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라닭 홍고추마요는 왜 익숙한 맛을 바꿨을까

얼마 전 푸라닭의 신메뉴 소식을 보다가 이름을 한 번 더 읽었습니다. ‘홍고추마요’. 이미 고추마요가 있는데, 고추 앞에 ‘홍’ 한 글자를 붙인 새 메뉴라니요.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선택이 더 궁금해집니다. 완전히 새로운 맛을 내놓는 것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맛을 바꾸는 일이 때로는 더 어렵거든요.
고추마요라는 이름이 이미 자산이었다
푸라닭은 2015년 브랜드를 시작하며 ‘치킨, 요리가 되다’라는 약속을 내걸었습니다. 그 말이 포장에만 머물지 않으려면 치킨을 받았을 때 눈에 보이는 차이, 먹었을 때 느껴지는 차이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오븐에 구운 뒤 튀기는 조리법과 소스·토핑에 공을 들인 메뉴들은 그 약속을 설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중 고추마요는 푸라닭을 떠올리게 하는 맛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푸라닭이 2022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고추마요의 누적 판매량은 1,100만 개를 넘었고, 블랙알리오와 합친 판매량은 3,000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두 메뉴의 합산 수치를 고추마요 하나의 성과로 읽을 수는 없지만, 신메뉴를 기획할 때 기대어 설 만한 고객 경험이 쌓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익숙함은 부담도 만듭니다. ‘고추마요’라는 이름을 다시 쓰면 손님은 처음 보는 메뉴에서도 자신이 알던 부드럽고 매콤한 맛을 기대합니다. 새로움이 약하면 이름만 바꾼 메뉴처럼 보이고, 너무 멀어지면 같은 이름을 쓴 이유를 묻게 되죠.
소스로 먼저 만났던 홍고추마요
이번 메뉴가 갑자기 등장한 이름만은 아닙니다. 2024년 푸라닭이 선보인 ‘띱띱 크런치’에는 네 가지 디핑소스 중 하나로 홍고추마요가 들어갔습니다. 그때는 치킨에 찍어 먹는 선택지였고, 2026년 10월 21일에는 치킨 한 마리의 맛을 이끄는 정식 메뉴로 나왔습니다. 소스에서 메뉴로 자리를 옮긴 셈입니다.
이 순서를 보고 ‘소스 반응이 좋아서 제품화했구나’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푸라닭이 그런 개발 경위를 공개한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브랜드 기획의 관점에서는 흥미로운 흐름입니다. 이름을 이미 접한 고객에게는 낯설지 않고, 고추마요를 좋아하던 고객에게는 다른 마요 맛을 고를 이유가 생깁니다. 기존 메뉴의 기억을 새 메뉴를 발견하는 입구로 쓴 선택으로 읽힙니다.
붉은색만 바꾼 메뉴는 아니다
푸라닭의 출시 설명을 보면 홍고추마요는 씬 후라이드 치킨에 특제 소스를 더하고, 크런치 후레이크와 크러쉬드 레드페퍼를 얹었습니다. 기존 고추마요가 마요의 고소함과 청고추의 매콤함으로 기억됐다면, 새 메뉴는 홍고추의 붉은색에 바삭한 토핑까지 전면에 내세웁니다. 손님이 주문 화면에서 먼저 보는 색과 실제로 씹을 때 느낄 식감을 함께 바꾼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토핑의 양보다 역할입니다. 마요 소스는 치킨을 먹는 동안 입안을 부드럽게 감쌉니다. 반대로 후레이크는 한입마다 식감에 변화를 줄 수 있죠. 푸라닭이 오래 써온 ‘요리 같은 치킨’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소스 하나에만 맛을 맡기지 않고 식감까지 설계했다는 점이 이번 메뉴의 브랜드다운 부분입니다.
물론 설명대로 먹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배달 뒤에도 토핑의 바삭함이 살아 있는지, 홍고추의 매콤함이 마요의 고소함을 눌러 버리지는 않는지는 실제 주문 경험이 쌓여야 알 수 있습니다. 출시 직후인 지금 판매 성과나 재주문을 성공담처럼 말하기는 이릅니다.
익숙한 이름을 다시 쓰는 이유
신메뉴는 늘 처음 주문할 이유가 필요합니다. 홍고추마요는 그 이유를 고추마요의 기억에서 가져왔습니다. ‘푸라닭의 마요 치킨이라면 내가 좋아하던 맛의 범위 안에 있겠지’라는 기대를 만들고, 붉은 비주얼과 바삭한 토핑으로 다른 선택임을 알립니다. 고객이 새 메뉴를 고를 때 느끼는 망설임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그만큼 비교도 피할 수 없습니다. 오래 사랑받은 메뉴 옆에 서면 첫 주문의 기준은 높아집니다. 특히 고추마요를 찾던 사람이 홍고추마요를 먹고 두 메뉴의 차이를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름의 유사성이 첫 주문을 돕더라도, 다음 주문은 새 메뉴 자체의 맛이 만들어야 하니까요.
저는 이번 출시를 푸라닭이 자기 브랜드의 약속을 다시 시험하는 장면으로 봅니다. 이미 통했던 이름을 빌린 만큼 첫 관심은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치킨, 요리가 되다’라는 말은 결국 상자를 열고 마지막 조각을 먹을 때까지 증명해야 합니다. 홍고추마요가 오래 남는 메뉴가 될지는 그 경험이 결정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