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마케팅이 다시 매장을 이야기하는 이유

얼마 전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다가 이상한 장면을 봤다. 자리는 거의 비어 있는데 픽업대 앞에는 사람이 몰려 있었다. 누군가는 앱을 확인했고, 누군가는 컵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커피를 마시며 머무는 공간과 빠르게 음료를 받는 공간이 한 매장 안에 겹쳐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스타벅스가 오래 팔아온 것이 커피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벅스의 마케팅을 이야기할 때 흔히 초록색 로고나 시즌 음료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키운 약속은 집과 직장 사이에서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제3의 공간’에 가까웠다. 한 잔을 사면 잠시 앉아 있을 자리와 익숙한 분위기도 함께 얻는다는 약속. 이 관점으로 보면 최근 스타벅스가 왜 다시 매장 경험을 강조하는지 조금 더 선명해진다.
처음부터 공간을 팔던 브랜드는 아니었다
스타벅스는 1971년 시애틀에서 원두와 차 등을 파는 매장으로 출발했다. 오늘날 떠올리는 커피하우스의 모습은 나중에 자리 잡았다. 스타벅스가 공개한 연혁에 따르면 1987년 커피하우스로 방향을 넓혔고, 1989년에는 매장이 55곳이었다. 처음부터 거대한 체인이 정교한 공간 전략을 실행한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이후의 성장을 설명할 때 커피 맛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원두를 파는 곳은 다른 데도 있었다. 스타벅스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에 주목했다. 약속은 광고 문구에서 끝나지 않았다. 앉을 자리, 매장 분위기, 직원과의 짧은 대화처럼 손님이 방문할 때마다 만나는 요소로 전달됐다. 가격이 더 높아도 그곳에 가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물론 이 성공을 기획의 승리로만 읽으면 놓치는 게 있다. 매장이 늘어날 무렵에는 밖에서 시간을 보내며 커피를 사 마시는 문화도 함께 커졌다. 브랜드가 좋은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받아들일 시장의 흐름도 만났다. 운을 지워버리면 브랜드 스토리는 지나치게 깔끔해진다.
편리함이 커질수록 약속은 복잡해졌다
규모가 커진 브랜드는 더 많은 손님을 더 빠르게 맞아야 한다. 모바일 주문과 픽업은 기다리는 수고를 줄여준다. 바쁜 출근길에는 분명한 장점이다. 그런데 매장 안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진다. 음료를 받고 바로 떠나는 손님이 많아질수록, 오래 머물고 싶은 손님이 기대하는 공간에도 변화가 생긴다. 같은 매장에서 두 기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여기서 편리함을 문제의 원인 하나로 찍을 수는 없다. 손님의 생활이 달라졌으니 주문 방식도 달라져야 했다. 다만 브랜드가 오랫동안 ‘머물 만한 곳’을 약속해 왔다면, 속도를 높이는 결정이 그 약속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운영 효율을 높일 때는 바로 숫자가 보이지만, 공간의 매력이 줄어드는 과정은 천천히 드러난다.
그 차이는 실적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스타벅스의 2024회계연도 4분기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기존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 줄었고, 기존점 거래 건수는 8% 감소했다. 이 수치만으로 손님이 떠난 이유를 단정할 수는 없다. 가격 부담, 경쟁, 시장별 상황도 함께 봐야 한다. 그래도 당시 회사가 고객 경험을 다시 손보겠다고 밝힌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브랜드 스스로 매장에서의 경험을 중요한 과제로 본 것이다.
스타벅스가 다시 매장을 말하는 이유
2024년 스타벅스가 내놓은 ‘백 투 스타벅스’ 방향은 이름부터 익숙하다. 새 이미지를 발명하기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커피하우스의 매력을 되찾겠다는 뜻에 가깝다. 회사는 손님이 모일 수 있는 매장,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 고객과의 연결을 다시 강조했다. 마케팅 관점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캠페인 문구보다 그다음에 벌어질 일이다.
매장에 머물라고 말하면서 앉을 자리가 불편하다면 약속은 금방 무너진다. 손님과의 연결을 강조하면서 직원에게 대화할 여유가 없다면 그것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픽업 손님을 불편하게 만들어 옛 분위기를 되살릴 수도 없다. 광고에서는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현장에서는 좌석과 동선, 인력과 서비스 속도로 풀어야 한다. 그래서 브랜드를 다시 세우는 일은 문구를 고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잘 팔리는 것과 계속 선택받는 것은 다르다
스타벅스 사례를 보며 내가 자주 떠올리는 질문은 ‘우리는 손님에게 무엇을 약속했나’다. 매출이 오를 때는 답하기 쉬워 보인다. 잘 팔리는 신제품을 늘리고 주문을 더 편하게 만들면 된다. 하지만 그 선택이 쌓인 뒤에도 손님이 같은 이유로 브랜드를 찾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주문 건수는 손님의 행동을 보여주지만, 그 브랜드에 기대한 시간이 여전히 만족스러운지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스타벅스가 공간의 매력을 얼마나 되찾을지는 앞으로 손님이 매장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말해줄 것이다. 빠르게 음료를 받으러 온 사람도, 잠시 앉아 쉬러 온 사람도 각자 기대한 경험을 얻어야 한다. 브랜드의 약속은 한 번 멋지게 선언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손님이 매일 드나드는 매장에서 계속 지켜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