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르도 못 구한다던 두바이 쫀득쿠키, 왜 줄까지 섰을까

얼마 전 동네 카페 앞에 작은 종이 한 장이 붙어 있는 걸 봤습니다. '두바이 쫀득쿠키 입고, 1인 2개 제한.' 사실 처음엔 웃겼어요. 쿠키 하나 사는데 제한 수량이라니. 그런데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장면에서 냄새가 납니다. 맛의 유행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약속에 돈을 내고 있는지 보이거든요.
만수르 두바이 쫀득쿠키라는 키워드는 묘합니다. 만수르라는 이름은 부의 상징이고, 두바이는 과시와 희소성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여기에 쫀득쿠키는 아주 일상적인 디저트죠. 비싼 세계와 친근한 간식이 한 입 크기로 붙어버린 겁니다. 이 조합이 소비자 머릿속에서 꽤 강하게 작동했습니다.
비싼 쿠키가 아니라, 구하기 어려운 쿠키였다
두바이 초콜릿 열풍은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피스타치오 크림, 카다이프의 바삭한 식감, 초콜릿 코팅이 영상에서 잘 보였고, 먹는 소리까지 콘텐츠가 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맛보다 먼저 '화면발'이었습니다. 잘라냈을 때 초록색 필링이 보이고, 씹을 때 결이 무너지는 장면. 그 자체가 광고였습니다.
이후 쿠키 버전이 나오면서 판이 더 커졌습니다. 초콜릿 바는 프리미엄 디저트에 가까웠지만, 쿠키는 카페와 편의점, 동네 디저트샵까지 확장하기 쉬웠습니다. 실제로 편의점형 제품은 3천 원대, 카페형 제품은 6천 원대 후반까지 가격대가 벌어졌습니다. 어떤 매장에서는 두바이 쫀득쿠키를 1인 4개로 제한했고, 예약 물량과 현장 물량을 따로 공지했습니다. 이건 단순 판매가 아니라 수요를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만수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생기는 착시
솔직히 만수르가 이 쿠키를 먹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그걸 사실 확인하려고 클릭하지 않아요. 만수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를 먼저 삽니다. 비쌀 것 같고, 희귀할 것 같고, 두바이에서 온 것 같고, 어쩐지 평범한 쿠키와는 다른 급처럼 느껴집니다.
브랜드 관점에서 보면 이건 네이밍의 승리라기보다 이미지 차용의 승리에 가깝습니다. 만수르, 두바이, 피스타치오, 카다이프. 이 네 단어가 만드는 상상은 실제 제품 원가보다 훨씬 큽니다. 소비자는 6,900원짜리 쿠키를 사면서 단순히 밀가루와 초콜릿을 사는 게 아닙니다. '나도 그 유행을 맛봤다'는 인증권을 사는 쪽에 가깝습니다.
두바이 쫀득쿠키가 잘 팔린 진짜 이유
이 제품이 흥미로운 건 맛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맛있다는 후기도 많지만, 너무 달다거나 가격 대비 작다는 반응도 꽤 있습니다. 그런데도 줄을 섭니다. 왜냐하면 이 시장은 맛 평가 전에 참여 욕구가 먼저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 첫째, 비주얼이 강했습니다. 초록색 피스타치오 필링과 초콜릿 단면은 짧은 영상에 잘 맞았습니다.
- 둘째, 수량 제한이 유행을 증폭했습니다. 예약 마감, 오픈런, 1인 제한은 제품을 더 귀하게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 셋째, 가격이 애매하게 높았습니다. 6천 원대 후반은 부담스럽지만 한 번쯤은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 넷째, 따라 만들기 쉬웠습니다. 대형 브랜드부터 동네 카페까지 빠르게 변주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브랜드가 배울 지점은 분명합니다. 유행은 '좋은 제품'만으로 커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고 싶어지는 장면,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유, 그리고 지금 사지 않으면 놓칠 것 같은 압박이 같이 있어야 합니다. 두바이 쫀득쿠키는 이 세 가지를 꽤 영리하게 탔습니다.
빠르게 뜬 브랜드가 조심해야 할 것
근데 이런 유행에는 늘 그림자가 있습니다. 제품명이 길어지고 비슷한 메뉴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소비자는 금방 피로해집니다. 두바이 초콜릿, 두바이 쿠키, 두바이 푸딩, 생딸기 두바이 쿠키까지 나오면 처음의 신선함은 빠르게 희석됩니다. 어느 순간 두바이는 지역 이미지가 아니라 그냥 '피스타치오 들어간 달달한 것'의 접두사가 됩니다.
브랜드가 여기서 욕심을 내면 위험합니다. 수요가 많다고 무조건 가격을 올리거나, 품질보다 메뉴 확장에만 집중하면 소비자는 바로 등을 돌립니다. 특히 디저트 시장은 냉정합니다. 한 번 먹어본 뒤 재구매가 안 나오면 화제성은 매출 그래프의 뾰족한 봉우리로 끝납니다.
제가 봐온 성공한 디저트 브랜드들은 유행을 잡은 뒤 바로 다음 약속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구하기 어려운 디저트입니다'에서 끝나지 않고, '그래도 먹어보면 납득되는 재료를 씁니다', '기다린 만큼 일정한 맛을 드립니다', '다음 시즌에도 기대할 이유가 있습니다'로 넘어갔습니다. 반대로 사라진 브랜드들은 첫 화제성에 취해 포장지만 키웠습니다.
만수르 두바이 쫀득쿠키가 남긴 장면
만수르 두바이 쫀득쿠키라는 유행은 꽤 한국적인 방식으로 소비됐습니다. 해외에서 뜬 이미지를 빠르게 들여오고, 동네 상권이 재해석하고, 소비자는 인증하고, 또 다른 매장은 더 쫀득하게, 더 두껍게, 더 비싸게 변주합니다. 속도가 빠른 만큼 수명도 길다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 유행을 가볍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브랜드는 거창한 캠페인에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쿠키 하나가 사람들의 욕망을 아주 정확히 건드립니다. 비싸 보이고 싶지만 너무 비싸면 안 되고, 특별해 보이고 싶지만 내 손에 들어와야 하고, 남들이 먹기 전에 나도 먹어봤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 그 지점을 건드린 제품은 짧게라도 시장을 흔듭니다.
개인적으로는 두바이 쫀득쿠키의 다음 승부가 더 궁금합니다. 유행의 이름을 빌려 팔린 제품이, 이름이 낡아진 뒤에도 다시 찾게 되는 맛으로 남을 수 있을지. 브랜드의 진짜 체력은 줄이 길 때가 아니라, 줄이 사라진 뒤에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