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터치가 후덕죽 셰프를 버거에 올려봤더니 생긴 일

얼마 전 점심시간에 맘스터치 앞을 지나가는데, 키오스크 앞에서 사람들이 유난히 오래 멈춰 있더군요. 메뉴판에는 익숙한 싸이버거 옆에 낯선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후덕죽. 중식 대가의 이름이 패스트푸드 브랜드 한가운데 들어온 순간이었죠.
브랜드 기획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협업을 볼 때 먼저 맛보다 약속을 봅니다. 이 협업이 고객에게 던진 약속은 단순했습니다. “맘스터치에서도 셰프의 맛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문장이 꽤 위험합니다. 셰프의 이름을 빌렸는데 맛이 평범하면 실망은 메뉴 하나에서 끝나지 않고 브랜드 신뢰로 번지거든요.
후덕죽이라는 이름이 왜 먹혔나
후덕죽 셰프는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다시 각인된 중식 셰프입니다. 중요한 건 유명세 자체보다 이미지의 결입니다. 오래된 경력, 정통 중식, 현장에서 버틴 장인성. 맘스터치가 이 이름을 가져온 건 단순한 화제성 확보가 아니라 ‘가성비 치킨버거 브랜드’의 맛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맘스터치는 2026년 3월 12일 후덕죽 셰프 컬렉션을 내놨습니다. 후덕죽 싸이버거, 후덕죽 통새우버거, 후덕죽 빅싸이순살 3종 구성이었고, 방향은 중식 소스를 버거와 치킨에 얹는 방식이었습니다. 싸이버거에는 칠리 계열, 통새우버거에는 크림새우를 떠올리게 하는 소스, 순살 치킨에는 어향풍 소스를 붙였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맘스터치가 ‘셰프가 만든 고급 메뉴’처럼 포장하기보다, 기존 제품의 문법 안에 셰프의 소스를 끼워 넣었다는 점입니다. 낯선 재료를 과하게 밀어붙인 게 아니라 싸이버거, 새우버거, 순살이라는 이미 검증된 그릇을 썼습니다. 새로움의 강도를 조절한 거죠.
브랜드 입장에서 이건 메뉴가 아니라 신뢰 실험이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셰프와 협업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이름은 크게 쓰고, 제품 경험은 작게 남기는 겁니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냉정합니다. 셰프 얼굴이 포스터에 붙었다고 해서 두 번 사 먹지는 않습니다. 첫 구매는 호기심이 만들 수 있지만, 재구매는 맛과 가격, 포만감이 만듭니다.
맘스터치가 비교적 영리했던 지점은 자기 자산을 버리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맘스터치의 강점은 두툼한 치킨 패티, 비교적 넉넉한 양, 대중적인 가격 감각입니다. 후덕죽 컬렉션도 이 틀을 유지한 채 소스와 식감으로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일부 후기에서 자주 언급된 궁채 같은 요소도 그렇습니다. 피클 대신 아삭한 식감을 넣어 중식의 뉘앙스를 만들되, 버거의 구조를 무너뜨리지는 않았습니다.
숫자는 꽤 솔직하게 반응했다
맘스터치가 공개한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후덕죽 협업 메뉴 출시 이후 2개월 동안 전체 방문객 수와 매출이 각각 21%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새우버거 카테고리는 판매량 102%, 매출 183% 증가로 더 크게 움직였습니다. 특히 통새우버거 쪽 성과가 컸다는 건 이 협업의 방향성을 잘 보여줍니다.
왜 새우버거였을까요. 후덕죽 셰프의 중식 이미지와 크림새우, 칠리새우 같은 대중적 중식 메뉴의 기억이 가장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이 새우였기 때문입니다. 치킨버거 브랜드가 새우버거 카테고리를 키우려 할 때, 그냥 “새우가 통으로 들어갔다”고 말하는 것보다 “중식 셰프가 해석한 새우버거”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강합니다.
성공의 절반은 기획, 절반은 타이밍이었다
솔직히 이런 협업은 기획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타이밍이 맞아야 합니다. 방송으로 셰프 캐릭터가 대중에게 익숙해진 직후, 외식 물가가 높아져 셰프 레스토랑 대신 접근 가능한 대안을 찾는 분위기, 그리고 프랜차이즈 신메뉴에 대한 짧고 강한 소비 패턴이 겹쳤습니다.
여기에 맘스터치가 가진 매장 접근성이 붙었습니다. 유명 셰프의 식당은 예약, 거리, 가격이라는 장벽이 있습니다. 반면 맘스터치는 점심시간에 들어가 키오스크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한 약속은 “셰프의 세계를 완벽히 재현하겠다”가 아니라 “당신의 점심 예산 안으로 중식 셰프의 감각을 가져오겠다”에 가까웠습니다. 이 약속은 현실적이었습니다.
- 후덕죽이라는 이름은 메뉴에 스토리를 줬습니다.
- 싸이버거와 순살은 기존 고객에게 익숙한 진입로가 됐습니다.
- 통새우버거는 중식 셰프 협업의 설득력이 가장 잘 붙은 제품이었습니다.
- 판매 데이터는 호기심 구매를 넘어 카테고리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그래도 브랜드가 조심해야 할 부분
다만 셰프 협업은 자주 쓰면 금방 닳습니다. 한 번은 새롭지만, 반복되면 “또 유명인 메뉴구나”가 됩니다. 특히 QSR 브랜드에서 셰프 이름을 계속 빌리면 브랜드 자신의 맛 기준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고객이 맘스터치를 먹으러 온 건지, 협업 이름을 확인하러 온 건지 애매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또 하나는 맛의 호불호입니다. 어향풍 소스나 중식 향미는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차별점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낯섦입니다. 대중 브랜드는 낯선 맛을 낼 때도 돌아갈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 컬렉션에서 싸이버거처럼 비교적 익숙한 선택지가 같이 있었던 건 그래서 중요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후덕죽 맘스터치 협업의 가치는 단기 매출보다 브랜드가 어디까지 맛을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준 데 있습니다. 맘스터치가 앞으로도 셰프 이름만 빌리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 제품의 강점 위에 새로운 미각을 얹는 방식을 유지한다면 꽤 오래 써먹을 수 있는 성장 공식이 됩니다. 브랜드는 결국 자신이 한 약속을 메뉴 한 입으로 증명해야 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