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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트 베리쫀득볼 논란을 보며 다시 생각한 ‘디테일의 브랜드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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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트 베리쫀득볼 논란을 보며 다시 생각한 ‘디테일의 브랜드값’

매장에서 빵 하나를 보고 멈칫한 순간

얼마 전 동네 파리바게뜨 매장에 들렀는데, 신제품 진열대 앞에서 사람들이 생각보다 오래 머물고 있었습니다. 보통 빵집에서 사람을 붙잡는 건 향이거나 가격표인데, 이번에는 모양이었습니다. 이름은 베리쫀득볼. 딸기 풍미, 크림치즈, 말랑한 식감. 설명만 들으면 꽤 익숙한 겨울 시즌 간식입니다.

그런데 이 제품은 맛보다 외형으로 먼저 알려졌습니다. 일부 매장에서 나온 제품의 칼집과 속재료 노출이 특정 신체 부위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번졌고, 이후 파리바게뜨는 칼집 공정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형태를 바꿨습니다. 공식 제품 정보 기준으로 베리쫀득볼은 29g, 100kcal 제품이고, 딸기크림치즈가 들어간 쫀득한 베이커리류입니다. 가격 정보는 매장과 판매 단위에 따라 다르지만, 당시 메뉴 가격 자료에서는 1개입 1,600원, 2개입 3,200원, 3개입 4,700원 수준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빵이 아니라 ‘검수의 상상력’이었다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장면을 자주 봅니다. 제품팀은 맛을 보고, 생산팀은 공정을 보고, 마케팅팀은 네이밍과 시즌 캠페인을 봅니다. 그런데 소비자는 그 모든 과정을 모릅니다. 그냥 진열대 위에 놓인 결과물 하나를 봅니다. 브랜드가 의도한 기획서가 아니라, 내 눈앞의 완제품이 브랜드의 약속이 됩니다.

베리쫀득볼의 기획 자체가 이상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딸기 시즌, 쫀득한 식감, 소형 디저트, 크림치즈 조합은 충분히 팔릴 만한 공식입니다. 문제는 ‘칼집을 낸 반죽이 구워졌을 때 매장별로 어떤 편차를 만들 수 있는가’였습니다.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만든 이미지와 매장 현장의 결과물이 최대한 비슷해야 합니다. 특히 수천 개 접점에서 팔리는 제품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 사진 촬영용 샘플은 예쁘게 나올 수 있습니다.
  • 공장 또는 매장 테스트 제품도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냉동 생지, 해동 상태, 칼집 깊이, 굽는 시간, 크림치즈의 팽창이 합쳐지면 전혀 다른 인상이 생깁니다.

솔직히 이건 마케팅보다 운영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다만 소비자는 운영 이슈를 따로 떼어 보지 않습니다. 그냥 “파리바게뜨가 이런 빵을 냈다”고 기억합니다. 그래서 브랜드 관점에서는 작아 보이는 제조 디테일이 꽤 비싼 평판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빠른 수정은 잘했다, 하지만 메시지는 아쉬웠다

파리바게뜨는 논란 이후 비교적 빠르게 칼집 공정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6년 1월 21일 생산분부터 변경이 적용됐고, 공식 제품 사진도 칼집 없는 형태로 교체됐습니다. 속도만 보면 나쁘지 않은 대응입니다. 식품 브랜드에서 논란이 커질 때 가장 위험한 건 “아무 일도 아니다”라는 태도인데, 이번에는 제품 형태를 실제로 바꿨습니다.

다만 브랜드 메시지 관점에서는 조금 더 섬세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 측 설명은 작업 안정성과 생산 효율화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물론 냉동 상태 반죽에 칼집을 내는 공정이 불편하고 위험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타당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소비자가 느낀 불편함도 이미 시장에 존재했습니다. 그 감각을 정면으로 비난할 필요는 없지만, “현장 작업성과 고객 반응을 함께 반영했다” 정도의 문장이었다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겁니다.

파리바게뜨 같은 대형 브랜드가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동네 개인 빵집에서 특이한 모양의 빵이 나왔다면 해프닝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파리바게뜨는 다릅니다. 이 브랜드는 한국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의 대표명사에 가깝고, 소비자에게 이미 “어디서 사도 비슷한 품질”이라는 약속을 해왔습니다. 이 약속은 강력한 자산이지만, 동시에 작은 편차도 크게 보이게 만듭니다.

브랜드가 커질수록 신제품의 성공 조건은 맛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이름이 검색됐을 때 어떤 이미지가 따라붙는지, 소비자가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 매장 직원이 진열하면서 민망하지 않은지까지 제품 경험에 들어갑니다. 특히 요즘은 소비자가 제품을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습니다. 먹는 제품이면서 동시에 공유되는 콘텐츠인 셈입니다.

이 지점에서 베리쫀득볼은 운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딸기 시즌 제품군 안에서 귀엽고 말랑한 디저트로 자리 잡을 수도 있었는데, 온라인 확산의 첫 장면이 외형 논란이 되어버렸습니다. 브랜드는 늘 의도한 문장으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자기 방식으로 읽고, 온라인은 그중 가장 자극적인 해석을 빠르게 키웁니다.

작은 빵 하나가 보여준 브랜드의 숙제

저는 이 사례를 단순한 조롱거리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대형 프랜차이즈가 신제품을 낼 때 어떤 검수 렌즈를 가져야 하는지 보여준 사례에 가깝습니다. 맛 테스트, 원가 테스트, 생산 테스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제는 ‘사진으로 퍼졌을 때의 인상’까지 제품 개발 단계에서 봐야 합니다.

브랜드는 로고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진열대 위 빵의 칼집, 앱에 올라간 대표 이미지, 매장 직원이 구워낸 결과물, 소비자가 올린 첫 사진이 전부 브랜드가 됩니다. 베리쫀득볼은 크게 보면 실패작이라기보다, 좋은 기획이 작은 형태 관리에서 얼마나 쉽게 다른 이야기로 바뀔 수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파리바게뜨가 빠르게 형태를 바꾼 점은 맞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신제품 회의실에 맛 평가표 말고도 한 칸이 더 생겼으면 합니다. “이 제품은 사진으로 퍼졌을 때도 우리가 의도한 약속처럼 보이는가.” 요즘 브랜드에는 그 질문이 꽤 현실적인 품질 관리입니다.

파리바게트 베리쫀득볼 논란을 보며 다시 생각한 ‘디테일의 브랜드값’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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