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감자스틱이 품절보다 먼저 만든 약속

편의점 과자 매대에서 셰프 얼굴이 붙은 봉지를 보면 저는 늘 잠깐 멈춥니다. 이름값으로 한 번 집게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다 먹은 뒤에도 그 이름을 기억하게 만드는 일은 훨씬 어렵거든요. 요즘 ‘마피아감자스틱’으로 불리는 CU의 트러플하몽스틱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유명 셰프와 손잡은 과자가 잘 팔렸다는 이야기보다, 소비자가 그 봉지에서 어떤 맛을 기대하게 됐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셰프의 이름보다 먼저 팔린 맛의 방향
나폴리맛피아 권성준 셰프의 이름은 강력한 첫인상입니다. 방송에서 그의 요리를 본 사람이라면 편의점 과자에도 조금은 특별한 맛을 기대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름만으로 과자를 계속 팔 수는 없습니다. 과자는 식당에서 먹는 한 접시와 달리, 가격표를 보고 몇 초 안에 집어 드는 상품이니까요.
CU가 고른 조합은 블랙트러플과 하몽이었습니다. 두 재료 모두 소비자에게 ‘평범한 감자 과자와는 다르겠다’는 신호를 줍니다. 동시에 짭짤한 안주라는 쓰임도 바로 떠오릅니다. 제 눈에는 이 지점이 기획의 중심으로 보입니다. 셰프의 유명세로 시선을 끌고, 익숙한 과자 한 봉지에 고급스러운 안주 맛을 담겠다는 약속으로 구매 이유를 만든 겁니다. 실제 맛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갈리겠지만, 무엇을 기대하며 사야 하는지는 분명합니다.
스틱은 처음부터 나온 주인공이 아니었다
출시 순서를 보면 판단의 맥락이 더 선명해집니다. CU는 2026년 7월 트러플하몽깡과 트러플하몽칩을 먼저 내놓았고, 9월에 스틱을 추가했습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앞선 두 제품은 출시 10일 만에 5만 개가 팔렸습니다. 트러플과 하몽의 조합에 반응이 있다는 신호를 얻은 뒤, 같은 맛을 다른 식감으로 넓힌 셈입니다.
이건 단순히 포장만 바꿔 제품 수를 늘린 것과는 다릅니다. 깡은 씹는 힘이 있고, 칩은 가볍게 집어 먹기 좋습니다. 스틱은 손에 쥐고 한 개씩 먹는 리듬이 있죠. 과자에서는 맛만큼 먹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같은 조합을 세 가지 형태로 내면 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식감을 고를 수 있고, 마음에 든 맛을 다시 살 이유도 생깁니다.
물론 출시 순서만으로 CU가 처음부터 스틱의 매출 1위를 계획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기존 두 제품의 반응을 확인한 판단과 스틱이 주목받은 결과 사이에는 운도 있었을 겁니다. 브랜드 이야기를 할 때 성공한 뒤의 장면만 이어 붙이면,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불확실성이 사라져 버립니다.
150만 개라는 숫자를 읽을 때 빠뜨리기 쉬운 것
BGF리테일이 밝힌 2026년 10월 1일부터 15일까지의 CU 스낵 매출 순위에서 트러플하몽스틱은 1위였습니다. 같은 기간 트러플하몽칩은 4위, 트러플하몽깡은 10위에 올랐습니다. 10월 15일 기준 누적 판매량 150만 개는 스틱 한 제품이 아니라 세 제품을 합친 수치입니다. 숫자가 크다고 무심코 한 제품의 성적으로 옮겨 적으면 이 기획의 실제 모습을 놓치게 됩니다.
가격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스틱 한 봉지는 1,900원입니다. 셰프의 요리를 맛보러 식당에 가는 결정과 비교하면 문턱이 낮죠. 소비자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셰프가 참여한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이라는 채널이 이 약속을 일상적인 충동구매로 바꿔준 겁니다.
하지만 잘 팔린 이유를 모두 제품 기획의 실력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권성준 셰프에 대한 관심,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퍼진 구매 후기, 새 과자를 찾아보는 소비 습관이 같은 시기에 맞물렸습니다. CU가 수요를 만들어낼 요소를 준비한 것은 맞지만, 그 요소들이 얼마나 빠르게 번질지는 출시 전에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품절은 화제가 되지만 약속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인기가 커지면서 공급도 부담을 받았습니다. 10월 18일 BGF리테일 발표를 전한 보도에 따르면 CU는 트러플하몽 시리즈 세 제품 모두 점포별 발주 수량을 제한했습니다. 원하는 사람이 매장에서 제품을 찾지 못한다면, 화제성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빈 매대가 오래 이어지면 소비자가 기억하는 경험도 달라집니다.
특히 셰프의 이름을 건 상품은 기대치가 높습니다. 처음 먹었을 때의 맛뿐 아니라 다시 사고 싶을 때 쉽게 만날 수 있는지도 브랜드 경험에 포함됩니다. 제가 기획자라면 판매 순위보다 재구매가 이어지는지, 공급이 안정된 뒤에도 손이 가는지 먼저 볼 것 같습니다. 유행의 속도는 광고로 어느 정도 키울 수 있어도, 반복 구매는 매번 과자 봉지 안에서 결정되니까요.
마피아감자스틱의 현재 성적은 인상적입니다. 그래도 제가 오래 기억할 장면은 매출 1위라는 숫자보다 그다음입니다. 셰프의 얼굴을 보고 처음 집어 든 사람이, 며칠 뒤에는 트러플과 하몽의 맛이 생각나서 같은 봉지를 다시 찾는 순간 말입니다. 그때 비로소 과자가 처음 내건 약속이 소비자의 습관으로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