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썸 가나디 담요를 보니 카페가 파는 게 달라졌다

며칠 전 투썸플레이스의 가나디 협업 상품을 보다가 담요에서 손이 멈췄다. 카페 굿즈라면 컵이나 텀블러를 먼저 떠올리는데, 이번에는 인형 안에 담요를 넣었다. 귀여운 캐릭터를 사서 진열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추운 날 꺼내 덮는 장면까지 생각한 듯했다. 투썸 가나디 담요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물건은 커피를 한 잔 더 팔기 위한 덤일까, 아니면 투썸이 고객의 일상에 들어가는 새로운 방법일까.
담요 안에 들어 있는 약속
투썸플레이스는 2026년 10월 가나디와 협업하며 이름을 ‘행운의 가나디’로 붙였다. 공식 발표에서 밝힌 기획 의도는 지친 일상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건네는 것이다. 수능을 앞둔 사람에게도, 별일 없이 피곤한 하루를 보낸 사람에게도 닿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행운’은 포스터에만 적혀 있으면 금방 잊힌다. 손에 쥐거나 집으로 가져갈 수 있어야 조금 더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인형 쿠션 담요라는 선택이 눈에 띈다. 가나디 인형 안에 담요를 넣은 형태라 평소에는 쿠션처럼 두고, 필요할 때는 꺼내 쓸 수 있다. 10월 30일 매장 출시 시점도 겨울을 앞둔 때였다. 캐릭터의 표정이 먼저 관심을 끌고, 담요의 쓰임이 그 관심에 이유를 붙인다. 브랜드가 건넨 ‘따뜻한 응원’이라는 말이 제품의 모양과 사용 장면에서 이어지는 셈이다.
물론 담요를 덮는다고 누군가에게 실제 행운이 찾아오는 건 아니다. 브랜드의 약속은 그렇게 검증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대신 고객이 돈을 내고 가져간 뒤에도 그 말을 떠올릴 만한 경험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쿠션으로 놓여 있던 가나디를 열어 담요를 꺼내는 순간은, 적어도 광고 문구보다 구체적이다.
커피숍 밖에서도 투썸을 떠올리게 하는 법
이번 협업은 스퀴시, 액션 볼펜, 인형 쿠션 담요, 피규어 머그, 텀블러에 쁘띠 케이크와 치즈케이크 빵을 더한 7종이다. 옵션으로는 13가지다. 케이크를 먹고 매장을 나서는 경험과, 담요를 집으로 가져가는 경험을 한 묶음에 넣었다. 그중 담요는 카페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책상 옆에 두거나 소파에서 쓰는 동안 투썸과 가나디가 함께 기억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협업 캐릭터를 고른 이유도 읽힌다. 투썸이 처음부터 가나디의 팬을 만든 것은 아니다. 이미 사랑받던 캐릭터의 친근함을 빌려, 자사의 케이크와 카페 경험에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스퀴시와 액션 볼펜, 피규어 머그에는 투썸의 대표 케이크인 스초생을 활용한 모습이 들어갔다. 캐릭터만 눈에 남고 카페는 잊히는 일을 줄이려는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담요에는 다른 기대도 붙는다. 케이크는 맛있으면 먹고 끝나지만, 담요는 쓸 때마다 크기와 촉감, 수납의 편리함을 평가받는다. 귀여워서 샀는데 꺼내 쓰기 번거롭다면 ‘일상에 힘이 되는 선물’이라는 말도 약해진다. 협업의 성패를 판매 첫날의 화제성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전예약은 기대를 키우고 번거로움도 만든다
판매 방식도 꽤 치밀했다. 투썸플레이스 발표에 따르면 굿즈는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사전예약을 받았고, 구매자는 모바일 교환권을 투썸하트 앱에 등록해 10월 22일부터 28일 사이 지정 매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후 10월 30일부터 매장 판매를 시작했다. 선물하기에서 먼저 발견하고, 투썸하트 앱을 거쳐, 매장에 방문하는 흐름이다.
기획자 눈에는 장점이 보인다. 출시 전 관심을 모을 수 있고, 제품을 찾으러 온 사람에게 케이크와 음료를 다시 보여줄 기회도 생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계가 늘어난다. 교환권을 샀다고 바로 손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앱 등록과 매장 픽업까지 마쳐야 한다. 선물의 설렘이 실제 수령까지 이어지려면 안내와 매장 경험이 매끄러워야 한다.
투썸은 매장마다 협업 제품의 판매 여부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정판에서 수량의 제한은 관심을 높이는 장치가 되지만, 원하는 상품을 구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담요처럼 ‘갖고 싶다’는 감정이 강한 상품일수록 기대와 실제 구매 경험 사이의 간격을 신경 써야 한다.
60종 띠부씰보다 오래 남을 장면
모든 협업 제품에는 60종 디자인 중 랜덤 띠부씰도 동봉된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재미는 제품을 열어보는 순간을 풍성하게 한다. 반면 원하는 그림을 얻기 위해 구매를 반복하게 만드는 방식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브랜드가 이 협업으로 얻고 싶은 것이 한 번의 개봉 영상인지, 다음에도 기분 좋게 떠올릴 기억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난다.
지금 공개된 정보만으로 투썸 가나디 담요가 매출을 얼마나 올렸는지, 협업이 성공했는지 단정할 수는 없다. 가나디의 인기와 겨울을 앞둔 시기 역시 이 기획에 힘을 보탠 조건이다. 그래도 인형 속 담요라는 선택은 흥미롭다. ‘행운을 건넨다’는 말을 사람들이 실제로 꺼내 쓰는 물건에 담았으니까. 제가 오래 기억할 장면은 띠부씰을 확인하는 순간보다, 어느 추운 날 누군가 소파에 앉아 그 담요를 펼치는 순간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