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 식물원김밥이 잘 팔린 이유를 생각해봤다

편의점 김밥 진열대를 볼 때마다 비슷한 이름이 참 많다고 느낀다. 참치, 불고기, 계란. 재료는 달라도 고르는 방식은 대개 같다. 그런데 최근 gs25 식물원김밥은 달랐다. 익숙한 김밥을 사면서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가게의 메뉴를 경험한다는 느낌을 준다. 브랜드 협업이 힘을 쓰는 지점이다.
식물원김밥이라는 이름이 먼저 한 약속
식물원김밥은 채소와 계란, 아보카도 같은 재료를 풍성하게 쓰는 김밥 가게로 알려졌다. ‘식물원’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색감이 풍부하고 속이 꽉 찬 단면이 떠오른다. 다만 이름을 식물성 식단이나 비건의 약속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이번 GS25 협업 상품에도 계란, 명란, 참치가 들어간다.
브랜드 기획을 오래 하면서 느낀 건, 이름이 만든 기대가 광고 문구보다 오래간다는 점이다. 식물원김밥이 건네는 약속은 특정 식단보다 ‘재료 조합이 평범한 김밥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에 가깝다. 그래서 GS25도 이름만 포장지에 붙이는 대신, 어떤 재료를 골라 그 기대를 보여줄지가 중요했을 것이다.
GS25는 무엇을 편의점용으로 옮겼나
10월에 나온 협업 상품은 두 가지다. 명란통계란김밥은 흑미밥에 통계란말이와 명란을 담았고 가격은 3,900원이다. 날치알묵은지김밥은 날치알, 참치, 묵은지, 로메인 상추를 조합했고 가격은 3,700원이다. 둘 다 재료 이름만 읽어도 맛과 식감의 대비가 그려진다. 고소한 계란에 짭조름한 명란, 아삭한 묵은지에 톡톡 터지는 날치알 같은 식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표현은 ‘재해석’이다. GS25는 식물원김밥 매장의 한 줄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말하지 않는다. 특히 명란통계란김밥은 매장의 대표 메뉴인 명란계란김밥을 편의점 상품으로 다시 구성했다. 매장에서 바로 말아 주는 김밥과 포장해 유통하는 김밥은 먹는 시점부터 다르다. 브랜드가 옮겨야 할 것은 매장의 모든 조건이 아니라, 고객이 기억하는 재료의 풍성함과 조합의 재미다.
반대로 그 차이가 협업의 부담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포장지에서 식물원김밥을 보고 매장의 경험을 떠올린다. 실제 한 입이 그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은 GS25와 식물원김밥 양쪽에 남는다. 협업 상품의 품질이 로고 사용만큼 중요한 이유다.
예약 완판과 10만 개가 말하는 것
초기 숫자는 분명 눈길을 끈다. GS리테일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명란통계란김밥은 10월 13일 사전예약에서 준비 물량 500개가 10분 만에 팔렸다. 앞서 7일 출시된 날치알묵은지김밥도 사전예약 물량 500개가 1시간 만에 소진됐고, 출시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 개를 넘겼다.
그런데 500개가 빨리 팔렸다는 사실과 모든 점포에서 꾸준히 팔릴 것이라는 판단은 다르다. 예약 물량은 작고, 신상품에 쏠린 관심도 크다. 첫 구매를 만드는 데는 유명 가게의 이름과 화제성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두 번째 구매부터는 가격, 속재료의 양, 밥과 재료의 균형이 평가받는다. 마케팅이 문을 열 수는 있어도 반복 구매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GS25의 10월 1일부터 15일까지 김밥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2% 늘었다. 다만 이 증가분을 식물원김밥 협업만의 성과로 읽기는 어렵다. GS25는 같은 시기에 다른 차별화 김밥도 판매했다. 숫자는 김밥 진열대 전체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이지, 협업 하나의 기여도를 계산한 결과는 아니다.
이 협업이 남길 진짜 질문
GS25가 얻은 것은 새로운 맛만이 아니다.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던 가게의 이야기를 동네 편의점으로 가져와, 평소 지나치던 김밥 코너에 들를 이유를 만들었다. 식물원김밥은 매장에 갈 계획이 없던 사람에게도 자기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었다. 유명인의 소개로 관심이 커진 시점에 편의점이라는 넓은 유통망을 만난 운도 있었다.
하지만 넓게 팔릴수록 브랜드의 약속은 더 자주 시험받는다. 내가 이 협업에서 보고 싶은 다음 숫자는 예약 완판 시간이 아니라 재구매다. ‘식물원김밥이라서 집었다’는 첫 구매가 ‘이 김밥이 맛있어서 또 집었다’로 바뀐다면, 그때 비로소 두 브랜드의 이름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