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 블루서퍼비치가 다시 돌아온 이유를 브랜드 기획자 눈으로 봤더니

얼마 전 매장 냉장고 앞에서 파란색 아이스크림 이름표를 보고 잠깐 멈췄습니다. 베라 블루서퍼비치. 이름만 보면 바다, 서핑, 여름휴가가 한 번에 떠오르죠. 그런데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시즌 메뉴가 단순히 맛 하나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잘 팔리는 신제품 뒤에는 보통 ‘이번 계절에 우리가 소비자에게 어떤 기분을 약속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블루 서퍼 비치는 2024년 7월 이달의 맛으로 처음 나왔고, 2025년에는 사랑에 빠진 딸기, 아이스 맥심 모카골드, 북극곰 폴라베어와 함께 인기 플레이버 4종으로 재출시됐습니다. 2026년 여름 시즌에도 트로피컬 콜라다, 훌라훌라 코코넛과 함께 청량한 시즌 플레이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죠. 신제품이 한 번 반짝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호출됐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파란 아이스크림은 맛보다 먼저 기분을 판다
블루 서퍼비치의 구성은 꽤 명확합니다. 블루 솔티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라함 쿠키 또는 크래커 리본, 단짠 계열의 거북이 모양 카라멜 초콜릿. 공식 메뉴 기준 싱글레귤러 115g은 277kcal이고, 당류 19g, 포화지방 10g, 나트륨 175mg입니다. 수치만 보면 가벼운 셔벗 계열은 아닙니다. 오히려 바닐라와 카라멜, 쿠키가 들어간 꽤 묵직한 디저트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소비자가 이 맛을 떠올릴 때 먼저 기억하는 건 영양표가 아닙니다. 파란색입니다. 여름 바다를 닮은 색, 모래사장처럼 보이는 쿠키 리본, 바다거북 초콜릿. 이 조합은 혀보다 눈에서 먼저 작동합니다. 사실 배스킨라빈스는 오래전부터 ‘맛 이름을 장면으로 만드는’ 데 능한 브랜드였습니다. 엄마는 외계인,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사랑에 빠진 딸기 같은 이름이 대표적이죠. 블루 서퍼비치도 그 계보 안에 있습니다. 맛을 설명하기 전에 소비자가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쪽으로 설계된 제품입니다.
이달의 맛은 신제품이 아니라 작은 캠페인이다
브랜드 기획자 입장에서 배스킨라빈스의 이달의 맛은 단순한 메뉴 교체가 아닙니다. 매달 매장 방문 이유를 새로 만드는 장치입니다. 편의점 아이스크림, 카페 디저트, 배달 디저트까지 경쟁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이번 달엔 뭐 나왔지?’라는 습관을 유지시키는 건 꽤 강한 자산입니다.
블루 서퍼비치는 이 구조를 꽤 충실하게 탔습니다. 2024년 출시 당시에는 7월 1일부터 3일까지 배라데이를 통해 파인트 할인 혜택이 붙었고,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에서는 언텁쇼 형태의 사전 공개 행사도 열렸습니다. 이름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방향은 선명합니다. 아이스크림을 그냥 진열하는 대신 ‘공개되는 순간’을 만든 겁니다.
- 제품: 블루 솔티 바닐라, 그라함 리본, 거북이 초콜릿
- 공간: 서퍼 비치 콘셉트의 매장 체험
- 프로모션: 배라데이, 파인트 할인, 제휴 결제 혜택
- 확장 상품: 블루 서퍼 비치 케이크, 아이스 모찌 블루 바닐라, 젤리 백꾸 세트
이 정도면 메뉴 하나가 아니라 여름 캠페인에 가깝습니다. 특히 젤리 백꾸 세트는 맛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여름 바캉스’라는 감정 자산을 굿즈로 늘린 사례입니다. 브랜드가 약속한 장면을 컵 밖으로 꺼낸 셈이죠.
왜 다시 돌아왔을까
대부분의 시즌 메뉴는 시간이 지나면 잊힙니다. 색이 예뻐서 한 번 먹고, 인증샷을 남기고, 다음 달 신메뉴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블루 서퍼비치는 2025년에 재출시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고객 요청’이라는 표현입니다. 브랜드가 직접 밝힌 재출시 명분은 소비자의 꾸준한 요청이었습니다.
물론 솔직히 말하면, 기업 보도자료에서 고객 요청은 아주 넓은 말입니다. 실제 판매량, 소셜 반응, 재구매율, 매장 피드백, 내부 상품 포트폴리오 판단이 섞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재출시 라인업에 들어갔다는 건 최소한 브랜드 내부에서 이 맛을 다시 꺼낼 만한 카드로 봤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꽤 현실적입니다. 블루 서퍼비치는 여름 시즌에 쓰기 좋은 요소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색이 선명하고, 이름이 쉽고, 비주얼이 사진에 잘 잡히고, 맛은 낯설지 않습니다. 파란색이라 실험적으로 보이지만 베이스는 바닐라와 카라멜, 쿠키입니다. 소비자는 새로움을 느끼지만 실제 진입 장벽은 낮습니다. 이 균형이 시즌 메뉴에서 중요합니다. 너무 익숙하면 뉴스가 안 되고, 너무 낯설면 파인트 선택에서 밀립니다.
브랜드의 약속과 실제 맛 사이
블루 서퍼비치의 약속은 ‘시원한 해변’입니다. 그런데 실제 맛은 청량한 소다나 상큼한 과일보다 단짠 바닐라 디저트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호불호가 갈립니다. 이름과 색만 보고 가벼운 맛을 기대한 사람은 생각보다 달고 크리미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쿠키와 카라멜 초콜릿이 주는 씹는 재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 만족스러운 선택입니다.
브랜드가 약속을 잘했다는 건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대를 어디에 맞췄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블루 서퍼비치는 ‘바다처럼 상쾌한 맛’보다 ‘바다를 닮은 디저트 경험’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를 알면 제품이 더 잘 보입니다. 제품명은 서핑이고 색은 바다지만, 실제 설계는 바닐라 카라멜 쿠키 조합의 안정감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브랜드 기획 관점에서 본 장점
- 시즌성이 강해서 여름 매대에서 존재감이 크다.
- 사진으로 설명되는 제품이라 SNS 확산에 유리하다.
- 맛 구조는 대중적이라 파인트 조합에 넣기 쉽다.
- 케이크, 모찌, 굿즈로 확장하기 좋은 세계관이 있다.
아쉬운 지점도 있다
- 청량한 색과 달리 실제 맛은 꽤 달고 묵직하다.
- 거북이 초콜릿 같은 장식 요소는 매장별 체감 편차가 생길 수 있다.
- 비주얼 기대가 커서 맛의 섬세함보다 인증샷 기억이 앞설 수 있다.
베라가 배운 건 맛보다 기억의 재고 관리다
12년 동안 여러 브랜드를 보면서 느낀 건, 오래가는 브랜드는 신제품을 계속 찍어내는 브랜드가 아니라 기억을 다시 꺼내 쓰는 브랜드라는 점입니다. 배스킨라빈스는 이달의 맛 히스토리를 쌓아두고, 반응이 있었던 플레이버를 다시 호출합니다. 블루 서퍼비치의 재등장은 그 방식이 아직 유효하다는 신호처럼 보입니다.
사실 아이스크림 한 스쿱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붙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근데 소비재 브랜드는 원래 작은 선택의 반복으로 만들어집니다. 편의점에서 집어 든 음료, 카페에서 고른 시즌 라떼, 배라 냉장고 앞에서 고른 파란 아이스크림 하나가 브랜드 기억을 조금씩 쌓습니다.
베라 블루서퍼비치는 완벽한 맛이라서 돌아온 메뉴라기보다, 여름이라는 계절을 브랜드 언어로 번역하는 데 성공한 메뉴에 가깝습니다. 파란색, 서핑, 쿠키 리본, 바다거북 초콜릿. 이 요소들이 모여 소비자에게 짧은 휴가 같은 기분을 약속합니다. 저는 이런 제품을 볼 때마다 브랜드가 결국 파는 건 제품의 물성만이 아니라 ‘그 제품을 고르는 순간의 기분’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자료 확인: 배스킨라빈스 공식 보도자료 2024.06.28 https://www.baskinrobbins.co.kr/information-center/press/view.php?seq=1220 / 공식 메뉴 페이지 https://www.baskinrobbins.co.kr/menu/view.php?seq=1076 / 재출시 보도자료 2025.08.22 https://www.baskinrobbins.co.kr/information-center/press/view.php?seq=13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