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진아트 TOA-70KR가 주방 한쪽에서 오래 버티는 진짜 이야기
얼마 전 주방가전 매대 앞에서 꽤 재미있는 장면을 봤습니다. 화면 달린 신형 오븐과 버튼 많은 에어프라이어 사이에서 사람들이 의외로 오래 멈춰 서는 제품이 있었는데, 그게 쿠진아트 TOA-70KR 같은 오븐형 에어프라이어였습니다. 스펙만 보면 아주 최신형도 아니고, 조작도 다이얼식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요리 좀 하는 집’의 분위기를 먼저 설득합니다.
쿠진아트가 파는 건 기능보다 주방의 태도였다
브랜드를 오래 보면 제품보다 약속이 먼저 보입니다. 쿠진아트의 약속은 단순히 ‘음식을 빨리 만든다’가 아닙니다. ‘집에서도 전문가의 도구를 쓰는 느낌을 준다’에 가깝습니다. 쿠진아트는 1970년대 미국에서 푸드 프로세서를 대중화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고, 요리 전문가들이 그 도구를 소개하며 브랜드 신뢰가 커졌습니다. 이 출발점이 지금의 TOA-70KR에도 남아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쿠진아트 TOA-70KR이 미래형 가전처럼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I 조리’, ‘초연결’, ‘자동 추천’ 같은 언어보다 스테인리스 바디, 오븐 창, 다이얼, 트레이 같은 물성으로 말합니다. 이건 기능 경쟁이 아니라 장면 경쟁입니다. 사용자가 사고 싶은 건 감자튀김 한 접시만이 아니라, 조리대 위에 올렸을 때 주방이 조금 더 단정해 보이는 감각입니다.
TOA-70KR의 숫자는 화려하지 않은데 꽤 현실적이다
제품 정보 기준으로 쿠진아트 TOA-70KR은 17L 용량, 1630W 소비전력, 최대 230도 온도 조절, 0~60분 타이머를 갖춘 전기오븐형 제품입니다. 크기는 가로 410mm, 세로 350mm, 깊이 390mm 수준으로 안내됩니다. 기능은 오븐, 에어프라이, 그릴, 베이킹, 토스트, 데우기 쪽에 걸쳐 있습니다. 구성품도 에어프라이용 바스켓, 오븐용 선반, 베이킹 겸 기름받이 팬, 그릴 전용판처럼 ‘이걸로 뭘 만들지’가 바로 떠오르는 쪽입니다.
이 숫자들이 압도적이냐고 하면 솔직히 그렇진 않습니다. 대용량 오븐과 비교하면 17L는 가족 파티용이라기보다 1~3인 가구의 실사용 영역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기획 관점에서는 이 정도가 오히려 좋습니다. 너무 크면 조리대 위에서 부담이 되고, 너무 작으면 오븐형을 고른 이유가 약해집니다. TOA-70KR은 ‘매일 토스트를 굽다가 주말엔 통삼겹이나 치킨도 해볼 수 있는’ 딱 그 중간 지점을 노립니다.
에어프라이어 붐 속에서 오븐형이 살아남은 이유
한때 바스켓형 에어프라이어가 주방을 거의 점령했습니다. 빠르고, 간단하고, 설거지도 비교적 편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소비자는 다른 불편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부가 좁고, 조리 상태가 잘 안 보이고, 빵이나 피자처럼 납작한 음식에는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오븐형 에어프라이어의 자리가 생겼습니다.
- 토스트와 냉동피자를 자주 먹는 집
- 에어프라이 기능과 미니오븐 기능을 한 대로 해결하고 싶은 집
- 조리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 주방가전도 인테리어 요소라고 생각하는 소비자
쿠진아트 TOA-70KR은 이 소비자를 아주 정확히 겨냥합니다. ‘성능 끝판왕’이라고 밀어붙이는 대신, 일상 조리의 폭을 넓혀주는 물건처럼 포지셔닝합니다. 브랜드가 잘하는 방식입니다. 너무 과장하지 않고, 대신 오래 써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줍니다.
약점도 꽤 명확하다
물론 이 제품이 모두에게 맞는 건 아닙니다. 다이얼식 조작은 직관적이지만, 1도 단위나 초 단위 제어를 원하는 사람에겐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조리대 공간도 생각보다 먹습니다. 숫자로 보면 410mm 폭이지만, 실제로는 열 배출과 문 여는 공간까지 감안해야 하니 작은 원룸 주방에서는 존재감이 큽니다.
또 하나는 관리입니다. 에어프라이어 바스켓과 트레이는 편하지만, 기름기 있는 메뉴를 자주 하면 세척 루틴이 곧 사용 빈도를 결정합니다. 브랜드가 아무리 멋있어도 설거지가 귀찮으면 제품은 조리대 장식이 됩니다. 그래서 TOA-70KR은 ‘자주 굽고 데우는 사람’에게 훨씬 유리합니다. 한 달에 두 번 특별한 요리를 하려는 사람보다, 매일 아침 식빵을 굽고 냉동식품을 데우고 가끔 고기를 굽는 집에서 가치가 더 잘 살아납니다.
잘 팔리는 제품은 약속을 작게 잡고 오래 지킨다
브랜드가 무너지는 순간을 보면 대개 약속이 너무 커진 뒤입니다. 모든 걸 해준다고 말하다가, 실제 사용 장면에서 하나씩 실망을 남깁니다. 쿠진아트 TOA-70KR은 반대편에 있습니다. 아주 혁신적인 척하지 않습니다. 대신 ‘예쁘고, 단단해 보이고, 오븐과 에어프라이를 매일 쓸 수 있게 해준다’는 비교적 작은 약속을 잡습니다.
2021년 등록 모델인데도 가격비교 서비스에서 계속 거래되고, 2026년 9월 기준 16만원대 판매가도 확인되는 건 단순히 할인 때문만은 아닙니다. 디자인 언어가 오래 버티고, 기능 조합이 아직 생활 동선과 맞고, 쿠진아트라는 이름이 주는 주방 도구 브랜드의 잔상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라면 이 제품을 ‘최신 가전’으로 팔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주방에서 오래 보이는 도구’로 말하겠습니다. 매일 쓰는 물건은 결국 성능표보다 손이 가는 분위기가 이깁니다. 쿠진아트 TOA-70KR은 그 지점을 꽤 영리하게 알고 있는 제품처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