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마케팅이 잘된 브랜드는 약속부터 달랐다

브랜드 회의에서 인플루언서 후보 명단을 받으면 저는 팔로워 수보다 먼저 최근 게시물을 봅니다. 그 사람이 평소 하던 말과 우리 제품을 소개할 때 할 말이 너무 다르면, 숫자가 아무리 커도 소비자는 금방 눈치챕니다. 인플루언서마케팅은 남의 목소리를 빌리는 일입니다. 그래서 누구의 목소리를 빌리느냐보다 그 목소리로 어떤 약속을 하느냐가 오래 남습니다.
던킨은 이미 있던 습관에 이름을 붙였다
2020년 던킨이 틱톡 크리에이터 찰리 디아멜리오와 내놓은 음료 ‘더 찰리’가 흥미로운 이유는 출발점에 있습니다. 던킨의 발표에 따르면 이 음료는 찰리가 즐겨 주문하던 콜드브루를 메뉴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브랜드가 유명인에게 새 대사를 쥐여준 장면보다, 팬들이 이미 알고 있던 습관을 매장에서 직접 주문할 수 있게 한 장면에 가까웠죠.
여기서 던킨이 한 약속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네가 보던 그 음료를 너도 마실 수 있다.’ 콘텐츠에서 본 것을 주문이라는 행동으로 옮기기 쉬웠고, 음료 이름까지 기억할 필요가 없을 만큼 간단했습니다. 찰리의 인기도 분명 큰 힘이었을 겁니다. 다만 유명세만으로 캠페인을 설명하면, 기존의 팬 문화와 실제 메뉴가 맞물린 의사결정을 놓치게 됩니다. 팬들이 그 관계를 이미 받아들이고 있던 시점이라는 운도 작용했을 테고요.
숫자가 화려해도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반대편에는 미국 백화점 로드앤테일러의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브랜드는 2015년 패션 인플루언서 50명에게 같은 드레스를 제공하고, 각자에게 1천~4천 달러를 지급해 사진을 올리게 했습니다. 이틀 동안 게시물이 도달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1,140만 명이었고, 드레스는 빠르게 품절됐습니다. 도달과 판매만 보면 성공적인 캠페인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게시물에는 대가를 받고 참여했다는 표시가 없었습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소비자가 독립적인 추천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이었다고 문제 삼았고, 브랜드는 사건을 합의로 끝냈습니다. 소비자가 들었다고 생각한 약속은 ‘이 사람이 마음에 들어서 입었다’였는데, 실제 관계는 달랐던 셈입니다. 팔린 수량이 그 간극을 지워주지는 못합니다.
협찬 표시는 콘텐츠의 흥을 깨는 문구처럼 취급되곤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추천의 이유를 알고 판단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특히 제품을 무료로 받았거나 대가를 지급받았다면 관계를 알아보기 쉽게 밝히라는 것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의 안내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숨겨서 얻는 짧은 관심보다 밝혀도 유지되는 신뢰가 값집니다.
사람을 고르기 전에 약속을 한 문장으로 써본다
실무에서 저는 섭외 전에 이런 문장을 먼저 적어봅니다. ‘이 사람의 일상에서 우리 제품은 어떤 불편을 덜어주는가.’ 답이 ‘요즘 인기가 많으니까’라면 아직 이유를 못 찾은 겁니다. 가령 출근길을 자주 보여주는 크리에이터에게는 휴대성과 사용 시간이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제품을 한 번도 쓰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인생 필수품’이라고 말하면, 완성도 높은 영상도 광고 대본처럼 들립니다.
브리프도 그 한 문장에 맞춰야 합니다. 반드시 전달할 사실은 정확히 주되, 실제로 써보며 아쉬웠던 점까지 말할 여지를 남기는 편이 좋습니다. 브랜드가 모든 표현을 통제하면 메시지는 매끈해집니다. 동시에 그 사람을 선택한 이유였던 말투와 판단 기준도 사라지기 쉽습니다. 던킨의 음료가 자연스러웠던 건 찰리의 기존 습관을 브랜드가 활용했기 때문이지, 찰리에게 던킨다운 문장을 외우게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조회수 다음에 남은 행동을 봐야 한다
캠페인 보고서에는 조회수와 좋아요가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 보기 쉽고 비교도 편합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약속이 전달됐는지 알려면 한 단계 더 봐야 합니다. 댓글에서 사람들이 제품의 어떤 장면을 자기 생활과 연결하는지, 검색이 늘어난 뒤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지, 첫 구매자가 다시 돌아오는지 살펴야 합니다. 조회수가 높아도 댓글이 출연자의 외모 이야기뿐이라면 제품은 화면 안에서 배경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같은 예산으로 크리에이터 한 명에게 큰 노출을 얻는 안과 여러 사람에게 작은 노출을 얻는 안이 있다면, 어느 쪽이 늘 낫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익숙한 브랜드의 신제품이라면 짧고 큰 주목이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설명이 필요한 제품이라면 서로 다른 생활 장면에서 반복해 보여주는 편이 이해를 높일 수 있죠. 이 선택에는 제품의 성격뿐 아니라 출시 시점, 재고, 구매 동선까지 들어갑니다. 콘텐츠가 인기를 얻었는데 정작 제품을 쉽게 살 수 없다면 약속은 그 자리에서 끊깁니다.
저는 좋은 인플루언서마케팅을 볼 때 ‘누가 올렸나’보다 ‘올린 뒤에도 소비자가 같은 경험을 했나’를 떠올립니다. 크리에이터가 문을 열 수는 있습니다. 그 문을 지나 만난 제품이 기대와 맞아야 다음 추천이 브랜드 자신의 것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