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쮸 토마토를 보고 떠올린, 오래된 브랜드가 다시 어려지는 법

얼마 전 올리브영 매대에서 마이쮸 토마토를 찾는 사람을 봤는데, 솔직히 그 장면이 꽤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마이쮸라면 포도, 딸기, 복숭아 같은 안전한 단맛의 영역에 있어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토마토라니요. 사탕 코너에서 갑자기 샐러드 바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크라운제과는 2026년 5월 13일 마이쮸 토마토를 정식 출시했습니다. 2004년 시작한 마이쮸가 과일 중심의 맛 공식에서 벗어나 채소를 전면에 세운 첫 사례로 보도됐죠. 사전 판매 단계부터 올리브영에서 품귀 이야기가 나왔고, SNS에는 인증샷이 빠르게 쌓였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제품 자체보다 의사결정의 방향입니다. 이건 단순한 신맛, 단맛의 확장이 아니라 브랜드가 스스로의 나이를 다시 조정한 사건에 가깝습니다.
마이쮸가 원래 팔던 건 맛보다 습관이었다
마이쮸는 출시 이후 오랫동안 ‘쫄깃한 과일맛 캔디’라는 약속을 팔았습니다. 아이들이 문방구에서 집어 들고, 어른들은 계산대 근처에서 무심히 담는 제품. 브랜드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좋은 자리입니다. 큰 설명이 필요 없고, 실패 가능성도 낮습니다.
그런데 오래 살아남은 브랜드일수록 문제가 생깁니다. 익숙함은 자산이지만, 동시에 지루함이 됩니다. 특히 간식 시장은 더 그렇습니다. 젤리, 츄잉캔디, 기능성 캔디, 저당 스낵이 계속 치고 들어오면 “나 아직 있어”라고 말하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해집니다.
마이쮸 토마토는 이 지점에서 나왔습니다. 기존 고객에게는 “이게 무슨 맛이지?”라는 호기심을 주고, 어린 소비자에게는 “이거 콘텐츠 되겠다”는 반응을 만듭니다. 브랜드가 늙지 않으려면 신제품을 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다시 말하게 만들 이유를 줘야 합니다.
토마토는 이상하지만, 그래서 기억된다
브랜드 기획을 하다 보면 가장 위험한 맛은 이상한 맛이 아닙니다. 애매하게 괜찮은 맛입니다. 사람들은 애매하게 괜찮은 제품을 굳이 찍어 올리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말하지도 않습니다. 반면 토마토맛 마이쮸는 이름만으로 반응을 만듭니다.
토마토는 한국 간식 시장에서 묘한 위치에 있습니다. 과일처럼 설탕을 뿌려 먹은 기억도 있고, 채소처럼 건강한 이미지도 있습니다. 달콤함과 건강함 사이에 걸쳐 있죠. 그래서 마이쮸 토마토는 “맛있을까?”보다 “진짜 토마토야?”라는 질문을 먼저 끌어냅니다. 이 차이가 큽니다.
- 기존 마이쮸의 자산: 쫄깃함, 과일맛, 대중성
- 토마토가 가져온 변화: 낯섦, 인증 욕구, 헬시플레저 이미지
- 소비자가 느끼는 재미: 실패해도 이야기할 수 있는 맛
사실 이건 허니버터칩 이후 여러 식품 브랜드가 반복해 온 공식과 닮았습니다. 맛 자체가 압도적으로 새롭다기보다, “먹어봤어?”라는 대화를 먼저 장악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마이쮸 토마토는 기존 브랜드의 신뢰가 받쳐주기 때문에 더 유리합니다. 처음 보는 브랜드가 토마토 캔디를 냈다면 장난처럼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마이쮸가 하니까 실험처럼 보입니다.
올리브영이라는 무대 선택도 영리했다
마이쮸 토마토에서 빼놓기 어려운 장면은 올리브영입니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가 아니라 올리브영에서 먼저 품귀 이야기가 나온 건 꽤 상징적입니다. 올리브영은 이제 화장품 매장이라기보다 1020 소비자의 취향 전시장에 가깝습니다. 작은 간식 하나도 ‘발견한 물건’처럼 소비됩니다.
마이쮸가 동네 슈퍼 매대에서 조용히 신제품을 냈다면 반응은 달랐을 겁니다. 올리브영에서는 제품이 기능보다 태도로 읽힙니다. 토마토맛 캔디를 집어 드는 행동 자체가 살짝 장난스럽고, 가볍게 유행에 올라타는 느낌을 줍니다. 브랜드는 여기서 이득을 봅니다. 광고비를 크게 쓰지 않아도 소비자가 직접 매대를 찍고, 봉지를 찍고, 맛 평가를 올리니까요.
기획자의 눈으로 보면 이건 유통 채널을 판매처가 아니라 미디어로 본 선택입니다. 제품이 어디에 놓이느냐가 제품의 의미를 바꿉니다. 같은 마이쮸 토마토라도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 있으면 추억의 변주이고, 올리브영에 있으면 트렌드 간식이 됩니다.
다만 유행은 약속을 오래 책임지지 않는다
여기서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습니다. 품귀와 인증샷은 초기 흥행의 증거일 수 있지만, 장기 생존의 보증서는 아닙니다. 식품 카테고리에서 호기심 구매는 빠르게 일어납니다. 문제는 두 번째 구매입니다. 다시 사 먹을 만큼 맛이 설득되는가, 기존 마이쮸 라인업 안에서 계속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브랜드가 낯선 맛을 낼 때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화제성은 만들었는데, 브랜드 약속이 흐려지는 경우입니다. 마이쮸의 약속은 기본적으로 ‘쫄깃하고 달콤한 즐거움’입니다. 토마토가 이 안에서 재미있는 변주로 남으면 성공이고, 억지스러운 장난으로 느껴지면 짧은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이번 선택은 꽤 좋은 실험으로 보입니다. 토마토라는 소재가 너무 멀리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추장, 김치, 마늘 같은 강한 장난으로 가면 브랜드의 중심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반면 토마토는 낯설지만 달콤한 간식으로 번역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 정도의 이탈은 브랜드를 망가뜨리기보다 다시 보이게 만듭니다.
오래된 브랜드가 젊어지는 순간
마이쮸 토마토를 보면서 결국 브랜드의 나이는 출시 연도보다 대화량으로 정해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04년에 나온 브랜드라도 사람들이 지금 다시 말하면 젊어집니다. 반대로 어제 나온 브랜드라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늙어 보입니다.
마이쮸 토마토의 진짜 성과는 판매량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매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마이쮸가 이런 것도 하네”라는 인식을 얻은 게 더 큽니다. 그 말 안에는 앞으로 다른 실험을 해도 받아들여질 여지가 생겼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신제품을 볼 때 박수만 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운도 분명히 작용합니다. 헬시플레저 흐름, 올리브영의 간식 큐레이션, SNS 인증 문화가 딱 맞물렸습니다. 그런데 운이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브랜드는 미리 자기 자산을 잘 알고 있던 브랜드입니다. 마이쮸 토마토는 이상한 맛 하나가 아니라, 익숙한 브랜드가 자신을 다시 말하게 만든 꽤 영리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