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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솔김치를 브랜드 관점에서 다시 봤더니, 김치보다 약속을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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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솔김치를 브랜드 관점에서 다시 봤더니, 김치보다 약속을 팔고 있었다

얼마 전 홈쇼핑 채널을 틀어놓고 일하다가 도미솔김치 구성을 봤습니다. 포기김치 몇 kg, 총각김치 몇 kg, 오이통김치까지 붙은 전형적인 김치 판매 화면이었는데, 이상하게 눈이 오래 갔습니다. 가격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김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던지는 약속이 너무 선명했거든요. “맛있다”보다 먼저 “실패하지 않는다”는 약속 말입니다.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대단한 광고 문구보다 반복 구매가 만들어낸 조용한 신뢰가 더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도미솔김치는 딱 그쪽에 가깝습니다. 화려한 세계관을 만든 브랜드는 아니지만, 김치라는 생활재 시장에서 꽤 영리한 위치를 잡았습니다.

김치 브랜드가 팔아야 하는 건 맛 하나가 아니다

김치는 참 까다로운 상품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일 먹는 반찬인데, 막상 구매할 때는 불안 요소가 많습니다. 너무 시면 어쩌나, 양념이 달면 어쩌나, 배추가 물러 있으면 어쩌나, 배송 중에 국물이 새면 어쩌나. 냉장고에 10kg짜리 김치가 들어오는 순간, 실패 비용이 꽤 커집니다.

그래서 김치 브랜드의 진짜 경쟁력은 “맛있습니다”라는 말이 아니라 “이번에도 비슷할 겁니다”라는 확신에 있습니다. 도미솔김치가 홈쇼핑과 온라인에서 오래 버틴 이유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구성은 익숙하고, 가격대는 대량 구매에 맞춰져 있고, 상품명은 포기김치·총각김치·열무김치처럼 바로 이해됩니다. 소비자가 고민할 시간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브랜드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이건 꽤 중요한 선택입니다. 프리미엄 김치처럼 장인성만 강조하지도 않고, 초저가 김치처럼 가격만 전면에 세우지도 않습니다. 대신 “집에 두고 먹기 괜찮은 김치”라는 넓은 수요를 잡습니다. 사실 식품 시장에서 이 포지션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특별한 날 한 번 사는 브랜드보다, 냉장고가 비면 다시 찾는 브랜드가 매출을 만듭니다.

2005년에 시작한 브랜드가 쌓은 신뢰의 방식

도미솔식품은 경기도 기업 정보 기준으로 2005년 12월 설립된 김치 제조 기업입니다. 김치 업계에서 20년 가까이 버텼다는 건 단순한 생존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원재료 가격은 계속 흔들리고, 배추 작황은 매년 다르고, 소비자 입맛은 지역과 세대에 따라 갈립니다. 그런데도 브랜드가 계속 팔린다면, 내부 운영력이 어느 정도 받쳐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눈에 띄는 이력도 있습니다. 2007년 HACCP 지정을 받았고, 전통식품 품질인증과 경기도 G마크 인증 같은 품질 관련 이력을 쌓았습니다. 2014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김치품평회에서 경기권 최우수 브랜드로 언급됐고, 2016년과 2018년에도 우수 브랜드 이력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인증이나 수상은 소비자가 매번 꼼꼼히 기억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판매 화면에서 한 줄씩 쌓이면 “여긴 아무 데나 만든 김치는 아니겠네”라는 감각을 만듭니다.

브랜드는 대개 한 번의 큰 캠페인으로 성장한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도미솔김치 같은 생활 식품은 다릅니다. 인증, 생산량, 홈쇼핑 판매, 리뷰, 재구매가 작은 증거처럼 누적됩니다. 큰 감동은 없어도 불만이 적은 경험이 반복될 때 브랜드 자산이 생깁니다.

홈쇼핑은 도미솔김치에게 유통이 아니라 무대였다

도미솔김치를 이야기할 때 홈쇼핑을 빼기는 어렵습니다. 경기도 기업 정보에는 2020년 공영홈쇼핑 전체 매출 1위 이력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김치가 홈쇼핑에서 잘 팔리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양이 많고, 구성 설명이 필요하고, 실시간 혜택이 붙기 좋습니다. 무엇보다 진행자가 맛과 식감을 말로 대신 경험하게 만들어줍니다.

여기서 도미솔김치의 브랜드 전략이 보입니다. 오프라인 매대에서는 수많은 김치 중 하나로 보일 수 있지만, 홈쇼핑에서는 10분 이상 브랜드가 주인공이 됩니다. 배추의 원산지, 양념의 양, 숙성감, 구성의 실속을 계속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식품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설득할 시간을 확보한다는 건 생각보다 큰 무기입니다.

홈쇼핑형 브랜드의 장점은 판매 전환이 빠르다는 겁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방송 조건, 가격 혜택, 대용량 구성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정상가 구매에 더 민감해질 수 있습니다. 도미솔김치가 앞으로 더 강해지려면 “방송 때 사는 김치”를 넘어 “필요할 때 떠오르는 김치”로 기억을 넓혀야 합니다. 이 차이가 브랜드의 체력을 가릅니다.

도미솔김치가 잘한 선택과 아쉬운 지점

브랜드 관점에서 도미솔김치가 잘한 부분은 명확합니다. 첫째, 신뢰의 언어를 꾸준히 사용했습니다. HACCP, 국내산 농산물, 품질 인증, 연간 생산량 같은 요소는 김치 구매의 불안을 줄여줍니다. 둘째, 상품 구성이 실용적입니다. 포기김치만 파는 게 아니라 열무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파김치, 갓김치, 동치미처럼 밥상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메뉴를 갖췄습니다.

  • 불안을 줄이는 품질 인증 메시지
  • 대용량 구매에 맞는 홈쇼핑 구성
  • 포기김치 외 별미김치 라인 확장
  • 박미희 대표 이름을 활용한 신뢰 자산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도미솔이라는 이름이 가진 이야기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각인되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많은 사람은 “홈쇼핑에서 본 김치”, “가격 괜찮은 김치”, “리뷰 많은 김치” 정도로 기억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건 나쁜 기억은 아니지만, 브랜드 충성도를 만들기에는 조금 약합니다.

김치 시장은 앞으로 더 세분화될 겁니다. 저염, 비건, 지역식, 프리미엄 원재료, 1인 가구 소포장, 아이용 김치처럼 소비 이유가 계속 갈라집니다. 도미솔김치가 지금의 대중성을 유지하면서도 자기만의 약속을 더 선명하게 말한다면, 단순한 제조 브랜드에서 선택 기준이 있는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운도 있었지만, 운만으로는 반복 구매가 안 된다

도미솔김치의 성장을 보면 홈쇼핑이라는 채널 운도 분명 있었습니다. 김치처럼 설명이 필요한 상품과 홈쇼핑은 궁합이 좋고, 대용량 식품을 한 번에 판매하는 구조도 잘 맞았습니다. 코로나 시기 이후 집밥 수요가 커진 흐름도 식품 브랜드에는 유리했습니다. 브랜드 성장을 이야기할 때 이런 외부 환경을 빼면 너무 낭만적인 해석이 됩니다.

그런데 운이 들어왔다고 모두 브랜드가 되지는 않습니다. 방송을 타도 재구매가 없으면 오래 못 갑니다. 김치는 더 냉정합니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브랜드 평가가 반복됩니다. 첫날은 맛있어도 일주일 뒤 물러지면 실망하고, 양념이 들쑥날쑥하면 다음 주문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미솔김치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브랜드의 강점은 목소리가 큰 데 있지 않고, 소비자의 실패 가능성을 꾸준히 낮춘 데 있습니다. 앞으로 더 필요한 건 예쁜 슬로건보다 “왜 도미솔이어야 하는가”를 더 짧고 분명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김치 브랜드의 약속은 결국 식탁에서 검증됩니다. 광고가 끝난 뒤에도 냉장고 안에서 계속 살아남는 브랜드라면, 그 약속은 꽤 단단한 편입니다.

도미솔김치를 브랜드 관점에서 다시 봤더니, 김치보다 약속을 팔고 있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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