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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큐리언 빅블럭이 조용히 주방 브랜드가 된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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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큐리언 빅블럭이 조용히 주방 브랜드가 된 진짜 이야기

얼마 전 주방용품 매장을 둘러보다가 에피큐리언 빅블럭을 찾는 사람을 봤습니다. 재미있었던 건 그 사람이 “예쁜 도마”를 찾는 게 아니라 “식기세척기에 넣어도 되는 큰 도마”를 찾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이 차이는 꽤 큽니다. 소비자가 디자인보다 약속을 먼저 떠올렸다는 뜻이니까요.

에피큐리언은 원목 도마처럼 감성적인 브랜드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종이 섬유와 레진을 압축한 페이퍼 컴포지트 소재, 얇지만 단단한 구조,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성 같은 기능적 언어가 먼저 따라붙습니다. 근데 이게 오히려 브랜드를 오래가게 만든 장치였습니다. “관리하기 쉬운 도마”라는 약속이 명확했거든요.

원목 감성의 빈틈을 파고든 브랜드

도마 시장은 오래전부터 원목과 플라스틱의 싸움이었습니다. 원목은 멋있고 칼질감이 좋지만 관리가 번거롭습니다. 물에 오래 닿으면 휘고, 냄새가 배고, 오일링을 해야 합니다. 플라스틱은 편하지만 칼자국과 위생에 대한 찝찝함이 남습니다. 에피큐리언 빅블럭은 바로 그 중간 지대를 노렸습니다.

사실 이 포지션은 말로는 쉬워도 제품으로 구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원목처럼 보여야 하지만 원목의 불편함은 줄여야 하고, 플라스틱처럼 편해야 하지만 싸구려처럼 보이면 안 됩니다. 에피큐리언이 잘한 건 ‘천연스럽다’는 이미지에만 기대지 않고, 사용 후 세척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순간을 브랜드 약속으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Good Housekeeping은 에피큐리언 올인원 도마를 다루며 페이퍼 컴포지트 소재, 가벼운 무게,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성을 강점으로 언급했습니다. 또 6년간 30개 이상의 도마를 테스트했고, 2026 Kitchen Awards에서는 345개 출품 제품 사이에서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숫자는 브랜드가 스스로 말하는 광고 문구보다 훨씬 강한 신뢰 장치가 됩니다.

빅블럭이라는 이름이 주는 묵직한 상상

에피큐리언 빅블럭이라는 키워드가 흥미로운 이유는 ‘빅’과 ‘블럭’이 만드는 기대 때문입니다. 도마는 이상하게도 작으면 불편하고, 크면 부담스럽습니다. 큰 도마를 사려는 사람은 단순히 면적을 사는 게 아닙니다. 고기 한 덩어리, 대파 한 단, 양파 여러 개를 한 번에 올려놓고 흐름이 끊기지 않는 조리 경험을 삽니다.

브랜드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여기서 상품명은 기능 설명을 넘어섭니다. 빅블럭은 “작업대처럼 쓰는 도마”라는 이미지를 줍니다. 소비자는 주방에서 요리사가 된 듯한 장면을 상상하고, 그 장면이 구매 이유가 됩니다. 에피큐리언이 가진 모던한 표면감과 얇은 실루엣은 이 묵직한 이름과 살짝 긴장감을 만듭니다. 두껍고 투박한 원목 블록을 떠올렸는데 실제로는 훨씬 실용적인 물건인 셈입니다.

이 긴장감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대보다 가볍고 얇아서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블럭’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린 묵직한 원목감을 기대한 사람은 아쉬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군은 판매 페이지에서 소재와 두께, 무게, 세척 방식을 아주 솔직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괜히 원목 도마처럼만 연출하면 브랜드 약속이 흔들립니다.

성공은 감성이 아니라 귀찮음을 줄인 데서 왔다

브랜드가 오래 팔리는 순간은 대개 멋진 광고보다 반복 사용에서 옵니다. 에피큐리언의 강점도 그쪽에 있습니다. 매일 쓰는 도마는 사진 찍을 때보다 씻을 때 진짜 평가를 받습니다. 김치 국물, 고기 육즙, 마늘 냄새가 남은 뒤에 손이 다시 가는지가 브랜드의 성패를 가릅니다.

Food & Wine은 47개 목재 도마 테스트 기사에서 에피큐리언의 페이퍼 컴포지트 도마를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한 대안으로 소개했고, 소재 특성상 비다공성에 가깝고 높은 열과 세제에도 견딘다고 평가했습니다. EatingWell도 에피큐리언 고메 시리즈를 다루며 세척 편의성과 내구성을 장점으로 언급했습니다. 물론 흠집이 전혀 안 나는 마법의 도마는 아닙니다. 도마는 결국 칼을 받는 물건이고, 표면은 사용 흔적을 쌓습니다.

  • 원목 도마의 감성은 원하지만 오일링은 부담스러운 사람
  • 플라스틱 도마의 편의성은 좋지만 질감과 이미지가 아쉬운 사람
  • 큰 재료를 자주 다루고 식기세척기 동선까지 생각하는 사람

이 세 그룹을 잡았다는 점에서 에피큐리언 빅블럭의 포지셔닝은 꽤 영리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도마가 아니라, 기존 선택지의 불편함에 지친 사람에게 딱 맞는 답을 제안했으니까요.

브랜드가 조심해야 할 지점도 분명하다

솔직히 에피큐리언 같은 브랜드는 과장하기 쉽습니다. 친환경처럼 보이고, 원목처럼 보이고, 관리도 쉬워 보입니다.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밀면 소비자는 금방 의심합니다. 특히 페이퍼 컴포지트라는 소재는 소비자에게 익숙한 단어가 아닙니다. 그래서 “종이인데 왜 단단하지?”, “레진이면 플라스틱과 뭐가 다르지?” 같은 질문이 따라옵니다.

좋은 브랜드는 이 질문을 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품 상세에서 소재의 장단점을 같이 말해야 합니다.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비교적 가벼운 무게, 냄새와 얼룩 관리의 편의성은 분명한 강점입니다. 대신 칼자국, 사용감, 표면 건조 관리 같은 현실도 같이 보여줘야 합니다. 브랜드의 신뢰는 완벽하다는 말보다 예측 가능하다는 느낌에서 생깁니다.

에피큐리언 빅블럭이 흥미로운 건 화려한 캠페인보다 제품 자체가 하나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마라는 평범한 카테고리에서 “예쁜데 귀찮지 않은 것”을 약속했고, 그 약속은 주방에서 매일 검증됩니다. 저는 이런 브랜드가 오래간다고 봅니다. 대단한 세계관을 말하기보다, 소비자가 싫어하는 순간 하나를 정확히 줄여주는 브랜드 말입니다.

참고한 자료: Good Housekeeping 에피큐리언 도마 리뷰, Food & Wine 도마 테스트, EatingWell 도마 테스트

에피큐리언 빅블럭이 조용히 주방 브랜드가 된 진짜 이야기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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