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커피 오르조라떼가 나온 걸 보고, 이 브랜드가 진짜 팔고 있는 걸 다시 생각했다

얼마 전 오후 늦게 카페 앞을 지나가는데, 손님들이 아메리카노보다 라떼류를 더 많이 들고 나오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빨리 메뉴를 바꿉니다.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서도 맛은 조금 더 묵직하고 고소한 쪽으로 기웁니다. 메가커피 오르조라떼는 바로 그 틈을 꽤 영리하게 건드린 메뉴입니다.
정식 이름은 무카페인 오르조라떼입니다. 메가MGC커피가 2026년 9월 3일 가을 시즌 신메뉴로 하우스밀크 라떼와 함께 내놓은 제품이죠. 이탈리아산 크라스탄 오르조를 사용했고, 커피가 아니라 볶은 보리 기반의 오르조를 우유와 섞어 라떼처럼 마시는 구조입니다. 중요한 건 ‘카페라떼 같은 기분’은 주되 카페인은 덜어냈다는 점입니다.
메가커피가 오르조를 고른 이유
브랜드 기획을 오래 하다 보면 신메뉴가 그냥 맛으로만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특히 메가커피처럼 매장 수가 크고 회전율이 중요한 브랜드는 메뉴 하나에도 운영 난이도, 원가, 설명 가능성, 시즌성이 같이 붙습니다. 오르조라떼는 그 네 가지를 동시에 노린 선택에 가깝습니다.
메가MGC커피 공식 안내와 보도 내용을 보면, 지난해 9월 라떼 매출은 같은 해 상반기 월평균보다 약 15% 높았습니다. 라떼 판매량의 70% 이상은 아이스였다고 합니다. 이 숫자는 꽤 중요합니다. 가을이라고 해서 뜨거운 음료만 찾는 게 아니라, 소비자는 여전히 아이스를 들고 다니면서도 맛의 방향만 가을로 옮긴다는 뜻이니까요.
여기에 무카페인 흐름이 붙습니다. 메가MGC커피가 밝힌 자료 기준으로 2026년 7월 디카페인 커피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6%, 디카페인 라떼류는 약 21% 늘었습니다. 그러면 브랜드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생깁니다. 기존 디카페인 커피를 더 밀 것인가, 아니면 카페인 프리라는 말을 더 넓은 음료 경험으로 확장할 것인가. 오르조라떼는 후자입니다.
‘가성비 커피’ 브랜드의 약속이 바뀌는 순간
메가커피의 출발점은 명확했습니다. 큰 용량, 낮은 가격, 접근성. 이 약속은 강력했습니다. 커피 한 잔을 사는 데 복잡한 이유가 필요 없게 만들었고, 소비자는 ‘부담 없이 많이 마시는 커피’라는 인식을 빠르게 받아들였습니다. 현재 메가MGC커피는 2026년 9월 3일 기준 누적 4,475호점 오픈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가 되면 브랜드는 더 이상 가격만으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가격은 경쟁사가 따라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가 커피 시장에는 컴포즈커피, 빽다방, 더벤티 같은 강한 플레이어가 이미 있습니다. 아메리카노 가격과 용량만 놓고 싸우면 결국 소비자에게는 ‘근처에 있는 곳’이 이깁니다. 브랜드가 오래 가려면 싸다는 말 위에 새로운 이유를 얹어야 합니다.
메가커피 오르조라떼는 그 지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이 메뉴는 대중적인 라떼의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무카페인’, ‘이탈리아 오르조’, ‘고소한 대체 커피’라는 서사를 붙입니다. 프리미엄 카페처럼 어렵게 말하지 않고, 저가 커피 브랜드의 문법 안에서 선택지를 넓히는 방식입니다. 솔직히 이 균형이 쉽지 않습니다. 너무 낯설면 주문이 안 되고, 너무 평범하면 신메뉴로서 존재감이 없습니다.
오르조라떼가 노리는 사람들
이 메뉴의 타깃은 단순히 카페인을 못 마시는 사람이 아닙니다. 더 넓게 보면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는 갖고 싶은데 몸은 조금 신경 쓰는 사람’입니다. 오후 3시 이후 카페인에 예민한 직장인, 임신이나 수면 때문에 카페인을 줄이는 소비자, 커피 맛은 좋아하지만 산미나 쓴맛이 부담스러운 사람까지 포함됩니다.
- 아메리카노보다 부드러운 음료를 찾는 사람
- 디카페인 커피 말고 다른 선택지를 원하는 사람
- 곡물라떼는 익숙하지만 조금 더 커피 같은 뉘앙스를 원하는 사람
- 가을 시즌에 맞는 고소한 맛을 찾는 아이스 라떼 소비자
여기서 재미있는 건 오르조가 완전히 새로운 재료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럽에서는 보리를 볶아 커피 대용으로 마시는 문화가 있었고, 국내 소비자에게도 곡물라떼나 보리차의 고소함은 낯설지 않습니다. 메가커피는 이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 메뉴를 세웠습니다. ‘보리’라고만 말하면 너무 건강 음료처럼 들리고, ‘오르조’라고 말하면 살짝 새로워집니다. 네이밍의 힘이죠.
잘 팔릴 가능성과 걸리는 지점
브랜드 관점에서 보면 메가커피 오르조라떼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첫째, 카페인 프리라는 트렌드에 올라탔습니다. 둘째, 라떼 성수기인 가을과 맞물립니다. 셋째, 대형 프랜차이즈가 운영하기 좋은 메뉴입니다. 커피 추출의 편차보다 안정적인 베이스 음료가 매장 품질 관리에는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걸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오르조라는 단어를 소비자가 바로 이해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메뉴판 앞에서 3초 안에 이해되지 않으면 결국 익숙한 바닐라라떼나 곡물라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은 맛보다 설명이 중요합니다. ‘무카페인 보리 라떼인데 커피처럼 고소하다’는 메시지가 짧고 반복적으로 전달돼야 합니다.
또 하나는 메가커피의 기존 이미지입니다. 메가커피는 빠르고 크고 저렴한 브랜드입니다. 이 장점은 동시에 한계가 되기도 합니다. 소비자가 오르조라떼를 ‘새로운 취향 음료’로 받아들이기보다 ‘그냥 시즌 메뉴 하나’로 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메뉴가 브랜드 자산이 되려면 단기 프로모션보다 재구매 경험이 중요합니다. 한 번 마셔보고 ‘오후에는 이걸 마시면 되겠다’는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메뉴가 남기는 생각
저는 메가커피 오르조라떼를 보면서 저가 커피 브랜드의 다음 경쟁이 가격표가 아니라 ‘상황 점유’로 옮겨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침에는 카페인, 점심에는 달콤한 음료, 오후에는 무카페인 라떼. 이렇게 하루 안에서 소비자의 시간을 더 촘촘히 가져가는 브랜드가 강해집니다.
메가커피가 잘하는 건 거창한 라이프스타일을 말하지 않고도 생활 안으로 들어가는 능력입니다. 오르조라떼도 그런 메뉴입니다. 대단히 혁신적인 음료라기보다는, 커피를 줄이고 싶은 사람에게 ‘그래도 카페에 온 느낌은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제품에 가깝습니다. 브랜드의 약속은 때로 이렇게 작게 확장됩니다. 그리고 그런 작은 확장이 쌓이면, 사람들은 어느 순간 그 브랜드를 단순히 싼 커피집이 아니라 내 생활 리듬에 맞는 곳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