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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고래잇페스타를 따라가봤더니, 할인 뒤에 숨은 약속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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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고래잇페스타를 따라가봤더니, 할인 뒤에 숨은 약속이 보였다

얼마 전 장 보러 이마트에 들렀는데, 입구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가격표보다 노란 고래 캐릭터였다. 이마트 고래잇페스타라는 이름은 처음엔 살짝 가벼워 보인다. 그런데 브랜드 기획자 눈으로 보면 꽤 영리하다. 대형마트가 소비자에게 다시 던진 약속, 그러니까 ‘여기 오면 장바구니 부담을 줄였다는 감각을 얻는다’를 캐릭터와 행사 언어로 묶어냈기 때문이다.

가격 할인보다 먼저 바뀐 건 말투였다

이마트는 2024년 ‘가격파격 선언’으로 본업 경쟁력 회복을 전면에 세웠고, 2025년에는 이를 ‘고래잇 캠페인’으로 확장했다. 이마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래잇은 Great를 한국식으로 비튼 말이고, 이마트의 e를 돌렸을 때 보이는 고래 형상에서 캐릭터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사실 대형마트의 할인은 새롭지 않다. 새로웠던 건 할인 자체가 아니라, 그 할인을 소비자가 기억할 수 있는 이름과 표식으로 만든 방식이었다.

브랜드에서 이름은 꽤 무섭다. 그냥 ‘한우 반값’이라고 쓰면 그날의 가격표로 끝난다. 하지만 ‘고래잇템’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다음 방문 때도 같은 기대가 생긴다. 행사, 단독 상품, 응(%) 가격, e머니 리워드를 한 묶음으로 부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격 정책을 캠페인 언어로 바꾼 순간, 이마트는 단기 판촉을 반복하는 매장이 아니라 ‘득템을 보증하는 곳’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왜 하필 고래였을까

대형마트 매장은 정보가 너무 많다. 전단, 카드 조건, 포인트 적립, 1인 몇 개 한정, 행사 제외 상품까지 소비자가 즉석에서 해석해야 할 게 많다. 이럴 때 브랜드 캐릭터의 역할은 귀여움보다 탐색 비용을 줄이는 데 있다. 매장 안에서 고래가 붙어 있으면 소비자는 길게 읽기 전에 ‘아, 이게 행사 상품이구나’ 하고 알아차린다. 좋은 리테일 브랜딩은 30초짜리 광고보다 3초짜리 표식에서 승부가 난다.

이마트 고래잇페스타가 흥미로운 지점도 여기에 있다. 고래는 가격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가격을 찾게 만든다. 로고를 바꾸지 않고도, 기존 이마트의 노란색과 캐릭터를 활용해 매장 전체를 하나의 행사장처럼 보이게 한다. 브랜드 약속이 매대 앞에서 바로 작동하는 셈이다.

성과는 숫자로 나왔지만, 운도 있었다

2025년 첫 고래잇 페스타는 1월 1일부터 5일까지 열렸다. 이마트 자료 기준 행사 기간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3% 늘었고, 반값 한우는 133.2%, 국내산 돼지고기 삼겹살과 목심은 214.8%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이후 2025년 한 해 고래잇 페스타는 10회 진행됐고, 참여 고객은 2,300만 명으로 발표됐다. 행사별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최대 82%까지 증가했다는 숫자도 나왔다.

그런데 이걸 캠페인 천재성만으로 보면 반쪽짜리 해석이다. 당시 소비자는 고물가에 지쳐 있었고, 장바구니 물가를 낮춰주는 브랜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초, 명절, 가정의 달, 휴가철처럼 구매 이유가 분명한 시점도 맞아떨어졌다. 운이 없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운을 잡으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한우, 삼겹살, 딸기 같은 대표 품목을 대량으로 확보하고, 매장 고지와 앱, 온라인몰 가격을 맞추는 운영력이 없었다면 고래잇이라는 말장난은 그냥 귀여운 장식으로 끝났을 것이다.

2026년에는 행사보다 시스템에 가까워졌다

이마트는 2026년에 고래잇 페스타의 행사 기간과 품목, 채널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기존 주말 중심의 짧은 행사에서 더 긴 운영을 시도하고, 대상 품목도 30% 이상 늘리겠다는 방향이었다. 전국 이마트뿐 아니라 이마트 에브리데이, 노브랜드 전문점까지 넓히겠다는 계획도 같이 나왔다. 단순히 크게 싸게 파는 행사가 아니라, 그룹 내 여러 접점에서 같은 약속을 반복하려는 움직임이다.

가장 최근 회차로 확인된 2026년 9월 행사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진행됐다. 가을 제철 먹거리와 추석 준비 상품을 앞세웠고, 캠벨포도와 샤인머스캣 1.5kg 박스를 8,991원에 판매했다. 준비 물량은 20만 박스 규모로 알려졌다. 식용유, 장류, 프라이팬, 침구, 가전까지 카테고리를 넓힌 것도 눈에 띈다. 장보기 행사처럼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명절 준비와 계절 교체 수요를 한 번에 흡수하는 구조다.

브랜드가 한 약속은 정말 지켜졌나

내가 보기에 이마트 고래잇페스타의 진짜 약속은 ‘우리가 싸다’가 아니다. 그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약속은 ‘고객이 실패 없이 살 만한 상품을 우리가 골라두겠다’에 가깝다. 고래잇템이라는 이름은 그래서 힘이 있다. 소비자는 모든 가격을 비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믿을 만한 표식 하나로 시간을 아끼고 싶어 한다.

물론 위험도 있다. 할인 행사가 너무 자주 반복되면 정상가에 대한 신뢰가 흐려질 수 있다. 행사카드, 신세계포인트, 2개 이상 구매 같은 조건이 많아지면 체감 혜택보다 피로감이 먼저 올 수도 있다. 특히 초특가 상품이 조기 품절되면 브랜드 약속은 바로 깨진다. 소비자는 광고 문구보다 빈 매대를 더 오래 기억한다.

그래도 고래잇 페스타는 대형마트가 다시 자기 본업을 브랜드 언어로 말한 사례라는 점에서 볼 만하다. 화려한 세계관을 억지로 만든 게 아니라, 가격과 상품과 매장 경험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재료를 묶었다. 결국 소비자가 이마트를 떠올릴 때 ‘거긴 뭐라도 건질 게 있다’는 기억이 쌓인다면, 노란 고래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이마트가 다시 세운 약속의 표식으로 남을 것이다.

이마트 고래잇페스타를 따라가봤더니, 할인 뒤에 숨은 약속이 보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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