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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SNS마케팅을 지켜봤더니, 결국 살아남은 브랜드들의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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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SNS마케팅을 지켜봤더니, 결국 살아남은 브랜드들의 진짜 이야기

요즘 피드에서 브랜드가 너무 빨리 늙는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옆자리 사람이 15초짜리 릴스를 넘기는 속도를 봤는데, 브랜드 입장에서는 꽤 무서운 장면이었습니다. 영상 하나에 머무는 시간이 2초도 안 되더군요.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어떤 브랜드는 기억되고, 어떤 브랜드는 광고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제가 브랜드 마케팅을 12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도 SNS 잘해야 하는데요.” 근데 이 말 뒤에는 대체로 서로 다른 기대가 숨어 있습니다. 대표는 매출을 기대하고, 마케터는 도달률을 보고, 디자이너는 톤앤매너를 걱정하고, 대행사는 콘텐츠 발행량을 이야기합니다. 같은 SNS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보고 있는 지점이 다릅니다.

사실 SNS마케팅은 게시물 잘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브랜드가 사람들 앞에서 어떤 약속을 반복할 것인지 정하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할인만 반복하면 ‘싼 브랜드’가 되고, 재미만 반복하면 ‘웃긴 브랜드’가 됩니다. 문제는 그게 의도한 약속이었느냐는 겁니다.

바이럴은 성과처럼 보이지만, 가끔은 사고에 가깝다

한 번 터진 콘텐츠를 두고 회의실에서는 종종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이 방향으로 계속 가죠.” 물론 맞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럴은 브랜드 전략의 증거라기보다, 특정 타이밍과 알고리즘과 사람들의 기분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결과일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조회수 100만을 넘긴 콘텐츠가 있다고 해도, 그 영상 하나가 브랜드 선호도나 구매로 이어졌는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조회수 100만, 저장 2천, 댓글 300개라는 숫자는 멋져 보입니다. 그런데 프로필 방문이 1천 명이고 구매 전환이 20건이라면, 그 콘텐츠는 유명해졌지만 브랜드를 설득하지는 못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회수는 3만에 그쳤는데 저장률이 높고, 댓글에 “이 브랜드 원래 이런 거 잘하네”라는 반응이 쌓이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콘텐츠를 더 유심히 봅니다. 브랜드 자산은 대개 조용히 쌓입니다. 폭죽처럼 터지는 콘텐츠보다, 사람들이 다시 찾아보는 콘텐츠가 더 오래갑니다.

  • 조회수는 관심의 크기를 보여줍니다.
  • 저장과 공유는 쓸모의 크기를 보여줍니다.
  • 댓글의 문장은 브랜드가 어떻게 해석되는지 보여줍니다.
  • 재방문과 검색량은 기억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잘하는 브랜드는 플랫폼보다 자기 역할을 먼저 정한다

SNS마케팅을 잘하는 브랜드를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할지, 유튜브 쇼츠를 할지, 스레드를 할지보다 먼저 “우리는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로 기억될 것인가”를 정합니다.

무신사는 초기에 패션 정보를 모으고 큐레이션하는 역할을 잘 잡았습니다. 단순히 옷을 파는 곳이 아니라, 어떤 브랜드가 뜨고 어떤 스타일이 지금의 공기인지 알려주는 장소가 됐죠. 배달의민족은 배달앱이면서도 말투와 유머를 브랜드 자산으로 만들었습니다. 쿠팡은 감성보다 속도를 약속했고, 그 약속을 로켓배송이라는 경험으로 반복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SNS의 말투가 실제 서비스 경험과 맞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피드에서는 친근한데 CS는 차갑다면 사람들은 금방 알아챕니다. 브랜드가 SNS에서 한 말은 캡처되고, 비교되고, 다시 소환됩니다. 그래서 SNS는 홍보 채널이면서 동시에 약속의 증거가 됩니다.

브랜드 계정이 자주 무너지는 순간

계정이 무너지는 건 대개 콘텐츠 퀄리티 때문만은 아닙니다. 더 자주 벌어지는 문제는 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어제는 밈을 따라가고, 오늘은 제품 상세컷을 올리고, 내일은 대표 인터뷰를 올립니다. 각각은 나쁘지 않아도, 합쳐놓으면 이 브랜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흐려집니다.

제가 실무에서 자주 쓰는 질문은 간단합니다. “이 콘텐츠를 6개월 동안 반복해도 우리 브랜드다울까?”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면, 그 콘텐츠는 순간적인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계속 변주할 수 있다면 브랜드의 언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숫자는 봐야 하지만, 숫자만 믿으면 방향을 잃는다

SNS마케팅에서 데이터는 당연히 중요합니다. 도달, 노출, 클릭률, 전환율, 팔로워 증가율을 안 보면 감으로 운영하게 됩니다. 그런데 숫자는 맥락 없이 보면 꽤 쉽게 사람을 속입니다.

예를 들어 이벤트 게시물은 팔로워를 빨리 늘립니다. 경품이 좋으면 참여도도 올라갑니다. 하지만 이벤트 종료 후 언팔이 늘고, 다음 게시물 반응률이 떨어진다면 브랜드 팬이 늘어난 게 아니라 경품 참여자가 모인 겁니다. 숫자는 올랐는데 관계는 얕아진 셈이죠.

반대로 제품 개발 과정, 실패한 샘플, 고객 피드백 반영 과정을 꾸준히 보여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당장 반응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는 브랜드를 사람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완벽한 척하는 브랜드보다, 자기 기준을 가지고 고쳐가는 브랜드가 더 신뢰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는 그래서 지표를 세 층으로 나눠 보는 편입니다. 첫째, 발견 지표입니다. 도달과 노출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둘째, 반응 지표입니다. 좋아요, 댓글, 저장, 공유가 있죠. 셋째, 사업 지표입니다. 검색량, 장바구니, 회원가입, 구매, 재구매입니다. 좋은 SNS마케팅은 이 세 층이 서로 따로 놀지 않게 만드는 일입니다.

SNS마케팅은 브랜드의 성격을 매일 증명하는 일이다

많은 브랜드가 SNS를 시작할 때 “무엇을 올릴까”부터 고민합니다. 저는 그보다 “무엇은 올리지 않을까”가 먼저라고 봅니다. 하지 않을 말을 정해야 말투가 생기고, 팔지 않을 방식을 정해야 신뢰가 생깁니다.

예산이 큰 브랜드가 늘 이기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매체비가 있으면 테스트 속도는 빨라집니다. 하지만 오래 기억되는 브랜드는 대개 자기 기준이 선명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관심이 다시 브랜드의 의미로 돌아오게 만듭니다.

SNS마케팅의 어려움은 여기에 있습니다. 매일 유행은 바뀌고, 알고리즘은 설명 없이 움직이고, 어제 먹힌 포맷이 오늘은 낡아 보입니다. 그래도 브랜드가 붙잡아야 할 것은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왜 이 말을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콘텐츠는 아무리 화려해도 금방 흩어집니다.

12년 동안 여러 브랜드의 상승과 침체를 옆에서 보면서 느낀 건, SNS에서 오래가는 브랜드는 목소리가 큰 브랜드가 아니라 약속이 선명한 브랜드라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광고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반복해서 경험한 태도를 기억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SNS마케팅을 콘텐츠 운영보다 브랜드가 자기 성격을 매일 증명하는 일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12년 동안 SNS마케팅을 지켜봤더니, 결국 살아남은 브랜드들의 진짜 이야기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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