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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마케팅을 12년 지켜봤더니, 뜨는 브랜드와 무너지는 브랜드는 약속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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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마케팅을 12년 지켜봤더니, 뜨는 브랜드와 무너지는 브랜드는 약속이 달랐다

얼마 전 한 뷰티 브랜드 회의에 들어갔는데, 첫 질문이 이거였습니다. “팔로워 100만 명짜리 한 명이 나을까요, 5만 명짜리 열 명이 나을까요?” 사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금 아찔합니다. 인플루언서마케팅은 사람을 사는 일이 아니라, 브랜드가 한 약속을 누군가의 목소리로 빌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2년 동안 꽤 많은 브랜드가 인플루언서 덕분에 빠르게 컸습니다. 반대로 같은 방식으로 너무 빨리 닳아버린 브랜드도 봤고요. 문제는 ‘누가 올렸느냐’보다 ‘그 사람이 왜 이 브랜드를 말해야 하느냐’에 있었습니다.

팔로워 수가 아니라, 약속의 신뢰도를 빌리는 일

인플루언서마케팅을 광고 집행표로만 보면 CPM, 조회수, 클릭률부터 보게 됩니다. 물론 봐야 합니다. 그런데 브랜드 관점에서는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합니다. 그 인플루언서가 평소에 쌓아온 취향, 생활 방식, 말투, 실패담까지 브랜드의 일부가 됩니다.

예를 들어 피트니스 의류 브랜드 Gymshark는 초기에 보디빌더와 피트니스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이 브랜드가 잘한 건 유명인을 데려온 게 아니라, “진짜 운동하는 사람들이 입는 옷”이라는 약속을 반복해서 보여준 겁니다. 2020년 General Atlantic 투자 때 기업가치가 10억 파운드 이상으로 평가됐고, 최근 보도 기준 2025년 매출은 6억4700만 파운드 수준까지 커졌습니다. 숫자만 보면 성공담이지만, 그 뒤에는 커뮤니티와 제품 사용 장면을 꾸준히 붙여온 시간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인플루언서가 아무리 커도 브랜드 약속과 맞지 않으면 그 게시물은 광고판이 됩니다. 광고판은 지나가며 볼 수는 있지만, 오래 믿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Daniel Wellington이 보여준 속도와 피로감

시계 브랜드 Daniel Wellington은 인플루언서마케팅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2010년대 중반 인스타그램에서 깔끔한 손목 사진, 할인 코드, 해시태그를 끝없이 퍼뜨렸죠. 2016년 매출 2억3000만 달러, 이익 1억1150만 달러로 알려졌을 정도로 속도는 대단했습니다.

근데 이 사례가 재미있는 건 성공만 남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같은 구조가 너무 반복되면 소비자는 어느 순간 “또 그 시계네”라고 느낍니다. 처음에는 취향처럼 보였던 노출이 나중에는 복붙 광고처럼 보이는 거죠. 브랜드의 약속이 ‘세련된 미니멀리즘’에서 ‘할인 코드가 붙은 시계’로 바뀌는 순간, 프리미엄 감각은 빠르게 얇아집니다.

인플루언서마케팅의 무서운 점은 여기 있습니다. 잘 쓰면 브랜드의 언어를 빠르게 확산시키지만, 과하게 쓰면 브랜드 언어를 가장 빨리 낡게 만듭니다.

실패는 보통 협찬 문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인플루언서마케팅 실패를 ‘표기 누락’이나 ‘과장 광고’에서만 찾습니다. 물론 그건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더 자주 보는 실패는 캠페인 설계 앞단에 있습니다.

  • 브랜드가 왜 이 사람을 선택했는지 내부에서도 설명하지 못한다.
  • 제품 경험보다 게시물 업로드 일정이 먼저 정해진다.
  • 성과 지표가 매출, 저장, 댓글, 검색량 중 무엇인지 흐릿하다.
  • 인플루언서의 기존 커뮤니티가 싫어할 메시지를 브랜드가 밀어붙인다.

Fyre Festival은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유명 모델과 셀럽들이 올린 주황색 타일 하나가 엄청난 기대를 만들었지만, 실제 경험은 약속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인플루언서마케팅이 실패한 게 아니라, 브랜드가 감당할 수 없는 약속을 너무 크게 확성한 겁니다. 저는 이 차이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캠페인은 ‘티가 안 나는 광고’가 아니다

요즘은 소비자도 광고를 압니다. 협찬 표기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싫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설프게 숨기면 더 빨리 돌아섭니다. 좋은 캠페인은 티가 안 나는 광고가 아니라, 광고라는 걸 알아도 납득되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식품 브랜드라면 “맛있어요”보다 그 사람이 언제, 왜, 누구와 먹는지가 중요합니다. 육아용품이라면 기능 설명보다 실제 생활에서 귀찮음을 얼마나 줄였는지가 더 설득력 있습니다. 패션 브랜드라면 착용 컷보다 그 옷이 그 사람의 기존 스타일 안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지가 보입니다.

실무에서는 세 가지를 먼저 봅니다. 첫째, 인플루언서의 지난 30개 게시물 안에 우리 브랜드가 들어갈 자리가 있는가. 둘째, 댓글창의 대화가 구매 질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가. 셋째, 한 번의 노출이 아니라 3개월 뒤에도 같은 약속을 이어갈 수 있는가. 이 셋 중 두 개가 약하면 비용이 싸도 조심합니다.

인플루언서마케팅이 브랜드를 키우는 순간

제가 좋아하는 캠페인은 대개 화려하지 않습니다. 팔로워 수를 자랑하기보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이해하는 시간을 줄여줍니다. “아, 저 사람이 쓰면 저런 맥락이구나”라는 감각을 주는 캠페인입니다.

그래서 작은 브랜드일수록 거대한 한 방보다 반복 가능한 조합이 낫습니다. 제품을 진짜로 쓰는 20명, 각자의 언어로 다른 장면을 보여주는 20명, 그리고 그 반응을 제품과 콘텐츠에 다시 반영하는 내부 팀. 이 구조가 만들어지면 인플루언서마케팅은 단순한 광고비가 아니라 브랜드 학습 장치가 됩니다.

브랜드는 결국 약속으로 기억됩니다. 인플루언서는 그 약속을 대신 말해주는 사람이고요. 그래서 좋은 인플루언서마케팅은 브랜드보다 목소리가 큰 사람을 찾는 일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약속을 자기 삶 안에서 자연스럽게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일에 가깝습니다. 숫자는 그다음에 봐도 늦지 않습니다.

참고한 공개 자료: The Guardian의 Gymshark 보도, Daniel Wellington 공개 기업 정보.

인플루언서마케팅을 12년 지켜봤더니, 뜨는 브랜드와 무너지는 브랜드는 약속이 달랐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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