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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 말차소주를 보며 떠올린, 요즘 소주 브랜드가 살아남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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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 말차소주를 보며 떠올린, 요즘 소주 브랜드가 살아남는 방식

얼마 전 편의점 주류 매대 앞에서 초록빛 PET 소주를 보고 잠깐 멈췄습니다. 소주 코너에서 말차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이건 맛보다 먼저 기획 의도가 보이더군요. 선양 말차소주는 단순히 ‘신기한 맛’ 하나를 얹은 제품이라기보다, 선양이라는 브랜드가 편의점 시장에서 어떤 약속을 다시 만들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습니다.

990원 소주 다음에 말차가 온 이유

선양은 이미 편의점에서 가격 이슈를 한 번 만든 브랜드입니다. 기존 소주 브랜드들이 익숙함과 유통 장악력으로 싸울 때, 선양은 640ml PET, 저도수, 제로슈거, 가벼운 가격 같은 언어로 들어왔습니다. 2024년 GS25에서 640ml 제품을 3,000원 수준으로 내놓았고, 이후 ‘착한소주 990’으로 가격 화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가격만으로는 브랜드가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싸다는 인상은 강하지만, 싸기 때문에 선택한 브랜드는 더 싼 제품이 나오면 쉽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다음 수가 중요했습니다. 선양 말차소주는 그 지점에서 꽤 영리합니다. 가격의 문을 열어둔 상태에서 취향의 방으로 소비자를 데려갑니다.

말차는 맛이 아니라 신호였다

선양소주와 GS25 자료 기준으로 선양 말차는 2026년 4월 22일 전국 GS25 단독으로 출시됐습니다. 알코올 도수는 14.9도, 용량은 640ml PET, 제로슈거 제품입니다. 말차추출분말 침출액 1%를 넣었고, 출시 당시 정상가 3,800원에서 500원 할인한 3,300원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숫자보다 중요한 건 ‘말차코어’라는 흐름을 소주에 붙였다는 점입니다. 말차는 이미 카페, 디저트, 아이스크림, 하이볼 쪽에서 젊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취향 코드가 됐습니다. 쌉쌀함, 초록색, 덜 달 것 같은 인상, 사진에 잘 잡히는 색감까지 있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맛과 비주얼, SNS 확산성을 한 번에 가져갈 수 있는 소재입니다.

이 제품이 노린 장면

  • 혼술이나 홈술에서 한 병을 오래 마시는 장면
  • 얼음컵에 따라 색감을 보여주는 장면
  • 기존 소주보다 덜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장면
  • 편의점에서 신제품을 발견하고 바로 사는 장면

사실 이건 제품 개발보다 사용 장면 설계에 가깝습니다. 소비자가 어디서 발견하고, 어떻게 찍고, 누구에게 말할지를 먼저 잡은 다음 맛을 붙인 느낌이 납니다. 12년 동안 브랜드를 보면서 느낀 건, 이런 제품은 회의실에서 “맛있다”로 통과되는 게 아니라 “이야깃거리가 된다”로 통과됩니다.

선양의 약속은 ‘가볍고 새롭게’에 가깝다

선양 브랜드를 보면 병 디자인, 고래 캐릭터, 크라운캡, 저도수, 저칼로리 같은 요소가 계속 반복됩니다. 선양의 초기 기획 자료에서도 ‘가볍게, 그리고 새롭게’라는 방향성이 읽힙니다. 이 말은 광고 문구가 아니라 제품의 구조에 박혀 있어야 힘을 얻습니다.

선양 말차소주는 그 약속을 꽤 일관되게 이어갑니다. 14.9도는 전통적인 소주 이미지보다 낮고, 제로슈거는 요즘 소비자가 덜 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명분을 줍니다. 640ml PET은 혼자 마시기에도, 둘이 나눠 마시기에도 편합니다. 유리병 소주가 식당 테이블의 술이라면, 이 제품은 편의점 냉장고와 집 냉동실 사이에 놓이는 술입니다.

물론 맛의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말차는 향이 조금만 어긋나도 텁텁하거나 인공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선양은 특수 여과 공법과 자체 레시피로 텁텁함을 줄였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반복 구매는 첫 잔의 신기함을 넘어 두 번째 병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브랜드가 얻은 것과 잃을 수 있는 것

선양 말차소주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첫째, 발견성이 좋습니다. 초록색 소주는 매대에서 튑니다. 둘째, 대화 소재가 됩니다. “말차 소주 마셔봤어?”라는 문장은 브랜드가 돈 주고 사기 어려운 홍보 문장입니다. 셋째, GS25 단독 판매는 유통의 희소성을 만들어 줍니다.

근데 위험도 있습니다. 트렌드 맛 제품은 유행의 속도를 같이 떠안습니다. 말차가 뜨면 빠르게 올라가지만, 소비자가 피로감을 느끼는 순간 같이 식습니다. 또 너무 많은 변주 제품을 내면 선양의 본래 이미지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가격, 저도수, 재미, 지역성, 캐릭터, 맛 확장까지 한 브랜드 안에 너무 많은 약속이 들어오면 소비자는 결국 가장 자극적인 것만 기억합니다.

그래서 선양이 계속 봐야 할 지표는 출시 화제성이 아니라 재구매와 상시 매대 생존입니다. 편의점 신제품은 들어가는 것보다 남는 게 어렵습니다. 몇 주간 SNS에서 보이는 제품과 6개월 뒤에도 냉장고 한 칸을 차지하는 제품은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이 제품을 보며 든 생각

선양 말차소주는 대형 소주 브랜드를 정면으로 이기겠다는 제품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익숙한 소주 시장 옆에 작은 틈을 만들고, 그 틈에 취향과 가격과 재미를 끼워 넣은 제품입니다. 이 방식은 약한 브랜드가 강한 브랜드를 상대할 때 자주 쓰는 전술입니다. 모두의 술이 되기보다, 먼저 이야기되는 술이 되는 겁니다.

브랜드는 자신이 한 약속을 소비자가 실제 장면에서 느끼게 만들 때 살아납니다. 선양 말차소주의 약속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무겁지 않게, 낯설게, 편의점에서 바로 집어 들 수 있게. 그 정도의 약속이라면 지금의 선양에게 꽤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다만 이 신선함이 일회성 맛놀이로 끝날지, 선양이라는 이름의 다음 기억으로 남을지는 결국 두 번째 구매가 말해줄 겁니다.

선양 말차소주를 보며 떠올린, 요즘 소주 브랜드가 살아남는 방식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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