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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한19 김을 보다가 떠올린, 작고 납작한 브랜드의 진짜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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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한19 김을 보다가 떠올린, 작고 납작한 브랜드의 진짜 성장기

얼마 전 예능 클립을 넘겨보다가 ‘프리한19 김’이라는 검색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방송에서 소개된 특이한 김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직업병이 먼저 반응하더군요. 김이라는 제품은 너무 익숙해서 브랜드로 보기 어렵지만, 사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식품 브랜드가 어떻게 세계 시장에서 감각을 얻었는지 보여주는 꽤 좋은 사례입니다.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큰 카테고리보다 작은 제품이 더 무섭다는 걸요. 커피, 화장품, 자동차처럼 모두가 브랜드를 의식하는 시장은 오히려 설명이 쉽습니다. 그런데 김처럼 식탁 위에 늘 있었고, 가격표만 보고 사던 제품이 어느 순간 ‘선물용’, ‘간식용’, ‘해외 수출용’, ‘프리미엄 반찬’으로 갈라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마케팅의 진짜 체력이 드러납니다.

김은 원래 브랜드보다 산지가 먼저였다

예전 김 시장의 언어는 단순했습니다. 완도, 광천, 서천, 남해 같은 산지명. 재래김, 파래김, 돌김 같은 원물 구분. 그리고 조미김인지 마른김인지 정도였죠. 소비자가 묻는 것도 비슷했습니다. 짜지 않은가, 눅눅하지 않은가, 가격은 괜찮은가.

이 구조에서는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입니다. 로고를 바꿔도 맛이 비슷하면 소비자는 할인 행사 쪽으로 움직입니다. 김은 오래도록 ‘기억되는 브랜드’보다 ‘실패하지 않는 구매’의 영역에 가까웠습니다. 마트에서 1+1이면 사고, 명절 선물세트에 들어 있으면 나눠 먹는 제품이었죠.

그런데 시장이 변한 지점은 의외로 해외였습니다. 한국 안에서는 반찬이던 김이 미국, 일본, 동남아 일부 시장에서는 스낵으로 번역됐습니다. 밥을 싸 먹는 식재료가 아니라 바삭한 저칼로리 간식으로 받아들여진 겁니다. 제품은 그대로인데 사용 맥락이 바뀐 셈이죠. 브랜드 관점에서는 이게 꽤 큰 사건입니다.

프리한19식 리스트가 김을 다르게 보이게 만든 이유

‘프리한19’ 같은 리스트형 프로그램은 브랜드 담당자 입장에서 흥미로운 포맷입니다. 순위를 매기고, 낯선 사례를 빠르게 보여주고, 시청자가 이미 아는 물건을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보게 만듭니다. 김이라는 평범한 소재도 이런 포맷을 만나면 갑자기 ‘이렇게까지 팔린다고?’ ‘외국인들이 이렇게 먹는다고?’ 같은 반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방송 노출 자체가 브랜드를 오래 살려주지는 않습니다. 반짝 검색량은 만들 수 있지만, 반복 구매까지 이어지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다만 방송은 소비자 머릿속의 카테고리 위치를 흔드는 역할을 합니다. 김이 반찬 코너에만 있던 제품에서, K-푸드 이야기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가격 비교의 압박이 조금 느슨해집니다.

브랜드가 강해지는 순간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소비자가 ‘김은 다 비슷하지’라고 생각할 때는 패키지 한 장의 힘이 약합니다. 반대로 ‘김도 종류가 많고, 먹는 방식도 다르구나’라고 느끼면 브랜드가 설명할 공간이 생깁니다. 원초의 향, 기름의 종류, 소금의 입자, 포장 단위, 굽는 방식 같은 디테일이 비로소 말이 됩니다.

성공한 김 브랜드는 맛보다 약속을 먼저 바꿨다

제가 봐온 식품 브랜드의 성장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품의 물성을 바꾸기 전에 소비자에게 하는 약속을 먼저 바꿉니다. 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의 약속은 ‘밥상에 빠지지 않는 기본 반찬’이었습니다. 지금은 훨씬 다양합니다.

  • 아이에게 주는 덜 짠 간식
  • 맥주나 와인 옆에 놓는 가벼운 스낵
  • 외국인 친구에게 설명하기 쉬운 한국 선물
  • 다이어트 중에도 죄책감이 적은 바삭한 먹거리
  • 캠핑이나 여행에 챙기기 편한 휴대식

같은 김인데 약속이 달라지면 패키지도 달라집니다. 전통 문양을 강조한 선물세트는 ‘한국적인 품격’을 팔고, 작은 낱개 포장은 ‘언제든 뜯어 먹는 편리함’을 팝니다. 캐릭터가 붙은 어린이용 제품은 맛보다 안심을 먼저 말하고, 해외용 스낵 김은 반찬이라는 단어를 과감히 뒤로 뺍니다.

솔직히 이 변화는 로고 디자인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브랜드는 예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치니까요. 김이 밥솥 옆에서 넷플릭스 옆으로 이동했다면, 그건 단순한 유통 확장이 아니라 기억의 장소가 바뀐 겁니다.

운도 있었다, 하지만 운만으로는 못 버틴다

한국 김이 해외에서 주목받은 데는 운도 있었습니다. K-팝, K-드라마, 한국 라면과 냉동식품의 확산이 먼저 길을 열었습니다. 해외 소비자에게 한국 식품을 시도해볼 심리적 허들이 낮아진 상태에서 김이 들어간 겁니다. 만약 15년 전 같은 제품을 같은 포장으로 내놨다면 반응은 지금과 달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운이 왔을 때 잡아낼 준비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바삭함을 유지하는 포장 기술, 현지 입맛에 맞춘 염도 조절, 알레르기 표기, 온라인 리뷰 대응, 코스트코나 아마존 같은 채널에 맞는 묶음 구성. 이런 것들은 방송 자막에는 잘 안 나오지만 브랜드의 생존을 좌우합니다.

특히 김은 실패 경험이 빠르게 각인되는 제품입니다. 눅눅하면 끝입니다. 기름 냄새가 산패된 느낌이면 다시 사기 어렵습니다. 입천장에 붙거나 너무 짜도 기억이 나쁩니다. 소비자는 브랜드 철학을 길게 읽지 않습니다. 첫 봉지를 뜯었을 때 나는 향과 식감으로 판단합니다.

작은 제품일수록 브랜드의 태도가 더 선명해진다

‘프리한19 김’ 같은 검색어가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이제 김을 그냥 반찬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신호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방송이든 쇼츠든 해외 반응 영상이든, 김은 점점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는 이야깃거리가 되는 순간부터 가격표 밖에서 싸울 기회를 얻습니다.

다만 모든 김 브랜드가 프리미엄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자기 약속을 애매하게 잡는 데 있습니다. 가성비 제품이면 끝까지 가성비의 신뢰를 줘야 하고, 선물용이면 받는 순간의 품격을 설계해야 합니다. 어린이용이면 부모가 불안해하는 지점을 정확히 덜어줘야 하고, 해외 스낵이면 낯선 식재료가 아니라 익숙한 즐거움으로 번역돼야 합니다.

브랜드가 무너지는 순간은 대개 제품이 나빠져서만은 아닙니다. 약속이 흐려질 때 무너집니다. 전통을 말하면서 포장은 싸 보이고, 프리미엄을 말하면서 맛의 차이는 설명하지 못하고, 글로벌을 말하면서 현지 소비자의 먹는 장면을 상상하지 못하면 소비자는 금방 알아챕니다.

김은 얇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숨기기 어렵습니다. 포장도, 향도, 바삭함도, 가격도 금방 드러납니다. 저는 그래서 이 작은 식품 카테고리가 꽤 정직한 브랜드 시험대라고 생각합니다. 큰 캠페인보다 첫 한 장의 식감이 더 오래 남는 시장. 결국 좋은 김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거창한 말을 하기보다, 다음 봉지를 다시 뜯게 만드는 약속을 조용히 지키는 쪽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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