‘바닥 청소 뒤처리까지 귀찮다’는 감정을 건드린다.
- 검색 이후의 경험이 더 중요해졌다. 가격대가 70만~100만원대까지 보이는 제품이라면, 방송의 호감만으로는 부족하고 AS, 소모품, 무게, 실제 관리 난이도까지 설득돼야 한다.
관심을 신뢰로 바꾸는 숙제
중국발 스마트가전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로봇청소기 이후 물걸레청소기, 공기청정기, 생활가전으로 넓어지는 흐름은 꽤 빠르다. 기술 스펙은 강하고 가격 경쟁력도 있다. 그런데 한국 소비자는 생각보다 냉정하다. 처음엔 연예인과 기능에 반응하지만, 구매 직전에는 AS센터 위치, 소모품 가격, 물통 냄새, 브러시 관리, 무게감 같은 아주 현실적인 요소로 돌아온다.
그래서 드리미 입장에서 비서진 지창욱 청소기 장면은 잘 열린 문에 가깝다. 문을 열게 한 건 스타의 친숙함과 예능의 운이었지만, 그 문 안쪽에서 오래 머물게 하는 건 제품 경험이다. 나는 이런 캠페인을 볼 때 늘 같은 생각을 한다. 브랜드가 한 약속은 광고에서 태어나지만, 진짜 평판은 집 안 바닥 위에서 매일 다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