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줄서던 한정선 요거트 찹쌀떡이 GS25 냉동고에 들어온 진짜 이야기

얼마 전 편의점 냉동고 앞에서 한참 멈춰 선 적이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고르려던 건 아니었고, 성수동에서 줄 서서 사던 디저트 브랜드 이름이 GS25 상품명에 붙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정선 요거트 찹쌀떡’. 사실 이 조합은 단순한 신상품보다 브랜드가 유통 채널을 바꾸는 순간에 더 가깝습니다.
GS25는 2026년 9월 3일 한정선, 디저트 제조사 로로멜로와 협업한 냉동 디저트를 단독 출시했습니다. 가격은 3,900원. GS리테일이 밝힌 내용과 주요 유통 기사들을 보면, 정식 출시 전 서울 강남과 인천공항 매장에서 각각 200개씩 총 400개를 먼저 공개했고 준비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인기 많네’로 끝낼 수 있지만, 브랜드 기획자 눈에는 다른 장면이 보입니다. 성수의 대기 경험을 전국 편의점 냉동고로 옮기려는 실험입니다.
한정선이 판 건 떡보다 ‘기다릴 이유’였다
한정선은 전통 찹쌀떡을 현대적인 디저트로 다시 포장한 브랜드입니다. 생과일, 요거트 크림, 한옥 감성의 패키징, 성수동이라는 위치, SNS에 올리기 좋은 단면. 이 요소들이 한꺼번에 맞물렸습니다. 떡집인데 떡집 같지 않고, 카페 디저트인데 또 한국적인 느낌은 남아 있습니다.
브랜드가 초기에 강해지는 순간은 대개 ‘제품력’만으로 오지 않습니다. 제품을 둘러싼 행동이 생겨야 합니다. 줄을 선다, 선물로 산다, 사진을 찍는다, 여행 코스에 넣는다. 한정선은 그 행동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방한 외국인에게는 ‘한국에서만 사 먹는 작은 기념품’처럼 작동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희소성입니다. 성수동이나 주요 백화점 식품관에서 만나는 브랜드라는 점은 불편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력입니다. 쉽게 못 사니까 더 갖고 싶어지는 구조죠. 그런데 GS25 협업은 이 희소성을 일부러 깨는 선택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꽤 긴장되는 결정입니다.
GS25가 원한 건 맛있는 떡 하나가 아니다
편의점 업계는 이미 포화 시장입니다. 매장 수로만 경쟁하기 어려워졌고, 소비자에게 “굳이 이 편의점에 가야 하는 이유”를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 편의점 신상품은 작은 팝업스토어처럼 움직입니다. 유명 베이커리, 캐릭터, 지역 맛집, 해외 디저트까지 끌어와 냉장고와 냉동고를 콘텐츠화합니다.
GS25가 한정선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정선은 이미 성수, 백화점, SNS,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었습니다. GS25 입장에서는 제품 개발보다 더 어려운 ‘이름값’을 빌려올 수 있습니다. 3,900원짜리 냉동 찹쌀떡이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출발점은 “그 성수 한정선?”입니다. 이 한 단어가 진열대 앞 체류 시간을 늘립니다.
- 브랜드: 성수와 백화점에서 쌓은 화제성을 전국 채널로 확장
- GS25: 단독 상품으로 2030과 외국인 고객에게 방문 이유 제공
- 소비자: 오픈런까지는 부담스럽지만 3,900원 체험은 가능
가격도 절묘합니다. 3,900원은 편의점 디저트로 싸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성수 인기 디저트를 경험하는 비용으로는 낮게 느껴집니다. 브랜드 협업 상품에서 가격은 원가보다 ‘체험권’에 가깝게 작동할 때가 많습니다.
냉동 디저트가 브랜드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
다만 여기서부터는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한정선의 원래 매력은 신선한 과일감, 쫀득한 떡 피, 포장 경험, 매장 분위기까지 합쳐진 총체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GS25 상품은 냉동 디저트입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매장에서 바로 먹는 제품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이번 제품은 찹쌀떡 피 안에 요거트 크림을 넣고, 냉동 상태와 해동 후의 식감 차이를 즐기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건 꽤 영리한 방향입니다. 매장 제품을 완전히 복제하겠다고 밀어붙이면 실망이 커집니다. 차라리 “편의점 냉동 디저트로 다시 만든 버전”이라고 포지셔닝하는 편이 낫습니다.
브랜드 협업에서 가장 위험한 문장은 “매장 맛 그대로”입니다. 소비자는 그 말을 들으면 기억 속 최고점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유통기한, 냉동 보관, 대량 생산, 가격 제한이 걸린 상품은 당연히 다른 결과물이 됩니다. 그러니 이 제품의 성패는 원본과 똑같은가보다, 한정선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때 납득 가능한 즐거움을 주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운도 좋았지만, 타이밍은 꽤 정확했다
솔직히 운도 있습니다. K푸드 관심이 계속 높고, 방한 관광객이 편의점에서 기념품처럼 먹거리를 사는 흐름도 강해졌습니다. 인천공항 사전 공개 행사가 눈에 띈 것도 그래서입니다. 공항은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니라 ‘한국에서 먹어본 것’이 기억으로 바뀌는 장소입니다.
동시에 경쟁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일본 모찌 초콜릿류를 다시 키우고 있고, 편의점 디저트 코너는 이미 해외 디저트와 지역 맛집 협업 상품으로 빽빽합니다. 그러니 GS25의 한정선 협업은 단품 히트보다 방향 선언에 가깝습니다. 편의점이 이제 간편식만 파는 곳이 아니라, 유행하는 브랜드를 가장 빠르게 체험하는 유통 미디어가 됐다는 선언입니다.
브랜드 확장의 달콤한 리스크
한정선 입장에서는 이번 협업이 기회이면서 시험대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브랜드를 알게 되는 건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너무 빨리 가까워진 브랜드는 신비감이 줄어듭니다. 줄 서서 먹던 브랜드가 동네 편의점 냉동고에 놓이는 순간, 접근성은 올라가고 상징성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한정선이 지켜야 할 약속은 명확합니다. 편의점 제품은 편의점 제품답게 재미있어야 하고, 매장 제품은 여전히 매장에 가야 할 이유를 줘야 합니다. 둘이 같은 역할을 하면 한쪽은 반드시 약해집니다. 브랜드 확장은 채널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각 채널이 맡을 감정을 나누는 일입니다.
저는 이번 GS25 한정선 요거트 찹쌀떡을 보며 ‘대중화’라는 말보다 ‘번역’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성수의 줄, 백화점의 대기, SNS의 단면 사진을 3,900원짜리 냉동 디저트 언어로 번역한 상품. 번역이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원문을 좋아했던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뉘앙스는 살아 있어야 합니다. 그 선을 지키면 한정선은 더 커질 수 있고, 놓치면 그냥 또 하나의 편의점 콜라보로 지나갈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