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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빙수를 기다리다 보니 보인, 이 브랜드의 진짜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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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빙수를 기다리다 보니 보인, 이 브랜드의 진짜 계산

빙수 하나로 보이는 스타벅스의 성격

얼마 전 여름 메뉴판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카페에서 여름이면 거의 의무처럼 등장하는 게 빙수인데, 스타벅스는 참 오래 버틴다는 느낌이었어요. 망고, 말차, 팥, 인절미까지 카페 브랜드들이 빙수 전쟁을 벌일 때도 스타벅스는 대체로 프라푸치노, 콜드 브루, 티 베이스 음료 쪽으로 여름을 끌고 갑니다.

사실 이건 단순히 “왜 안 팔지?”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브랜드 기획 관점에서 보면 스타벅스 빙수는 꽤 흥미로운 가정입니다. 만들 수는 있습니다. 팔면 화제도 됩니다. 그런데 스타벅스가 쉽게 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잃을 수 있는 것도 있다는 뜻이죠.

빙수는 매출보다 운영이 먼저 걸린다

빙수는 보기엔 디저트지만, 매장 운영 입장에서는 꽤 까다로운 상품입니다. 얼음 품질, 토핑 보관, 제조 시간, 그릇 회수, 테이블 점유 시간까지 한 번에 따라옵니다. 커피 한 잔처럼 1분 안에 회전시키기 어렵고, 테이크아웃 중심 매장과도 궁합이 애매합니다.

스타벅스는 한국에 1,900개 안팎의 매장을 운영하는 초대형 체인입니다. 이런 규모에서 신메뉴는 맛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전국 매장에서 거의 같은 품질로 나와야 하고, 파트너 교육도 단순해야 하며, 피크타임 병목을 만들면 안 됩니다. 빙수는 여기서 걸리는 항목이 많습니다.

특히 스타벅스의 강점은 “어느 매장에 가도 예상 가능한 경험”입니다. 반대로 빙수는 매장별 편차가 잘 드러나는 메뉴입니다. 얼음이 너무 굵거나, 토핑이 한쪽으로 몰리거나, 사진과 다르게 나오면 불만이 바로 생깁니다. 브랜드가 약속한 안정감과 빙수의 수작업성이 살짝 충돌하는 겁니다.

스타벅스는 여름을 빙수 대신 음료로 판다

스타벅스가 여름 장사를 안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여름을 굉장히 잘 팝니다. 다만 방식이 다릅니다. 빙수처럼 테이블에 앉아 나눠 먹는 메뉴보다, 손에 들고 이동하는 차가운 음료에 집중합니다. 프라푸치노, 블렌디드, 피지오, 콜드 브루는 스타벅스의 동선과 잘 맞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객단가입니다. 빙수 하나를 1만 원대 중후반에 팔면 좋아 보이지만, 두세 명이 나눠 먹으면 잔 수는 줄어듭니다. 반면 차가운 음료는 1인 1잔 구조를 유지합니다. 2025년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가 4,700원, 카페 라떼가 5,200원으로 조정됐다는 보도도 있었죠. 가격 저항을 관리하면서도 잔 단위 판매를 유지하는 게 이 브랜드의 기본 문법입니다.

빙수는 “여럿이 하나”의 문화에 가깝고, 스타벅스는 “각자 한 잔”의 문화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는 작아 보여도 매장 회전율과 브랜드 습관을 크게 바꿉니다.

그럼에도 스타벅스 빙수가 끌리는 이유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타벅스 빙수가 자꾸 상상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이미 로컬 메뉴를 꽤 능숙하게 다뤄왔기 때문입니다. 쑥, 제주 말차, 지역 특화 음료, 특화 매장 전용 푸드처럼 한국적 재료를 글로벌 브랜드 문법 안에 넣는 데 익숙합니다.

더양평DT점, 더북한산점, 경동1960점 같은 스페셜 스토어 사례도 있습니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더양평DT점은 평일 약 1,000명, 주말 약 1,500명이 찾는 매장으로 소개됐고,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런 공간을 “일부러 찾아오는 매장”으로 키워왔습니다. 이런 곳이라면 빙수가 들어갈 여지가 생깁니다. 전국 메뉴가 아니라 목적지형 매장의 한정 경험으로요.

  • 전국 매장 공통 메뉴: 운영 부담이 크고 품질 편차 위험이 큼
  • 스페셜 스토어 한정 메뉴: 방문 이유를 만들고 가격 설득이 쉬움
  • 시즌 예약형 메뉴: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움

브랜드가 빙수를 한다면, 저는 일반 매장보다 특화 매장이 먼저라고 봅니다. 스타벅스가 잘하는 건 메뉴 하나를 갑자기 히트시키는 게 아니라, 공간과 메뉴를 묶어서 “거기 가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일이니까요.

빙수를 안 파는 선택도 브랜드 전략이다

브랜드를 오래 보다 보면, 좋은 기획은 “무엇을 할까”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까”에서 더 선명해질 때가 많습니다. 스타벅스 빙수도 그렇습니다. 팔면 분명 사진은 잘 나올 겁니다. 여름 검색량도 잡을 수 있고, SNS 반응도 빠르게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늘 이긴 방식은 유행을 가장 빠르게 따라가는 쪽이 아니었습니다. 익숙한 초록 로고 아래에서 내가 예상한 만큼의 품질, 좌석, 주문 경험, 멤버십 혜택을 받는다는 감각. 그 약속이 먼저였습니다. 빙수는 그 약속을 강화할 수도 있지만, 잘못 넣으면 오히려 흔들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스타벅스 빙수가 언젠가 나온다면 꽤 팔릴 거라고 봅니다. 다만 전국 출시보다 “더북한산 말차 빙수”나 “제주 송당 한정 빙수”처럼 장소의 기억과 묶였을 때 훨씬 스타벅스답습니다. 빙수는 얼음 디저트가 아니라 체류 시간을 파는 메뉴이고, 스타벅스가 정말 잘 파는 것도 결국 커피만이 아니라 그 시간을 갖는 기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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