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ㅎㄷㅇ을 풀다가 소이비랩의 약속을 봤다

얼마 전 캐시워크 퀴즈에 뜬 ‘ㅈㅎㄷㅇ’ 네 글자를 봤다. 정답은 ‘진한두유’. 소이비랩 저당 검은콩두유를 설명하는 말이었다.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니 퀴즈의 답보다 그 단어를 답으로 고른 이유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두유를 파는데 왜 ‘저당’이나 ‘검은콩’ 대신 ‘진한’을 기억하게 만들었을까.
저당 두유가 굳이 진함을 말한 이유
저당 제품에는 오래된 숙제가 있다. 당을 줄였다는 말은 반갑지만, 소비자는 맛까지 줄어든 건 아닌지 의심한다. 두유라면 걱정은 더 구체적이다. 묽거나 밍밍할 것 같다는 인상이다. 소이비랩은 그 빈틈에 ‘진한두유’를 놓았다. 건강을 위해 참아 마시는 제품이 아니라, 맛도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약속이다.
2025년 12월 나온 저당 검은콩두유는 기존 소이비랩 저당두유의 후속 제품이다. 넛지헬스케어 발표에 따르면 앞선 제품은 누적 200만 팩이 팔렸다. 신제품은 원액두유 함량 96%, 한 팩당 당류 0.8g과 70㎉를 내세웠다. 설탕 대신 알룰로스를 쓰고 검은콩을 통째로 갈았다는 설명도 붙었다. 숫자는 저당이라는 주장을 받쳐주고, ‘진한’이라는 말은 그 숫자가 만들 수 있는 맛의 걱정에 답한다.
여기서 구분할 점이 있다. 96%는 원액두유 함량이고, ‘진하다’는 실제로 마셨을 때의 감각이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자동으로 증명하지는 않는다. 브랜드가 제품 설명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기대를 만드는 데까지다. 약속을 지켰는지는 결국 한 팩을 마신 사람이 판단한다.
네 글자 퀴즈가 제품 설명을 기억시키는 법
광고에서 소비자는 대개 문장을 흘려본다. 그런데 빈칸이 생기면 잠깐 멈춘다. ‘ㅈㅎㄷㅇ’을 보고 ‘진한두유’를 떠올리는 과정에는 제품 설명을 한 번 더 읽는 행동이 들어간다. 캐시워크가 돈버는퀴즈를 광고 상품으로 소개하며 강조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참여자가 답을 찾으려고 브랜드 페이지를 방문하고 상품 정보를 확인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이 방식이 소이비랩에 맞는 이유는 답이 제품의 약속과 붙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할인율 숫자를 맞히게 했다면 행사가 끝나는 순간 기억도 흐려지기 쉽다. ‘진한두유’는 다르다. 퀴즈를 풀고 남는 말이 저당 두유를 살 때의 의심과 직접 연결된다. 당을 낮췄는데도 진할까. 소비자가 품을 법한 질문을 브랜드가 먼저 짚은 셈이다.
물론 초성 네 글자만으로 브랜드 선호가 생기지는 않는다. 검색해서 답만 입력하고 제품 이름은 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캐시워크 역시 광고 상품이 페이지 방문에 강점이 있지만 구매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안내한다. 퀴즈 참여 수를 곧바로 충성 고객 수로 읽으면 캠페인을 잘못 평가하게 된다.
같은 회사의 앱과 식품이 만난 장면
이 사례에는 흥미로운 사업 구조도 있다. 캐시워크를 운영하는 넛지헬스케어가 키토선생과 소이비랩도 운영한다. 건강 습관을 다루는 앱에서 식습관을 겨냥한 두유가 소개되는 흐름이다. 걷기와 저당 식품이 같은 생활 맥락에 놓이니 메시지를 건네기 좋은 자리인 건 분명하다. 키토선생은 캐시워크 안에서 소이비랩 두유와 걷기를 연결한 챌린지도 진행해 왔다.
하지만 같은 회사의 채널을 쓴다는 사실만으로 캠페인의 성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광고를 본 사람이 실제로 재구매했는지, ‘저당이어도 진하다’는 말을 맛으로 납득했는지는 별개의 이야기다. 브랜드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여기다. 노출과 방문은 화면에서 바로 보이지만, 다시 한 팩을 집어 드는 이유는 시간을 두고 드러난다.
약속은 정답을 맞힌 다음부터 시험된다
소이비랩이 고른 ‘진한두유’는 짧지만 영리한 답이다. 기능을 자랑하는 단어보다 소비자의 망설임에 가까운 단어를 골랐다. 저당 제품을 만드는 결정, 그중에서도 검은콩과 원액두유 함량을 앞세운 결정, 퀴즈의 정답을 ‘진한’으로 삼은 결정이 한 방향을 보고 있다.
다만 브랜드의 운도 여기서 작동한다. 저당 식품에 관심이 높아진 시기에 캐시워크라는 접점을 가진 것은 유리한 조건이다. 같은 문구라도 관심이 적은 시기, 다른 채널이었다면 반응은 달랐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사례를 퀴즈 광고의 성공담으로만 읽고 싶지 않다. ‘ㅈㅎㄷㅇ’이 사람을 멈춰 세운 뒤, 실제 제품이 그 네 글자를 납득시키는지가 더 오래가는 브랜드 이야기를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