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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콜라 같은 커피를 팔아봤더니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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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콜라 같은 커피를 팔아봤더니 생긴 일

얼마 전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캔커피와 탄산음료가 나란히 놓인 걸 보는데, 문득 스타벅스가 1990년대에 했던 꽤 이상한 실험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이야 콜드브루, 니트로 커피, 에너지 드링크형 커피가 익숙하지만, 그때 스타벅스는 커피를 거의 ‘콜라처럼’ 팔아보려 했습니다. 이름은 마자그란. 스타벅스와 펩시가 손잡고 만든 탄산 커피였습니다.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실패한 제품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습니다. 성공은 나중에 포장되기 쉽지만, 실패는 당시의 욕심과 착각을 그대로 보여주거든요. 스타벅스 마자그란도 딱 그런 사례입니다. 제품은 짧게 사라졌지만, 그 실패가 병 프라푸치노라는 더 큰 성공의 문을 열었습니다.

커피 브랜드가 왜 콜라의 문법을 빌렸을까

1994년 스타벅스는 펩시와 북미 커피 파트너십을 만들었습니다. 스타벅스는 매장 밖으로 나가고 싶었고, 펩시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냉장고를 장악하는 유통력이 있었습니다. 서로 필요한 게 아주 분명했죠. 스타벅스는 프리미엄 커피의 상징이었고, 펩시는 차갑고 달고 바로 마시는 음료의 대가였습니다.

문제는 약속의 방향이었습니다. 스타벅스가 고객에게 해온 약속은 ‘좋은 커피 경험’이었습니다. 매장, 향, 바리스타, 컵을 들고 걷는 기분까지 포함된 약속이었죠. 그런데 마자그란은 그 약속을 병에 넣고 탄산까지 더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묘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려는 건지, 탄산음료를 마시려는 건지 판단이 잘 안 섰습니다.

당시 미국의 RTD 커피 시장은 작았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1993년 미국 병·캔커피 시장은 약 6천만 달러 수준이었고, 탄산음료 시장은 약 480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스타벅스와 펩시가 왜 욕심을 냈는지는 이해됩니다. 작은 시장에 스타벅스라는 프리미엄 신뢰와 펩시의 유통망을 얹으면 카테고리 자체를 키울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마자그란은 이상한 제품이 아니라 너무 이른 제품이었다

마자그란은 1995년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지역에서 테스트 판매됐습니다. 차갑고, 살짝 탄산이 있고, 커피 베이스에 감귤과 향신료 느낌을 더한 음료였습니다. 12온스 유리병에 담겼고, 일부 매장과 슈퍼마켓, 델리에서 팔렸습니다. 가격은 병당 1.3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보면 아주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커피 토닉, 에스프레소 소다, 니트로 콜드브루를 마시는 사람에게는 ‘그럴 수도 있지’ 싶은 조합입니다. 그런데 1995년의 대중 소비자는 달랐습니다. 차가운 커피 자체도 아직 넓게 자리 잡기 전이었고, 탄산 커피는 더 낯설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는 시음 후 반응이 꽤 갈렸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사람은 흥미롭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한 모금 마시고 버렸습니다.

브랜드 관점에서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낯선 제품은 첫 구매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호기심은 강력한 트리거니까요. 하지만 음료 비즈니스는 반복 구매가 없으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특히 냉장고에서 집어 드는 제품은 ‘다음에도 또 마시고 싶은가’가 전부입니다. 마자그란은 눈길은 끌었지만, 습관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스타벅스의 실수는 맛보다 맥락에 있었다

마자그란을 단순히 맛없는 제품으로만 보면 재미가 줄어듭니다. 실패의 더 큰 이유는 소비자가 그 제품을 마셔야 할 장면을 명확히 상상하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아침 커피인가, 점심 탄산음료인가, 운동 후 리프레시인가, 디저트인가. 이름도 낯설고, 맛도 낯설고, 마시는 상황도 낯설었습니다.

  • 스타벅스 고객에게는 탄산이 커피의 진지함을 흔드는 요소처럼 보였습니다.
  • 탄산음료 고객에게는 커피의 쓴맛과 향이 진입장벽이었습니다.
  • 프리미엄 병 디자인은 좋아 보였지만, 제품이 속한 카테고리는 흐릿했습니다.
  • 호기심 구매는 만들었지만 반복 구매를 설계하지 못했습니다.

브랜드 확장은 늘 이런 함정을 만납니다. ‘우리 브랜드가 강하니까 이 정도는 받아들여지겠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소비자는 브랜드를 사랑해도 자기 입맛과 생활 리듬까지 바꿔주지는 않습니다. 스타벅스라는 이름은 첫 병을 집게 만들 수 있었지만, 두 번째 병은 제품 자체가 설득해야 했습니다.

실패한 콜라 커피가 병 프라푸치노를 낳았다

흥미로운 건 이 실패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마자그란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커피 추출 기술은 이후 병 프라푸치노에 활용됐습니다. 스타벅스는 1995년 매장에서 프라푸치노 블렌디드 음료를 내놓았고, 1996년에는 펩시와 함께 병 프라푸치노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마자그란과 달리 훨씬 빨리 자리를 잡았습니다.

차이는 명확했습니다. 병 프라푸치노는 소비자가 이미 매장에서 경험한 맛을 집 밖으로 옮긴 제품이었습니다. 낯선 카테고리를 만들기보다, 익숙한 욕망을 더 쉽게 사게 만든 겁니다. 달고 차갑고 부드러운 커피 음료. 커피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접근할 수 있고, 오후 간식처럼 마실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스타벅스가 배운 건 ‘커피를 탄산음료처럼 만들자’가 아니었습니다. ‘매장에서 검증된 경험을 냉장고로 옮기자’에 가까웠습니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브랜드 확장에서는 거의 전부입니다. 소비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해석을 강요하는 것과, 이미 좋아하는 경험의 구매 방식을 바꾸는 것은 난이도가 다릅니다.

브랜드의 약속은 늘 제품보다 먼저 온다

스타벅스 콜라, 혹은 마자그란 이야기가 지금도 의미 있는 이유는 실패가 너무 현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브랜드들도 협업, 카테고리 확장, 한정판 실험을 끝없이 합니다. 그런데 상당수는 ‘재미있다’에서 멈춥니다. 재미는 공유를 만들 수 있지만, 습관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브랜드가 새로운 제품을 낼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건 이겁니다. 이 제품이 우리가 해온 약속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유명한 두 이름을 섞었다는 사실에 기대고 있는가. 스타벅스와 펩시의 조합은 강했습니다. 하지만 강한 브랜드 둘을 섞는다고 자동으로 강한 제품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저는 마자그란을 실패작이라기보다 비싼 수업료에 가깝게 봅니다. 시장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고, 제품은 너무 앞서갔고, 마시는 장면은 흐릿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스타벅스는 매장 밖 커피 시장의 감각을 얻었습니다. 실패가 다음 제품의 재료가 된 셈입니다. 브랜드는 가끔 넘어져야 자기 약속의 경계를 배웁니다. 다만 그때 중요한 건 넘어졌다는 사실보다, 무엇을 들고 다시 일어났느냐입니다.

스타벅스가 콜라 같은 커피를 팔아봤더니 생긴 일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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