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두쫀쿠가 품절을 만든 진짜 이야기

얼마 전 이마트 매장 베이커리 쪽을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빵이 아니라 작은 디저트 키트 앞에서 멈춰 서 있더군요. 이름은 두쫀쿠. 처음엔 또 하나의 유행 디저트겠지 싶었는데, 가만히 보니 이 제품은 맛보다 ‘타이밍’으로 팔리고 있었습니다.
두쫀쿠는 두바이 초콜릿 열풍에서 이어진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로 쓰입니다.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카다이프, 마시멜로 같은 재료가 들어가고, 쫀득한 식감과 바삭한 속재료의 대비가 포인트죠. 이마트에서는 DIY 키트 형태로 약 3만 원대에 판매되며, 한 세트로 대략 8~10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탔습니다.
유행을 따라간 게 아니라, 유행의 불편을 집어냈다
브랜드 기획을 오래 하다 보면 유행을 따라 만든 제품과 유행의 빈틈을 찌른 제품은 느낌이 다릅니다. 두쫀쿠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두바이 초콜릿 계열 디저트는 이미 SNS에서 충분히 예뻤고, 충분히 궁금했습니다. 문제는 가격과 접근성이었죠.
카페에서 한 조각에 6천~8천 원대까지 올라가는 디저트를 가족이나 친구와 여러 개 사 먹기엔 부담이 있습니다. 게다가 인기 매장은 줄을 서야 하고, 재료인 카다이프나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는 일반 소비자가 따로 사기 애매합니다. 이마트는 여기서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와 ‘재료를 한 번에 해결하는 편의’를 묶었습니다.
사실 이건 대단히 이마트다운 접근입니다. 이마트는 프리미엄을 아주 고급스럽게 포장하기보다, 사람들이 이미 갖고 있는 욕망을 장바구니 단위로 낮춰주는 데 강합니다. 두쫀쿠 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싼 디저트를 싸게 복제했다기보다, 유행을 집에서 재현할 수 있는 생활 상품으로 낮춘 셈입니다.
이름이 조금 촌스러워서 더 빨랐다
두쫀쿠라는 이름은 세련된 네이밍은 아닙니다. 입에 착 붙지만, 고급 디저트 브랜드가 쓸 법한 이름은 아니죠. 그런데 이 제품에는 그게 오히려 맞았습니다. 검색하기 쉽고, 말하기 쉽고, 무엇보다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브랜드 이름은 언제나 멋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편의점과 대형마트 채널에서는 ‘한 번 듣고 무슨 제품인지 감이 오는가’가 중요합니다. 두쫀쿠는 그 조건을 충족합니다. 두바이, 쫀득, 쿠키. 세 단어의 욕망을 한 덩어리로 붙여버렸습니다.
제가 현업에서 자주 보는 실패는 반대 방향에서 나옵니다. 내부 회의에서는 그럴듯한 이름인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검색도 어렵고 기억도 안 나는 경우죠. 두쫀쿠는 브랜드 문법으로 보면 투박하지만, 유통 문법으로 보면 강합니다. SNS 캡션에도 잘 들어가고, 엄마들 단톡방에도 잘 퍼지고,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기에도 부담이 적습니다.
품절감은 제품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두쫀쿠가 화제가 된 배경에는 한정 수량, 재고 확인, 매장별 편차 같은 요소가 같이 움직였습니다. 일부 후기에서는 한정 판매, 빠른 품절, 재고 조회 이야기가 반복됐고, 이런 정보는 자연스럽게 구매 압박을 만듭니다. 사람은 맛있는 제품보다 ‘지금 안 사면 못 살 것 같은 제품’에 더 빨리 반응합니다.
물론 이 전략은 양날입니다. 초반 품절은 화제를 만들지만, 반복되면 피로를 만듭니다. 소비자가 몇 번 헛걸음하면 브랜드 호감은 금방 불만으로 바뀝니다. 특히 대형마트는 카페 팝업과 다릅니다. 고객은 장을 보러 왔지, 희소성 게임을 하러 온 게 아니니까요.
- 좋았던 점: 유행 디저트를 집에서 만들 수 있게 낮춘 접근
- 강했던 점: 이름, 가격, 재료 구성이 검색과 공유에 최적화됨
- 위험한 점: 품절 경험이 반복되면 재미보다 불편이 커짐
이런 제품은 첫 반응보다 두 번째 구매가 더 중요합니다. 한 번은 호기심으로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사는 순간부터는 맛, 양, 만드는 과정, 가격이 냉정하게 비교됩니다. 키트 하나가 약 3만 원이라면 ‘재미값’까지 포함해 납득시켜야 합니다.
이마트가 판 것은 쿠키가 아니라 참여감이었다
두쫀쿠 키트의 재미는 완제품을 먹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볶고, 섞고, 굳히고, 잘라보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됩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요즘 식품 브랜드는 맛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찍을 장면, 말할 거리, 같이 할 핑계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홈베이킹 키트는 실패 확률을 낮춰주는 순간 브랜드 약속이 성립합니다. 소비자는 셰프가 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나도 그럴듯하게 만들었다’는 경험을 사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구성품이 중요합니다. 카다이프처럼 따로 사기 귀찮은 재료,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처럼 유행의 상징이 되는 재료를 한 박스에 넣은 건 좋은 판단이었습니다.
다만 장기 브랜드로 가려면 다음 과제가 생깁니다.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식으면 두쫀쿠도 같이 내려앉을 수 있습니다. 유행어 기반 제품은 빠르게 뜨지만, 빠르게 낡습니다. 이마트가 이 흐름을 오래 가져가려면 맛 변주보다 사용 상황을 넓혀야 합니다. 생일 파티용, 아이와 만드는 주말 간식, 집들이 디저트처럼 소비 장면을 구체화하는 쪽이 더 오래 갑니다.
두쫀쿠가 남긴 브랜드 숙제
저는 두쫀쿠를 보면서 대형 유통 브랜드의 속도가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고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유행이 생기고, 제조사가 움직이고, 유통사가 들여오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이제는 검색어가 뜨면 몇 주 안에 매대가 반응합니다. 소비자도 그 속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근데 속도가 빠른 브랜드일수록 약속을 조심해야 합니다. ‘유행을 가장 빨리 가져다준다’는 약속은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쉽게 지칩니다. 다음 유행을 계속 좇아야 하고, 한 번 삐끗하면 따라 하기 브랜드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마트 두쫀쿠의 진짜 성과는 매출 숫자보다도, 이마트가 트렌드를 생활 상품으로 번역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데 있습니다.
두쫀쿠가 오래 기억될 제품인지는 아직 더 봐야 합니다. 다만 분명한 건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히 맛있는 쿠키를 사지 않습니다. 내가 본 유행을 내 손으로 재현하고, 그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가격까지 납득되는 경험을 삽니다. 이마트는 그 흐름을 꽤 정확히 집었습니다. 브랜드가 한 약속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줄 서서 먹던 것을 집 식탁 위로 가져다주겠다는 약속. 이번에는 그 약속이 꽤 잘 먹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