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두쫀쿠 줄 서는 이유를 브랜드 관점에서 뜯어봤더니

얼마 전 백화점 식품관을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쿠키 하나를 사려고 줄을 꽤 길게 서 있더군요. 처음엔 또 하나의 SNS 디저트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이름을 듣고 조금 멈칫했습니다. 원조 두쫀쿠. 두바이 초콜릿 열풍, 쫀득쿠키, 피스타치오, 카다이프, 마시멜로가 한 덩어리로 묶인 그 디저트 말입니다.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유행 상품을 볼 때 맛보다 먼저 보이는 게 있습니다. 이 상품이 소비자에게 어떤 약속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약속을 누가 먼저 소유했는지입니다. 두쫀쿠는 그 지점에서 꽤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제품은 작지만, 브랜드가 커지는 방식은 전혀 작지 않았거든요.
원조라는 말이 왜 이렇게 강해졌나
두쫀쿠는 보통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로 불립니다. 두바이 초콜릿에서 온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의 바삭함, 한국식 쫀득쿠키의 식감, 여기에 마시멜로 특유의 늘어나는 질감이 붙으면서 이름 자체가 제품 설명이 됐습니다. 브랜드 네이밍으로 보면 상당히 효율적입니다. 듣는 순간 대략 어떤 맛인지 상상됩니다.
흥미로운 건 원조 논쟁입니다. 푸드 트렌드 리포트들에서는 청주의 달라또가 네모난 형태의 두바이쫀득쿠키를 먼저 내놓은 곳으로, 진주의 몬트쿠키가 지금 대중에게 익숙한 동그란 형태의 두쫀쿠를 확산시킨 곳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그러니까 ‘처음 말한 브랜드’와 ‘대중이 기억하는 형태를 만든 브랜드’가 살짝 갈리는 구조입니다.
브랜드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생깁니다. 최초와 대표는 다릅니다. 최초는 기록의 문제이고, 대표는 기억의 문제입니다. 소비자는 특허 문서를 읽고 구매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보고, 줄을 보고, 친구의 후기를 보고, “아 저게 그거구나” 하고 기억합니다. 원조 두쫀쿠라는 말이 힘을 얻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품보다 먼저 팔린 건 식감의 약속
두쫀쿠의 강점은 맛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피스타치오 맛이 진하다, 초콜릿이 달다, 쿠키가 쫀득하다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이 제품의 진짜 판매 포인트는 순서입니다. 겉은 쫀득하고, 속은 바삭하고, 씹다 보면 고소한 피스타치오가 올라옵니다. 소비자는 맛을 사지만, 콘텐츠에서는 ‘깨물었을 때의 장면’을 삽니다.
이게 요즘 디저트 브랜드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맛집의 설득 문장이 “좋은 재료를 씁니다”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먹는 순간 찍히는 장면이 있습니다”에 가깝습니다. 두쫀쿠는 반으로 자르는 순간, 카다이프와 크림이 보이고, 마시멜로가 늘어나는 그림이 나옵니다. 짧은 영상 플랫폼에 잘 맞는 제품인 셈입니다.
가격도 브랜드화에 영향을 줬습니다. 수제 두쫀쿠는 매장과 구성에 따라 개당 7천 원에서 1만 원 안팎으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쿠키라고 생각하면 비싸지만, 한정 디저트라고 생각하면 소비자는 납득합니다. 사실 가격이 높을수록 줄 서는 행위가 더 큰 인증이 되기도 합니다. “이걸 샀다”는 말이 “이 유행 안에 들어왔다”는 말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더현대 팝업이 만든 장면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2026년 1월 더현대 서울의 몬트쿠키 팝업스토어에는 원조 두쫀쿠를 사려는 대기줄이 생겼고, 준비 물량이 2시간 만에 완판됐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런 장면은 단순 판매 성과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브랜드가 자기 인기를 직접 말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기다리는 장면이 훨씬 강한 광고가 됩니다.
팝업의 역할도 컸습니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던 상품이 오프라인의 줄로 바뀌면 신뢰가 생깁니다. 사람들은 화면 속 디저트를 실제 매장에서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특히 백화점 팝업은 작은 브랜드에게 일종의 인증 배지처럼 작동합니다. “동네 맛집”에서 “전국구 브랜드 후보”로 넘어가는 문턱이죠.
근데 여기서 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없었다면 두쫀쿠의 출발선은 훨씬 낮았을 겁니다. 피스타치오, 카다이프, 중동식 디저트라는 키워드가 이미 시장에 깔려 있었고, 소비자는 새 변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브랜드가 잘한 건 그 흐름을 빠르게 잡아 자기만의 식감으로 번역한 일입니다.
이름도 레시피도 쉽게 복제되는 시장
두쫀쿠의 약점은 강점과 같은 곳에 있습니다. 이름이 쉽고, 구조가 직관적이며, 재료 조합이 눈에 잘 보입니다. 소비자가 빨리 이해하는 제품은 경쟁자도 빨리 따라 합니다. 실제로 개인 베이커리, 편의점, 대형 제과 브랜드까지 비슷한 제품을 내놓기 쉬운 형태입니다. 레시피 자체를 법적으로 막는 일도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때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먼저 했다”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원조 주장은 초반 관심을 만들지만, 오래 버티게 하는 건 경험의 일관성입니다. 같은 크기, 같은 식감, 같은 포장 완성도, 같은 응대, 같은 품절 관리가 쌓여야 합니다. 원조라는 단어는 간판이 아니라 빚에 가깝습니다. 기대치를 계속 갚아야 하거든요.
많은 푸드 브랜드가 여기서 흔들립니다. 유행이 오면 생산량을 늘리고, 채널을 넓히고, 굿즈와 세트를 만들고, 택배를 시작합니다. 다 필요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빠르게 넓히면 가장 중요한 한 입의 품질이 흐려집니다. 두쫀쿠 같은 제품은 특히 식감 편차가 치명적입니다. 눅눅해지거나, 단맛만 남거나, 피스타치오 풍미가 약해지는 순간 “줄 설 정도는 아닌데?”라는 말이 나옵니다.
원조 두쫀쿠가 오래 남으려면
제가 본 좋은 브랜드들은 유행을 붙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유행이 지나간 뒤에도 남을 이유를 만들었습니다. 원조 두쫀쿠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바이 초콜릿이라는 외부 트렌드에 기대어 뜬 제품이라면, 다음 단계에서는 자기 언어가 필요합니다. 계절 한정 맛보다 먼저 필요한 건 “왜 이 브랜드의 쫀득함은 다르냐”는 설명입니다.
예를 들면 피스타치오 원물 비율, 카다이프 볶는 정도, 마시멜로 반죽의 밀도, 배송 후 식감 유지 방식 같은 것들이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 기술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소비자가 “비슷해 보여도 여기 것이 다르다”고 느낄 근거는 꾸준히 줘야 합니다. 브랜드 약속은 멋진 문장이 아니라 반복해서 증명되는 감각입니다.
솔직히 두쫀쿠가 내년에도 지금처럼 줄을 세울지는 모릅니다. 대부분의 디저트 유행은 생각보다 빨리 식습니다. 다만 원조 두쫀쿠라는 이름이 재미있는 이유는, 작은 쿠키 하나가 지금 한국 소비 시장의 작동 방식을 꽤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최초가 되는 일, 대표로 기억되는 일, 복제 속에서 품질을 지키는 일.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해내는 브랜드만이 유행 다음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