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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마일로 리유저블 컵 대란을 보며 떠올린, 굿즈가 브랜드 약속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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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마일로 리유저블 컵 대란을 보며 떠올린, 굿즈가 브랜드 약속이 되는 순간

얼마 전 카페 앞에 오후 1시 40분부터 줄이 생기는 장면을 봤습니다. 커피 신메뉴 때문인가 했는데, 사람들 손에 들린 목적은 음료보다 컵에 가까웠죠. 스벅 마일로 리유저블 컵. 정확히는 스타벅스와 베이프의 베이비 마일로가 만난 한정 리유저블 컵 이벤트였습니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저는 단순히 “굿즈 잘 만들었네”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브랜드 마케팅을 오래 하다 보면 굿즈는 제품이 아니라 약속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취향을 알고 있다”, “당신이 줄 서도 아깝지 않은 순간을 만들겠다”, “이 컵을 들고 있는 당신은 그냥 커피를 산 사람이 아니다” 같은 약속 말이죠.

컵 하나가 왜 오픈런을 만들었을까

이번 스벅 마일로 리유저블 이벤트는 구조가 꽤 영리했습니다. 특정 기간 동안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대상 음료를 그란데 사이즈로 주문하면 선착순으로 컵을 주는 방식이었죠. 대상 음료도 자몽 허니 블랙 티, 스타벅스 딸기 라떼, 바닐라 크림 콜드 브루, 얼 그레이 바닐라 티 라떼, 붉은 로즈 초콜릿처럼 이미 대중성이 있거나 사진에 잘 나오는 메뉴로 묶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컵을 판다”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컵만 따로 살 수 없고, 매장 POS 주문을 해야 하며, 사이렌오더나 딜리버리로는 참여가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그러니 고객은 앱에서 편하게 누르는 대신 매장에 직접 가야 했고, 줄을 서야 했고, 재고가 남아 있는지 긴장해야 했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게 단순한 증정 행사가 아닙니다. 매장 방문을 만들고, 피크타임 이후의 유입을 만들고, 현장의 장면을 소셜 콘텐츠로 바꾸는 설계입니다. 오후 2시라는 시간도 묘합니다. 점심 러시가 지나고, 커피 한 잔이 다시 생각나는 시간. 근데 거기에 한정판 굿즈가 붙으면 카페 방문은 갑자기 작은 게임이 됩니다.

베이비 마일로가 붙으니 스벅이 조금 달라 보였다

스타벅스는 원래 안정감이 강한 브랜드입니다. 매장, 로고, 음료 경험이 예측 가능하죠. 반면 베이프와 베이비 마일로는 스트리트 문화, 희소성, 캐릭터 수집 감성이 강합니다. 둘이 만나면 재미있는 긴장이 생깁니다. 너무 점잖은 브랜드에 장난기가 들어오고, 너무 튀는 캐릭터는 스타벅스라는 일상 플랫폼 위에서 대중성을 얻습니다.

핑크와 브라운 2종이라는 선택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색상이 많으면 수집 피로가 생기고, 하나뿐이면 랜덤의 재미가 줄어듭니다. 두 가지는 딱 적당합니다. “나는 브라운이 더 좋다”, “핑크 실물이 더 귀엽다” 같은 비교 대화가 생기고, 랜덤 지급은 자연스럽게 교환과 중고 거래를 부릅니다.

실제로 일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6천 원대 음료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의 매물이 등장했습니다. 언론 보도에서도 1만 원대부터 5만 원대까지 거래 시도가 있었다고 다뤘죠. 이 현상은 브랜드가 의도했든 아니든 굿즈의 시장 가격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소비자는 컵을 플라스틱 용기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놓치면 아쉬운 것”으로 봤습니다.

리유저블이라는 말의 미묘한 부담

그런데 여기서 조금 불편한 지점도 있습니다. 이름은 리유저블 컵입니다. 반복 사용을 전제로 한 컵이라는 뜻이죠. 하지만 현장 반응은 환경보다 소장에 가까웠습니다. 쓰기 위해 받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상당수는 포장 상태로 보관하거나 사진을 찍고, 거래 가능성을 생각했을 겁니다.

브랜드가 리유저블을 말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실제로 여러 번 쓰게 만들지 못하면, 그 물건은 친환경 경험이 아니라 또 하나의 한정판 플라스틱이 됩니다. 물론 스타벅스가 리유저블 컵 문화를 오래 밀어온 건 사실입니다. 다회용 컵, 개인컵 할인, 에코별 같은 장치도 있죠. 다만 콜라보 굿즈가 강해질수록 “계속 쓰는 컵”보다 “갖고 싶은 컵”으로 기울 위험이 있습니다.

마케터 입장에서 이 차이는 꽤 큽니다. 고객이 컵을 매일 쓰면 브랜드 약속은 일상에 남습니다. 반대로 서랍에 넣어두면 이벤트의 열기는 남지만 브랜드의 반복 접점은 줄어듭니다. 굿즈 마케팅의 진짜 성패는 배포 당일 줄 길이가 아니라, 한 달 뒤 그 물건이 테이블 위에 남아 있는지에서 갈립니다.

이 행사가 잘한 것과 아쉬운 것

잘한 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협업 상대가 명확했습니다. 베이비 마일로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귀엽고, 아는 사람에게는 맥락이 있는 캐릭터입니다. 둘째, 참여 방식이 간단했습니다. 대상 음료를 그란데로 사면 컵을 받는다. 복잡한 미션이나 앱 응모보다 훨씬 직관적입니다. 셋째, 희소성을 과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체감되게 만들었습니다.

  • 오후 2시 시작이라는 시간 제한
  • 매장별 한정 수량
  • 핑크와 브라운 랜덤 지급
  • 1인당 구매 수량 제한
  • 일부 채널 제외로 생긴 현장성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이런 이벤트는 충성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실패한 고객에게는 묘한 박탈감을 남깁니다. 특히 직장인이나 학생처럼 특정 시간에 매장에 갈 수 없는 사람에게는 “브랜드가 나를 초대했다”보다 “나는 또 놓쳤다”는 감정이 커질 수 있습니다. 굿즈가 강력할수록 실패 경험도 선명해집니다.

또 하나는 리셀 이슈입니다. 한정판 굿즈가 중고 시장에서 웃돈이 붙는 순간, 이벤트의 주인공이 팬인지 되팔이인지 흐려집니다. 브랜드가 모든 거래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정말 갖고 싶어 온 사람”이 허탈해지는 구조가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피로가 쌓입니다.

스벅은 커피보다 기억을 팔고 있다

스벅 마일로 리유저블 컵을 보며 다시 느낀 건, 스타벅스가 여전히 오프라인 장면을 만드는 데 능하다는 점입니다. 요즘 브랜드는 다들 앱 푸시, 쿠폰, 타깃 광고에 매달립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여전히 줄 선 장면, 손에 쥔 컵, 옆 사람과 나눈 “무슨 색 나왔어요?” 같은 대화를 기억합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늘 정답은 아닙니다. 너무 자주 하면 피곤하고, 너무 부족하면 원성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번 협업은 스타벅스가 가진 매장 네트워크와 베이비 마일로의 캐릭터 자산을 꽤 효율적으로 엮었습니다. 커피 한 잔을 사는 행동에 작은 긴장감과 수집 욕구를 붙인 셈입니다.

브랜드는 결국 약속을 팝니다. 스타벅스의 약속은 “어디서나 비슷한 커피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가끔은 당신의 일상에 작은 사건을 만들겠다”까지 확장된 듯합니다. 저는 이 컵을 보며 굿즈가 성공했다기보다, 사람들이 아직도 브랜드가 만든 작은 의식에 기꺼이 시간을 쓴다는 사실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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