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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MD에 줄 서는 사람들을 12년째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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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MD에 줄 서는 사람들을 12년째 봤더니

매장보다 굿즈가 먼저 보이는 순간

얼마 전 스타벅스 매장에 들렀는데, 계산대 앞보다 진열대 앞이 더 붐비는 장면을 봤습니다. 커피를 고르는 사람보다 텀블러를 들어보고, 컵 바닥을 확인하고, 시즌 색상을 비교하는 사람이 더 오래 머물더군요.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장면이 그냥 소비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커피가 아니라 ‘내가 이 브랜드와 어떤 관계인지’를 고르고 있다는 신호처럼 보입니다.

스타벅스 MD는 단순한 부가 상품이 아닙니다. 텀블러, 머그, 키링, 플래너, 보냉백 같은 물건들이 매장 밖으로 브랜드를 데리고 나갑니다. 커피는 마시면 사라지지만 MD는 책상 위, 차 안, 사무실, 여행 가방 안에 남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이보다 강한 반복 노출은 흔치 않습니다.

스타벅스 MD가 팔리는 이유는 예쁜 디자인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스타벅스 MD 인기를 디자인의 문제로만 봅니다. 물론 디자인은 중요합니다. 계절 컬러를 잘 쓰고, 도시 한정이나 홀리데이 무드를 상품에 입히는 감각도 좋습니다. 그런데 진짜 힘은 디자인보다 ‘소유할 이유’를 계속 만들어내는 운영에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MD를 늘 판매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은 늘 다릅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콜드컵과 캠핑 무드, 겨울에는 다이어리와 홀리데이 컬렉션이 옵니다. 같은 텀블러라도 지금 사지 않으면 지나간다는 느낌이 붙습니다. 여기서 희소성은 단순히 수량이 적다는 뜻이 아닙니다. 계절, 장소, 이벤트, 멤버십 경험이 겹치면서 ‘그때 산 물건’이 됩니다.

  • 제품 자체: 텀블러, 머그, 플래너처럼 일상에서 쓰기 쉬움
  • 구매 맥락: 시즌 한정, 지역 한정, 프로모션과 결합
  • 브랜드 감정: 커피 한 잔의 루틴이 물건으로 확장됨

브랜드 MD가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 여기서 미끄러지기 때문입니다. 로고를 붙인 상품은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그 물건을 집에 가져가도 어색하지 않은 세계관을 만드는 건 훨씬 어렵습니다. 스타벅스는 ‘카페에 어울리는 생활감’을 오래 쌓아왔고, MD는 그 생활감의 증거물이 됐습니다.

2020년 레디백 열풍이 보여준 것

스타벅스 MD를 이야기할 때 2020년 여름 e-프리퀀시 레디백 사례를 빼기 어렵습니다. 음료 17잔을 구매하면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고, 특히 서머 레디백은 오픈런과 품절, 중고 거래 이슈까지 만들었습니다. 당시 한 사람이 음료 수백 잔을 주문하고 사은품을 가져간 사례가 보도되면서 논란도 컸습니다.

브랜드 기획자 입장에서 이 사건은 성공담인 동시에 경고였습니다. 사람들은 스타벅스가 제안한 여름의 이미지를 사고 싶어 했습니다. 피크닉, 여행, 가벼운 이동, 사진 찍기 좋은 색감. 근데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서 브랜드 경험은 어느 순간 즐거운 참여가 아니라 피로한 경쟁이 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스타벅스가 MD로 ‘무료 사은품’을 판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비자는 사은품 가격을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물건을 얻기 위해 시간, 대기, 음료 구매, 중고 거래 프리미엄까지 감수했습니다. 이건 브랜드 자산이 물성 있는 상품으로 바뀌었을 때 얼마나 강한 욕망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MD는 팬덤을 만들지만, 동시에 브랜드 약속을 시험한다

스타벅스의 약속은 단순히 맛있는 커피가 아닙니다. 바쁜 하루 중 잠깐의 안정감, 익숙한 품질, 내 취향을 알아주는 듯한 선택지, 그리고 약간의 보상감입니다. MD는 이 약속을 강화할 수도 있고 깨뜨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텀블러 하나가 손에 잘 맞고 오래가면 소비자는 스타벅스를 더 신뢰합니다. 반대로 품질 논란이 생기거나, 행사 운영이 불공정하다고 느껴지면 실망은 커피 한 잔보다 깊게 남습니다. MD는 브랜드의 가장 작은 제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객이 매일 만지는 브랜드 접점입니다.

특히 스타벅스 MD의 강점은 ‘실용성 있는 과시’에 있습니다. 명품처럼 대놓고 과시하는 물건은 아니지만, 들고 다니면 취향이 드러납니다. 회사 책상 위의 텀블러, 운동 가방 옆의 콜드컵, 연말에 쓰는 플래너는 조용하게 말합니다. 나는 이 루틴을 가진 사람이라고요.

스타벅스 MD가 오래가는 브랜드 상품인 이유

브랜드 MD는 보통 세 가지 중 하나로 끝납니다. 너무 홍보물 같거나, 너무 비싸거나, 너무 쓸모없습니다. 스타벅스는 이 함정을 꽤 오래 피했습니다. 가격은 가볍지 않지만 선물 가능한 범위에 있고, 디자인은 시즌마다 바뀌며, 사용 장면은 매일 반복됩니다.

물론 모든 MD가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인기 없는 색상도 있고, 너무 잦은 출시가 피로감을 만들 때도 있습니다. 소비자가 ‘또 나왔네’라고 느끼는 순간, 희소성은 습관적인 판매 일정으로 바뀝니다. 브랜드가 조심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팬은 새로움을 원하지만, 브랜드가 자신을 너무 노골적으로 자극한다고 느끼면 금방 거리를 둡니다.

그래도 스타벅스 MD가 특별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브랜드는 커피를 파는 곳에서 출발했지만, 소비자에게는 어느새 계절을 기억하는 방식이 됐습니다. 벚꽃 텀블러를 보면 봄이 왔다고 느끼고, 빨간 컵을 보면 연말이 떠오릅니다. 이 정도면 MD는 상품이라기보다 브랜드가 고객의 시간표에 남긴 작은 표식에 가깝습니다.

저는 스타벅스 MD의 힘이 ‘잘 만든 굿즈’보다 ‘잘 반복된 약속’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사고 싶은 물건을 계속 만드는 것도 능력이지만, 그 물건을 사는 순간 고객이 자기 생활을 조금 더 근사하게 느끼게 만드는 건 더 어려운 일입니다. 스타벅스는 그 어려운 일을 꽤 오랫동안 해왔고, 그래서 사람들은 아직도 커피를 사러 갔다가 텀블러 앞에서 멈춰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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