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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썸이 핑구를 꺼내 들었더니, 케이크 브랜드가 여름을 파는 방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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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썸이 핑구를 꺼내 들었더니, 케이크 브랜드가 여름을 파는 방식이 보였다

요즘 카페 굿즈를 보면 브랜드의 속마음이 보인다

얼마 전 투썸 매장 앞을 지나가는데, 쇼케이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게 핑구였다. 예전 같으면 카페의 시즌 캠페인은 신메뉴 포스터 한 장으로 끝났는데, 이제는 캐릭터가 먼저 손님을 붙잡는다. 그런데 투썸과 핑구의 조합은 단순히 귀여운 굿즈 장사로만 보기엔 꽤 흥미롭다.

투썸플레이스는 2026년 5월 21일부터 핑구와 협업한 여름 시즌 한정판 굿즈 4종을 전국 매장에서 판매했다. 피규어 키링, 피크닉백 세트, 5단 양우산, 서머 텀블러 구성이다. 특히 키링은 랜덤 캡슐 방식이고, 디자인도 7종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핑구가 그냥 핑구로 나온 게 아니라 ‘스초생’과 ‘아박’ 같은 투썸의 대표 디저트·음료와 함께 등장했다는 점이다.

브랜드 기획 관점에서 보면 이건 캐릭터를 빌린 캠페인이 아니라, 투썸의 자산을 캐릭터 언어로 번역한 시도에 가깝다. 핑구가 귀여워서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투썸 입장에서는 핑구를 통해 스초생과 아박을 다시 말하게 만든 셈이다.

왜 하필 핑구였을까

캐릭터 협업은 이미 너무 많다. 산리오, 포켓몬, 디즈니, 카카오프렌즈까지 소비자는 웬만한 캐릭터 협업에 쉽게 놀라지 않는다. 그래서 브랜드가 어떤 캐릭터를 고르느냐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캐릭터의 인지도보다 더 중요한 건 브랜드의 온도와 맞는지다.

핑구는 강하게 떠드는 캐릭터가 아니다. 말도 또렷한 문장보다 소리와 표정에 가깝다. 그래서 특정 세대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고, 다른 세대에게는 밈처럼 소비되는 캐릭터다. 이 지점이 투썸과 꽤 잘 맞는다. 투썸은 스타벅스처럼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장악하려는 브랜드도 아니고, 메가커피처럼 가격 경쟁을 전면에 세우는 브랜드도 아니다. 오랫동안 ‘케이크가 괜찮은 프리미엄 카페’라는 위치를 지켜왔다.

그런데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라는 말은 장점이면서 동시에 부담이다. 너무 진지해지면 계절 캠페인이 무거워지고, 너무 가벼워지면 기존의 디저트 이미지가 희석된다. 핑구는 그 사이를 잘 지나간다. 귀엽지만 유치함으로만 소비되지 않고, 오래됐지만 낡은 느낌은 덜하다. 브랜드가 계절성을 입히기 좋은 캐릭터다.

랜덤 키링은 왜 계속 통할까

이번 협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치는 랜덤 캡슐 키링이다. 총 7가지 디자인에 시크릿 요소까지 넣었다. 사실 랜덤 굿즈는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계속 쓰이는 이유가 있다. 구매가 ‘선택’이 아니라 ‘경험’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브랜드 매장에서 소비자가 음료 한 잔을 사는 행동은 대체로 예측 가능하다. 메뉴를 고르고, 결제하고, 기다리고, 마신다. 그런데 랜덤 캡슐이 끼어들면 이야기가 생긴다. 원하는 디자인이 나왔는지, 친구와 바꿀 수 있는지, 시크릿이 있는지 같은 작은 긴장이 붙는다. 객단가를 올리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 보면 매장 방문의 이유를 하나 더 만드는 방식이다.

  • 피규어 키링은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 피크닉백은 여름 야외 활동과 연결된다.
  • 양우산은 자외선 차단 같은 실용성을 붙인다.
  • 텀블러는 카페 브랜드와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네 가지 구성을 보면 투썸은 핑구를 단순 장식으로 쓰지 않았다. 여름이라는 사용 장면을 꽤 명확히 잡았다. 카페 안에서 끝나는 굿즈가 아니라, 밖으로 들고 나가게 만든다. 이게 중요하다. 굿즈는 팔리는 순간보다 들고 다니는 순간에 브랜드 노출이 발생한다.

투썸이 진짜 팔고 싶은 건 굿즈가 아닐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굿즈 매출만 놓고 보면 대형 카페 브랜드 전체 실적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긴 어렵다. 투썸은 이미 1700개 안팎의 점포망을 가진 브랜드고, 케이크와 커피가 본업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캐릭터 협업을 할까. 답은 고객의 기억 구조에 있다.

투썸의 강점은 명확하다. 케이크다. 특히 스초생 같은 제품은 브랜드를 설명하는 대표 자산이다. 문제는 강점이 오래되면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익숙함은 안정감을 주지만, 동시에 대화량을 줄인다. 소비자는 이미 아는 브랜드에 대해 굳이 다시 이야기하지 않는다.

핑구 협업은 이 익숙한 자산에 다시 말할 거리를 붙이는 역할을 한다. ‘투썸 케이크 맛있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핑구가 스초생 들고 있는 키링 봤어?’로 바뀐다. 이 차이는 작아 보여도 브랜드 운영에서는 꽤 크다. 제품 자산이 캐릭터를 만나면, 브랜드는 광고비를 쓰지 않고도 SNS에서 다시 회자될 수 있다.

좋은 협업과 흔한 협업의 차이

캐릭터 협업이 실패하는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브랜드와 캐릭터가 따로 노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제품보다 굿즈가 너무 앞서는 경우다. 굿즈는 팔렸는데 정작 브랜드에 남는 기억이 없는 캠페인도 많다.

투썸 핑구는 적어도 첫 번째 위험은 잘 피해 갔다. 핑구가 투썸의 대표 메뉴를 들고 있고, 여름 굿즈가 계절 사용성과 연결되어 있다. 다만 두 번째 위험은 계속 봐야 한다. 굿즈가 너무 강해지면 사람들은 투썸을 사러 오는 게 아니라 핑구를 뽑으러 온다. 그 자체가 나쁘진 않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방문 이후 다시 케이크와 커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운도 있었지만, 방향은 꽤 영리했다

브랜드 캠페인은 늘 기획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타이밍, 날씨, SNS 알고리즘, 경쟁사의 움직임까지 섞인다. 2026년 여름이라는 계절감, 캐릭터 굿즈에 익숙한 소비문화, 그리고 투썸이 가진 디저트 자산이 이번 협업을 밀어준 면도 있다.

그런데 운이 들어갔다고 해서 전략이 없는 건 아니다. 투썸은 ‘우리는 케이크 브랜드입니다’라고 반복해서 외치기보다, 핑구가 케이크를 들고 놀게 만들었다. 이 방식이 더 부드럽고 오래 남는다. 브랜드의 약속은 거창한 문장보다,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장면에 가까울 때 힘이 세다.

그래서 투썸 핑구 협업을 보며 든 생각은 이렇다. 좋은 브랜드는 유행을 따라가도 자기 물건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핑구는 귀여웠고, 굿즈는 팔릴 만했지만, 결국 이 캠페인의 중심에는 투썸이 오래 쌓아온 케이크와 여름 디저트의 기억이 있었다.

투썸이 핑구를 꺼내 들었더니, 케이크 브랜드가 여름을 파는 방식이 보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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