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킨라빈스 우디의 후르츠를 보며 떠올린, 캐릭터 협업의 진짜 이야기

얼마 전 배스킨라빈스 매장 앞에서 아이들이 아이스크림보다 우디 굿즈에 먼저 반응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사실 이런 장면은 브랜드 기획자 입장에서 꽤 익숙합니다. 신제품이 팔리는 건지, 캐릭터가 팔리는 건지, 혹은 ‘지금만 살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팔리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순간이거든요.
우디의 후르츠 어드벤처는 2026년 6월 배스킨라빈스가 토이 스토리 협업으로 내놓은 이달의 맛입니다. 레몬, 수박, 라임, 코코넛 젤리를 앞세운 알록달록한 과일 계열 아이스크림이고, 함께 나온 버즈의 애플 리치 빔, 케이크, 선데, 키캡 키링 같은 굿즈까지 묶이면서 단순한 신메뉴라기보다 작은 캠페인에 가까웠습니다.
우디가 맛보다 먼저 판 것은 기억이었다
브랜드 협업에서 가장 강한 자산은 설명이 필요 없는 기억입니다. 우디는 1995년 토이 스토리 1편부터 이어진 캐릭터이고, 2026년 기준으로 30년 넘게 여러 세대의 기억 안에 남아 있습니다. 어린이는 캐릭터를 보고, 부모는 자기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이 구조가 생각보다 강합니다.
배스킨라빈스가 우디를 고른 건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붙인 선택이 아닙니다. 아이스크림은 원래 ‘맛’의 제품이지만, 이달의 맛은 매달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상품입니다. 평소라면 민트초코, 뉴욕치즈케이크, 엄마는 외계인처럼 익숙한 맛으로 돌아가는 소비자에게 새 맛을 고르게 하려면 꽤 강한 명분이 필요합니다. 우디는 그 명분이 됩니다.
여기서 브랜드가 한 약속은 이겁니다. ‘한 컵 안에서 토이 스토리의 장난감 같은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겠다.’ 제품명에도 어드벤처가 들어갑니다. 맛의 약속보다 경험의 약속이 앞에 서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제품 경험은 약속을 끝까지 따라갔을까
공식 소개 기준으로 우디의 후르츠 어드벤처는 1회 제공량 115g, 열량 162kcal, 당류 28g입니다. 싱글레귤러 가격은 3,900원으로 안내됐고, 선데 버전은 7,900원에 221g, 465kcal, 당류 63g으로 소개됐습니다. 숫자만 보면 여름철 과일 샤베트처럼 가벼운 이미지를 가져가되, 실제로는 단맛의 존재감이 꽤 큰 제품입니다.
소비자 후기를 보면 흥미로운 갈림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수박, 복숭아, 레몬라임 조합이 산뜻하고 코코넛 젤리 식감이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인공적인 단맛이 강하고 기대한 과일 샤베트의 청량함과는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캐릭터 협업 제품은 첫 구매 장벽을 낮추지만, 두 번째 구매는 결국 맛이 결정합니다.
브랜드 기획을 오래 하다 보면 자주 보는 실수가 있습니다. 캠페인이 너무 강하면 제품은 캠페인의 소품이 됩니다. 우디의 후르츠 어드벤처도 비주얼, 이름, 굿즈, 시즌감은 좋았습니다. 다만 ‘과일 모험’이라는 말이 주는 기대가 상큼함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보니, 단맛이 강하게 느껴진 소비자에게는 약속과 체감 사이에 거리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굿즈는 덤이 아니라 구매 이유가 됐다
이번 협업에서 눈에 띄는 건 아이스크림만이 아니었습니다. 키캡 키링, 틴케이스, 키즈 우의 같은 굿즈가 함께 움직였습니다. 요즘 식음료 협업에서 굿즈는 사은품이 아니라 트래픽 장치입니다. 매장에 방문할 이유를 만들고, 재고 확인을 하게 만들고, 구매 후 사진을 찍게 만듭니다.
특히 토이 스토리 같은 IP는 랜덤 굿즈와 잘 맞습니다. 우디, 버즈, 제시, 알린, 포키처럼 캐릭터 선호가 나뉘고, 뽑기의 재미가 붙습니다. 소비자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가 작은 수집 경험을 가져옵니다. 이때 배스킨라빈스는 디저트 브랜드를 넘어 ‘월간 이벤트가 있는 공간’처럼 작동합니다.
- 맛은 제품 만족을 만든다.
- 캐릭터는 첫 관심을 만든다.
- 굿즈는 방문 이유를 만든다.
- 한정성은 지금 사야 할 핑계를 만든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맞물리면 캠페인은 꽤 강해집니다. 다만 반대로 말하면 하나라도 어긋났을 때 실망도 빨리 보입니다. 굿즈가 부족하거나, 제품이 생각보다 평범하거나, 매장마다 운영 경험이 다르면 소비자는 ‘귀엽긴 한데 굳이?’로 빠르게 이동합니다.
운도 좋았다, 하지만 운만은 아니었다
토이 스토리 협업은 타이밍의 힘을 크게 받았습니다. 2026년에는 토이 스토리 5 개봉 흐름이 있었고, 유통업계 전반에서 캐릭터 협업이 이어졌습니다. 가나초콜릿, 이니스프리 같은 브랜드도 토이 스토리 에디션을 활용했습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이미 토이 스토리가 떠다니는 시점에 배스킨라빈스가 들어간 겁니다.
이건 운입니다. 하지만 준비된 운에 가깝습니다. 배스킨라빈스는 원래 이달의 맛이라는 반복 가능한 캠페인 포맷을 갖고 있습니다. 매달 신제품을 낼 수 있는 구조, 매장 진열을 바꿀 수 있는 운영력, 굿즈를 붙여 구매 이유를 확장하는 방식이 이미 몸에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큰 IP가 들어왔을 때 빠르게 ‘제품-매장-굿즈-SNS’ 흐름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는 가끔 대단한 아이디어보다 반복 가능한 그릇 때문에 이깁니다. 우디의 후르츠 어드벤처도 맛 하나로만 보면 호불호가 있는 여름 과일 아이스크림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토이 스토리라는 기억, 6월이라는 계절, 굿즈 수집 욕구, 이달의 맛이라는 습관이 겹치면서 평범한 신메뉴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얻었습니다.
우디의 후르츠가 남긴 브랜드 숙제
솔직히 저는 이런 협업을 볼 때 늘 반반의 마음이 듭니다. 반갑습니다. 매장에 활기가 생기고, 소비자가 신제품을 궁금해하고, 브랜드가 잠깐이라도 문화의 대화 안으로 들어오니까요. 그런데 동시에 위험합니다. 캐릭터가 너무 빛나면 브랜드의 실력이 가려집니다.
배스킨라빈스가 이번에 보여준 장점은 분명합니다. 추억을 구매 이유로 바꾸는 능력, 한정판의 긴장감을 만드는 능력, 아이스크림을 굿즈 경험과 묶는 능력입니다. 반대로 남은 숙제도 있습니다. 협업이 끝난 뒤에도 소비자가 ‘그 맛 자체가 다시 먹고 싶다’고 말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브랜드는 결국 약속의 누적입니다. 우디의 후르츠 어드벤처가 약속한 건 알록달록한 모험이었고, 많은 소비자는 그 장난감 같은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다만 다음 협업에서 더 오래 남으려면 캐릭터가 떠난 자리에도 맛의 기억이 남아야 합니다. 귀여움은 사람을 데려오지만, 다시 오게 만드는 건 늘 제품 쪽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