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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 와인이 편의점에 나온 날, 셀럽 브랜드의 진짜 승부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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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 와인이 편의점에 나온 날, 셀럽 브랜드의 진짜 승부를 봤다

얼마 전 편의점 와인 코너를 지나가다 엄정화 와인 소식을 봤는데, 처음 든 생각은 '또 셀럽 이름 붙인 병인가'가 아니었다. 브랜드 기획자로서는 꽤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어떤 사람은 오래전부터 남의 와인을 추천해 왔고, 그 추천이 실제 구매 이유가 됐고, 이제 그 사람이 자기 이름의 약속을 병에 담아 내놓았다.

엄정화의 프로젝트 와인 UMAIZING, 즉 엄메이징은 금양인터내셔날,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의 와이너리 산 마르짜노, GS리테일이 함께 만든 협업 상품이다. 2026년 9월 기준 라인업은 4종이다. 레드 와인 선셋 오브 타란토와 가든 오브 마세리아, 화이트 와인 소뇨 디 마레, 스파클링 와인 피치카. 판매 채널은 GS25, GS더프레시, 와인25플러스,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잡았다.

셀럽 협업보다 먼저 쌓인 취향의 신뢰

사실 유명인이 와인을 내는 일 자체는 새롭지 않다. 문제는 소비자가 그것을 왜 믿느냐다. 단순히 얼굴이 붙은 와인은 첫 구매는 만들 수 있어도 두 번째 병까지 책임지기 어렵다. 와인은 특히 그렇다. 티셔츠나 굿즈처럼 소장 가치만으로 버티기 힘들고, 결국 잔에 따랐을 때 가격과 맛이 바로 심판대에 오른다.

엄정화 와인이 흥미로운 건 출발점이 광고 모델이 아니라 취향 기록에 가깝다는 점이다. 엄정화는 유튜브와 방송을 통해 와인 셀러, 추천 와인, 계절별 취향을 꾸준히 보여줬다. 토브렉, 상세르,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같은 이름들이 팬들 사이에서 이미 '엄정화가 좋아하는 와인'으로 소비됐다. 그러니까 이번 상품은 갑자기 튀어나온 사업이 아니라, 그동안 흩어져 있던 취향 자산을 상품으로 묶은 사례에 가깝다.

브랜드가 한 약속은 고급이 아니라 접근성

와인25플러스 판매가를 보면 가든 오브 마세리아와 피치카는 각각 2만7900원, 선셋 오브 타란토는 5만9900원, 4입 기획세트는 12만9900원으로 형성되어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은 가격보다 채널이다. 백화점 와인숍의 조명 아래 놓는 대신 편의점과 모바일 픽업 동선을 선택했다. 이건 '근사한 사람만 마시는 와인'보다 '퇴근길에 집어 들 수 있는 기분 전환' 쪽에 더 가깝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하는 약속은 보통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엄메이징이 던진 약속은 엄정화처럼 멋있어지라는 말보다, 엄정화가 고른 여행의 기분을 일상에서 열어보라는 쪽에 있다. 산 마르짜노라는 생산 파트너는 품질의 하한선을 잡아주고, GS리테일은 접근성을 책임진다. 엄정화는 그 사이에서 취향의 얼굴이 된다. 이 삼각형이 꽤 영리하다.

네 병으로 만든 작은 라이프스타일 지도

라인업도 그냥 레드 하나, 화이트 하나로 끝내지 않았다. 레드 2종, 화이트 1종, 스파클링 1종이면 홈파티, 선물, 혼술, 식사 페어링까지 기본 장면을 꽤 넓게 잡을 수 있다. 이름도 제품 스펙보다 풍경을 먼저 말한다. 타란토의 석양, 마세리아의 정원, 바다의 꿈, 피치카. 이탈리아 남부라는 배경을 병마다 나눠 심은 셈이다.

브랜드 관점에서 보이는 장점

  • 엄정화의 기존 와인 콘텐츠가 구매 명분을 만든다.
  • 산 마르짜노 협업이 셀럽 상품의 가벼움을 눌러준다.
  • GS25와 와인25플러스 채널이 발견과 구매 사이의 거리를 줄인다.
  • 4종 구성이라 팬덤 소비를 넘어 상황별 재구매를 노릴 수 있다.

근데 장점이 분명하다는 말이 성공 보증서는 아니다. 셀럽 브랜드는 첫 주에 시끄럽고, 그다음부터 조용해지는 경우가 많다. 초반 화제성은 팬덤과 인맥, 론칭 파티 사진이 만든다. 하지만 와인은 냉정하다.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말이 동네 단톡방과 식탁에서 나와야 오래 간다. 브랜드가 제일 무서워해야 할 평가는 악플이 아니라 무반응이다.

운도 있었지만, 운만은 아니었다

엄정화 와인이 나온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국내 편의점 와인 시장은 예전보다 훨씬 성숙해졌다. 소비자는 이미 앱으로 재고를 보고, 픽업하고, 2만 원대 와인과 5만 원대 와인을 같은 장바구니에 담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10년 전이었다면 셀럽 와인이 편의점에 있다는 사실이 가벼워 보였을 수 있다. 지금은 오히려 유통을 잘 잡았다는 신호가 된다.

엄정화 개인의 이미지도 한몫한다. 그는 한 시절의 스타로 멈춘 사람이 아니라, 계속 자기 취향과 몸의 리듬, 일하는 태도를 업데이트해온 사람처럼 보인다. 브랜드에서 이건 꽤 큰 자산이다. 젊어 보이려 애쓰는 이미지보다 오래 자기다움을 갱신한 이미지가 라이프스타일 상품과 더 잘 붙는다.

다만 앞으로의 숙제는 명확하다. 엄메이징이 엄정화의 이벤트로 남을지, 엄정화 없이도 고를 만한 와인이 될지다. 이름을 보고 집어 든 첫 병은 셀럽이 팔 수 있다. 두 번째 병은 맛, 가격, 기억이 판다. 그래서 나는 이 와인을 유명인의 새 사업보다, 한 사람이 오래 쌓아온 취향을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첫 병으로 본다.

엄정화 와인이 편의점에 나온 날, 셀럽 브랜드의 진짜 승부를 봤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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