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두바이 말차를 보며 떠올린, 유행을 메뉴로 바꾸는 브랜드의 진짜 이야기

요즘 카페 메뉴판을 보면 말차가 예전의 말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녹차라떼 하나로 충분했는데, 이제는 딸기, 바나나, 피스타치오, 초콜릿, 코코넛까지 붙습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걸린 이름이 있었습니다. 스타벅스 두바이 말차. 이름만 보면 중동 여행 기념품 같고, 실제로는 틱톡에서 커진 두바이 초콜릿 열풍을 스타벅스식 음료 문법으로 번역한 메뉴에 가깝습니다.
두바이 초콜릿은 왜 말차와 만났을까
두바이 초콜릿의 인기는 단순히 초콜릿이 맛있어서만 커진 게 아닙니다. 피스타치오 크림, 바삭한 카다이프 식감, 두툼한 단면, 잘랐을 때 터지는 초록빛. 이 모든 게 숏폼 영상에 잘 맞았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이건 맛보다 먼저 ‘보이는 약속’입니다. 한입 먹기 전부터 이 제품은 고급스럽고, 달고, 희소하고, 인증하고 싶을 것이라는 기대를 줍니다.
스타벅스가 여기에 말차를 붙인 건 꽤 영리합니다. 말차는 이미 초록색이라는 강한 시각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피스타치오도 초록 계열이고요. 여기에 초콜릿 크림 콜드폼을 얹으면 색 대비가 생깁니다. 음료 한 잔 안에서 ‘두바이 초콜릿의 기억’과 ‘스타벅스 말차 라떼의 익숙함’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스타벅스 메뉴 정보 기준으로 아이스 두바이 초콜릿 말차는 피스타치오 소스, 초콜릿 크림 콜드폼, 솔티드 브라운 버터 토핑을 얹은 한정 음료입니다. 그란데 기준 400칼로리, 당류 45g, 지방 19g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건강한 말차라기보다 디저트 음료에 가깝습니다. 근데 이 지점이 오히려 중요합니다. 스타벅스는 말차를 건강 이미지에만 가두지 않고, 디저트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파는 건 말차가 아니라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유행’
브랜드를 오래 보면, 강한 브랜드일수록 유행을 그대로 베끼지 않습니다. 자기 브랜드의 기존 문법 안으로 데려옵니다. 스타벅스의 문법은 명확합니다. 베이스 음료가 있고, 소스가 있고, 폼이 있고, 토핑이 있고, 앱에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신메뉴를 마시는 동시에 ‘내가 선택했다’는 감각을 얻습니다.
스타벅스 공식 발표에 따르면 말차는 2006년 그린 티 라떼로 메뉴에 들어왔고, 2025년에는 무가당 말차 파우더를 도입했습니다. 그 뒤 말차 음료 판매가 약 40% 증가했다는 언급도 있었습니다. 또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 직영 매장의 티 매출이 70% 이상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건 단순히 말차가 예뻐서 뜬 현상이라기보다, 오후 시간대 음료 수요와 비커피 선택지가 커졌다는 신호입니다.
커피를 줄이고 싶지만 카페 경험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달달한 디저트 음료를 원하지만 프라푸치노보다는 덜 무겁게 느끼고 싶은 사람들, 사진으로 남길 만한 색감을 찾는 사람들. 두바이 말차는 이 셋을 동시에 겨냥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맛의 혁신이라기보다 욕망의 포장 방식이 세련된 메뉴입니다.
브랜드 약속은 여기서 살짝 흔들린다
솔직히 브랜드 기획자 입장에서 스타벅스 두바이 말차를 보면 감탄과 걱정이 같이 듭니다. 감탄하는 쪽은 빠른 흡수력입니다. 두바이 초콜릿이라는 외부 유행을 가져와서, 말차라는 내부 자산과 합쳤습니다. 제품명만으로도 검색이 되고, 사진이 되고, 대화가 됩니다. 이건 대형 브랜드가 쉽게 못 하는 일입니다. 조직이 클수록 메뉴 개발은 느려지고, 승인 단계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걱정되는 쪽은 스타벅스가 너무 자주 ‘달콤한 화제성’에 기대게 될 때입니다. 브랜드가 한 약속이 프리미엄 커피 경험이었다면, 지금의 스타벅스는 점점 음료 엔터테인먼트 회사처럼 보입니다. 물론 나쁜 일은 아닙니다. 시장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다만 고객이 스타벅스를 떠올릴 때 커피 품질보다 시즌 음료와 앱 쿠폰, 한정 메뉴를 먼저 생각하게 되면 브랜드의 중심은 조금씩 이동합니다.
- 두바이 초콜릿: 희소성과 시각적 만족을 파는 유행
- 말차: 건강함과 색감을 동시에 가진 카페 자산
- 스타벅스: 둘을 표준화된 메뉴 시스템으로 바꾸는 플랫폼
이 조합은 그래서 강합니다. 동시에 위험합니다. 유행을 빨리 메뉴화할수록 브랜드는 젊어 보이지만, 너무 많은 유행을 삼키면 ‘스타벅스다움’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성공한 메뉴와 오래 남는 메뉴는 다르다
한정 메뉴는 대개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첫째, 매장 방문 이유를 만듭니다. 둘째, 브랜드가 아직 트렌드 안에 있다는 신호를 줍니다. 두바이 말차는 이 역할에는 꽤 잘 맞습니다. 이름이 세고, 색이 있고, 재료 조합도 설명하기 쉽습니다. “말차에 피스타치오, 초콜릿 폼 올라간 그거”라고 말하면 바로 그림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오래 남는 메뉴가 되려면 이야기가 한 번 더 필요합니다. 펌킨 스파이스 라떼가 오래 간 건 단순히 호박 맛 때문이 아니라, 가을이 오면 다시 돌아오는 의식이 됐기 때문입니다. 두바이 말차는 아직 그 단계는 아닙니다. 지금은 ‘요즘 유행하는 걸 스타벅스가 했다’에 가깝습니다. 이게 반복 구매로 이어질지, 한 번 찍고 지나갈지는 맛보다도 경험의 균형에 달려 있습니다.
너무 달면 한 번은 팔립니다. 너무 비싸 보여도 한 번은 팔립니다. 하지만 두 번째 잔은 다릅니다. 두 번째 잔은 고객이 스스로 납득해야 합니다. 이 음료가 내 오후를 바꿨는지, 내 기분을 실제로 좋게 했는지, 혹은 그냥 사진 한 장으로 끝났는지. 브랜드의 진짜 평가는 늘 두 번째 구매에서 시작됩니다.
스타벅스는 유행을 빌렸지만, 숙제도 같이 받았다
스타벅스 두바이 말차는 ‘두바이’라는 단어가 가진 이국적 고급감, ‘말차’의 건강하고 세련된 이미지, ‘초콜릿 폼’의 디저트 쾌감을 한 컵에 넣은 메뉴입니다. 잘 만든 조합입니다. 특히 브랜드가 가진 앱 주문, 커스터마이징, 한정 판매 시스템과 맞물리면 확산력이 큽니다.
다만 저는 이 메뉴를 보면서 스타벅스가 앞으로 더 어려운 게임을 하게 됐다고 느꼈습니다. 고객은 이제 스타벅스에게 익숙함만 기대하지 않습니다. 계속 새롭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새로움은 브랜드를 젊게 만들지만, 너무 자주 요구되면 브랜드를 피곤하게도 만듭니다.
그래서 두바이 말차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판매량 하나가 아닙니다. 스타벅스가 유행을 가져와도 자기 약속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 말차를 단순한 색감 재료가 아니라 브랜드 경험의 한 축으로 키울 수 있는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메뉴가 스타벅스의 장점과 불안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봅니다. 빠르게 반응하는 힘은 여전히 강하지만, 그 빠름이 언젠가 브랜드의 중심을 대신하게 되면 고객은 신메뉴는 기억해도 브랜드는 덜 기억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