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
brand story land

스타벅스 마일로 컵 대란을 보며 든 생각, 귀여움은 어떻게 매출이 됐나

Last Updated :
스타벅스 마일로 컵 대란을 보며 든 생각, 귀여움은 어떻게 매출이 됐나

줄 서는 커피가 아니라, 줄 서는 약속이었다

얼마 전 스타벅스 매장 앞에 사람들이 몰렸다는 기사를 봤는데, 솔직히 처음엔 또 굿즈 이벤트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재미있는 지점이 있더군요. 사람들이 기다린 건 커피 맛의 혁신이 아니었습니다. 베이프의 캐릭터 베이비 마일로가 들어간 리유저블 컵이었죠.

2026년 2월 스타벅스코리아는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특정 음료를 구매하면 베이비 마일로 리유저블 컵에 담아주는 스위트 아워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매장별 수량은 하루 30~40개 수준으로 알려졌고, 일부 매장에서는 시작 20분 만에 동났습니다. 서울경제와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6,900원대 음료로 받은 컵이 중고 거래에서 5만 원 안팎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장면이 단순한 인기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 수요를 만든 캠페인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욕망을 아주 정확한 시간과 수량 안에 가둔 사례에 가깝습니다.

왜 하필 스타벅스와 베이비 마일로였을까

여기서 말하는 마일로는 초코 음료 브랜드가 아니라 베이프, 정확히는 A Bathing Ape의 캐릭터인 베이비 마일로입니다.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베이프는 단순한 옷 브랜드가 아닙니다. 한때 후디 하나로 취향과 소속감을 보여주던 상징이었고, 베이비 마일로는 그 상징을 더 귀엽고 대중적인 얼굴로 바꾼 캐릭터였습니다.

스타벅스는 정반대처럼 보입니다. 매일 가는 카페, 사이렌 오더, 리워드 별, 회사 근처 점심시간. 그런데 이 둘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둘 다 물건을 파는 동시에 신호를 팝니다. 스타벅스 컵을 들고 있는 사람은 커피를 산 게 아니라 익숙한 라이프스타일을 들고 다닙니다. 베이비 마일로 굿즈를 가진 사람은 캐릭터 상품을 산 게 아니라 취향의 레퍼런스를 들고 다닙니다.

그래서 이 협업은 이상한 조합이 아니라 꽤 계산된 조합입니다. 스타벅스는 대중성과 유통력을 제공하고, 베이프는 희소성과 문화 코드를 얹습니다. 커피 한 잔이 갑자기 컬렉터블이 되는 순간입니다.

한정 수량은 불편하지만 강력하다

브랜드 담당자 입장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장치가 한정 수량입니다. 잘 쓰면 열기를 만들고, 못 쓰면 피로감을 만듭니다. 이번 스타벅스 마일로 컵은 매장별 30~40개라는 숫자가 중요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꽤 많은 물량일 수 있지만, 한 매장 단위로 쪼개면 점심시간에 움직일 명분이 생길 정도로 적습니다.

게다가 시간도 오후 2시부터 8시로 제한됐습니다. 이 시간 설정은 영리합니다. 일반적인 출근길 피크를 피하면서도, 점심 이후 방문을 만들고, 퇴근 전 들를 이유까지 제공합니다. 커피 브랜드가 가장 어려워하는 비피크 시간대에 이벤트를 꽂아 넣은 셈입니다.

  • 희소성: 하루 수량을 매장별로 제한
  • 시간성: 오후 2시 시작으로 대기 장면 유도
  • 확산성: 컵 디자인이 사진으로 잘 보이는 캐릭터 중심
  • 거래성: 중고가 형성으로 화제성 재증폭

근데 여기엔 그림자도 있습니다. 대기 줄이 생기고, 일부 매장에서는 혼잡이 커지고, 되팔이 논란도 붙습니다. 브랜드가 의도한 건 즐거운 이벤트였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는 왜 또 못 샀나라는 감정이 남을 수 있습니다. 한정판은 구매자에게는 기쁨을 주지만, 실패한 사람에게는 브랜드가 만든 박탈감으로 남기도 합니다.

스타벅스는 커피보다 굿즈를 더 잘 파는 걸까

이 질문은 조금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여전히 커피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강점은 커피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프리퀀시, 시즌 MD, 리유저블 컵, 캐릭터 협업, 지역 한정 상품까지. 스타벅스는 카페라기보다 반복 방문을 설계하는 리테일 미디어에 가깝게 움직여 왔습니다.

특히 굿즈는 스타벅스가 가진 약속을 눈에 보이게 만듭니다. 매장 경험은 사라지지만 컵은 남습니다. 음료는 마시면 끝나지만 굿즈는 책상 위, 차 안, 인스타그램 피드에 남습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일상 안에서 다시 노출되는 물건이 되는 거죠.

이번 마일로 컵도 마찬가지입니다. 컵 자체의 제조 원가보다 중요한 건 그 컵을 손에 넣는 과정입니다. 시간 맞춰 매장에 가고, 줄을 서고, 품절 여부를 확인하고, 성공하면 사진을 찍습니다. 이 전체 과정이 하나의 브랜드 경험이 됩니다. 소비자는 컵을 받은 게 아니라 이야기를 받은 겁니다.

운도 있었지만, 운만은 아니었다

물론 이런 이벤트가 늘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캐릭터가 약하면 묻히고, 디자인이 애매하면 굿즈가 짐이 됩니다. 수량을 너무 많이 풀면 희소성이 사라지고, 너무 적게 풀면 불만이 커집니다. 이 균형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스타벅스 마일로 사례가 흥미로운 건 여러 조건이 동시에 맞았기 때문입니다. 베이비 마일로는 귀엽지만 유치하지 않고, 베이프는 대중 브랜드는 아니지만 이름을 들으면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리유저블 컵은 가격 장벽이 낮고, 매장에서 바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중고 거래 가격이 붙으며 이 이벤트는 단순 증정 행사를 넘어 갖고 싶은 물건의 지위를 얻었습니다.

브랜드의 약속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스타벅스는 이번에도 꽤 일관된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커피를 파는 곳이지만, 당신의 하루에 작은 수집욕과 이야기를 얹어줄 수 있다는 약속입니다. 다만 이 약속이 너무 자주 한정판과 줄서기에 기대면 피로는 쌓입니다. 브랜드가 오래 가려면 갖고 싶은 마음만큼 다시 오고 싶은 마음도 남겨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스타벅스 마일로 컵 대란을 보며 성공한 굿즈 이벤트라고만 보진 않습니다. 더 정확히는 스타벅스가 한국 소비자의 수집 감각, 캐릭터 취향, 한정판 피로감의 경계선을 다시 한 번 시험한 장면에 가깝습니다. 커피보다 컵이 더 화제가 된 날에도, 결국 브랜드가 팔아야 하는 건 다음 방문의 이유니까요.

스타벅스 마일로 컵 대란을 보며 든 생각, 귀여움은 어떻게 매출이 됐나 - 요약
스타벅스 마일로 컵 대란을 보며 든 생각, 귀여움은 어떻게 매출이 됐나 | 브랜드 스토리 : https://brandstoryland.com/596
brand story land
브랜드 스토리 © brandstoryland.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