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마케팅 잘된 브랜드를 뜯어보니 약속이 보였다

얼마 전 브랜드 계정 세 곳의 게시물을 연달아 봤다. 하나는 매일 올리는데도 무엇을 파는지 기억나지 않았고, 다른 하나는 한 달에 몇 번만 올리는데 다음 게시물이 기다려졌다. 12년 동안 브랜드 일을 하며 자주 본 차이다. 업로드 횟수보다 먼저 갈리는 건 ‘이 계정을 팔로우하면 내게 무엇이 돌아오는가’라는 약속이다.
SNS마케팅 회의에서는 보통 조회 수와 팔로워 수가 먼저 나온다. 물론 필요하다. 다만 숫자는 사람이 왜 멈춰 봤는지까지 말해주지 않는다. 웃겨서 봤는지, 혜택을 기대했는지, 자기 이야기 같아서 친구에게 보냈는지에 따라 다음 행동이 달라진다.
스포티파이는 음악 취향을 이야기거리로 만들었다
스포티파이의 연말 결산 ‘랩드’를 보면 SNS용 콘텐츠가 꼭 SNS 안에서 태어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용자가 1년 동안 들은 음악을 개인별 이야기로 보여주고, 그 결과를 공유하기 쉽게 만든다. 브랜드가 ‘우리 서비스가 좋다’고 말하는 대신 사용자가 ‘이게 내 올해다’라고 말할 재료를 준 셈이다.
스포티파이가 발표한 2025년 수치에 따르면 랩드 참여 이용자는 3억 명을 넘었고, 전 세계 SNS 공유는 6억 3천만 건을 넘었다. 큰 숫자지만, 이 수치만으로 랩드가 신규 가입이나 매출을 얼마나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제가 더 눈여겨보는 대목은 매년 돌아오는 이 경험이 평소의 서비스 사용과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연말 카드 한 장을 위해 갑자기 만든 취향이 아니라, 일 년 내내 들은 음악이 카드의 내용이 된다.
여기에는 조건도 있다. 개인화 결과가 사용자의 실제 기억과 너무 다르면 재미가 순식간에 의심으로 바뀐다. 스포티파이가 랩드 데이터 산정 방식을 따로 설명하는 이유도 그만큼 ‘내 이야기’라는 약속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치폴레는 챌린지와 매장 경험을 붙였다
반대로 SNS에서 시작해 매장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치폴레는 2019년 아보카도의 날에 맞춰 틱톡 춤 챌린지와 과카몰리 무료 제공 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치폴레 발표에 따르면 6일간 챌린지 영상이 25만 개 넘게 올라왔고 영상 재생 시작 수는 약 4억 3천만 회였다. 행사 당일 제공된 과카몰리도 80만 2천 개를 넘었다.
이 숫자를 모두 춤 영상의 성과로 돌릴 수는 없다. 무료 제공 혜택과 기념일 자체가 참여를 밀었을 것이다. 그래도 기획의 연결은 선명하다. SNS에서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을 주고, 매장에서는 그 행동이 떠올리게 한 음식을 실제로 만난다. 영상 속 재미와 구매 순간 사이가 멀지 않았다.
작은 브랜드가 여기서 따라 할 것은 거대한 조회 수가 아니다. 고객이 이미 좋아하는 제품이나 습관에서 참여할 이유를 찾는 순서다. 팔로워에게 춤부터 시킨 뒤 제품을 끼워 넣으면 광고 냄새가 난다. 치폴레는 사람들이 과카몰리를 좋아한다는 익숙한 감정 위에 놀이를 얹었다.
화제가 됐는데 브랜드에는 상처가 남는 순간
공유가 많다고 언제나 좋은 이야기가 퍼지는 건 아니다. 2017년 펩시의 켄달 제너 광고는 시위 장면을 광고 소재로 썼다가 거센 반발을 샀다. 펩시는 공식 입장에서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려 했지만 의도에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광고를 내렸다. 많은 사람이 봤다는 사실과 사람들이 브랜드의 말에 동의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르다.
기획자의 눈으로 보면 문제는 영상 한 장면의 표현에만 있지 않다. 현실의 갈등을 제품이 손쉽게 풀어주는 듯한 이야기로 만들 때, 브랜드가 감당할 수 없는 약속을 한 셈이다. SNS는 그 틈을 빠르게 드러낸다. 게시 전 회의에서 ‘우리 의도는 좋다’는 말만 반복할수록, 화면 밖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놓치기 쉽다.
협찬 게시물도 비슷하다. 친근한 추천처럼 보여도 대가가 오갔다면 그 관계를 분명히 밝혀야 신뢰가 남는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도 인플루언서와 브랜드의 관계를 명확하게 드러내도록 안내한다. 표시 문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가 누구의 목소리를 빌려 말하는지 숨기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우리 계정의 약속은 게시물 밖에서도 지켜지는가
실무에서는 새 포맷을 고르기 전에 세 가지를 적어본다. 사람들이 우리 계정을 찾아올 이유, 게시물을 본 뒤 할 수 있는 행동, 그 행동을 했을 때 실제로 얻는 것. 스포티파이는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나누게 했고, 치폴레는 놀이를 음식 경험과 연결했다. 두 브랜드의 규모와 운은 달랐지만 게시물 다음 장면을 설계했다는 점은 같다.
성과도 그 순서로 읽는 편이 낫다. 조회 수 다음에 저장·공유·댓글의 내용이 무엇인지 보고, 그다음 실제 방문이나 구매, 재방문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한다. 한 영상이 터진 날보다 한 달 뒤에도 같은 이유로 사람들이 돌아오는지가 브랜드에는 더 큰 신호일 때가 많다. 반대로 반응은 뜨거운데 제품 경험에 실망했다는 말이 쌓인다면 콘텐츠를 더 밀기 전에 약속부터 고쳐야 한다.
SNS는 브랜드의 목소리를 크게 만들지만, 없는 신뢰까지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유행하는 형식을 빌리는 일은 빠르다. 그 안에 고객이 다시 만나고 싶은 경험을 넣는 일은 오래 걸린다. 저는 결국 그 오래 걸리는 쪽이 브랜드를 남긴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