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킨라빈스 몬치치, 귀여운 콜라보인 줄 알았는데 약속을 바꾼 이야기

얼마 전 배스킨라빈스 매장 앞을 지나가다 ‘카라멜 퐁당 몬치치’라는 이름을 봤는데, 솔직히 처음엔 웃음이 났습니다. 아이스크림 이름치고는 꽤 장난스럽고, 캐릭터 협업치고는 묘하게 오래된 냄새가 났거든요. 그런데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조합이 가볍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왜 하필 지금 몬치치인지, 왜 배스킨라빈스가 또 캐릭터를 꺼냈는지, 그 뒤에 있는 약속을 보게 됩니다.
몬치치는 새 캐릭터가 아니라 오래된 감정이다
몬치치는 1974년 일본 세키구치에서 태어난 캐릭터입니다. 푹신한 몸, 비닐 소재의 얼굴과 손발, 입에 엄지를 문 포즈가 특징이죠. 2024년에 50주년을 맞았고, 2026년에도 패션 브랜드 협업이 이어질 만큼 다시 호출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캐릭터가 단순히 ‘귀여움’만으로 돌아온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요즘 캐릭터 소비는 예전처럼 아이들만의 시장이 아닙니다. 키링, 백참, 인형, 랜덤 굿즈는 성인의 가방과 책상 위로 들어왔습니다. 10대에게는 레트로한 새로움이고, 30~40대에게는 어릴 때 본 듯한 익숙함입니다. 몬치치는 이 두 감정을 동시에 건드립니다. 낡았는데 촌스럽지 않고, 귀여운데 너무 유아적이지 않은 경계에 서 있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이건 꽤 좋은 재료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설명하려면 시간이 듭니다. 반대로 너무 유명한 캐릭터는 브랜드가 캐릭터에 먹힙니다. 몬치치는 중간쯤에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반갑고, 모르는 사람도 한 번 더 보게 되는 얼굴. 배스킨라빈스가 좋아하는 ‘월간 화제성’에 잘 맞는 카드입니다.
배스킨라빈스가 판 것은 맛보다 장면이었다
배스킨라빈스 제품 안내에 따르면 ‘카라멜 퐁당 몬치치’는 밀크 카라멜과 솔티밀크 아이스크림에 카라멜 리본, 슈가 크런치를 더한 맛입니다. 싱글레귤러 기준 115g, 열량은 247kcal로 안내되어 있고, 가격은 3,900원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특별히 파격적인 제품은 아닙니다. 카라멜, 솔티, 크런치. 이미 디저트 시장에서 검증된 조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맛의 혁신이 아닙니다. 배스킨라빈스는 오래전부터 ‘이달의 맛’을 통해 맛을 뉴스처럼 소비하게 만들었습니다. 매달 신제품이 나오고, 굿즈가 붙고, 캐릭터가 들어오고, 사람들은 매장에 들러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스크림은 먹는 상품이지만, 배스킨라빈스의 마케팅은 늘 ‘이번 달에 참여했다’는 감각을 팝니다.
몬치치 협업도 같은 맥락입니다. 카라멜 맛이 궁금해서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더 큰 동기는 ‘지금 나오는 귀여운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 이건 식품 브랜드가 만들기 어려운 감정입니다. 대부분의 식품은 맛있으면 다시 사고, 맛없으면 끝납니다. 그런데 캐릭터 협업은 구매 이유를 맛 밖으로 확장합니다. 냉장고가 아니라 피드와 가방, 책상 위로 브랜드가 이동하는 겁니다.
잘한 선택과 조금 위험한 선택
브랜드 마케팅 관점에서 배스킨라빈스 몬치치 협업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첫째, 카라멜이라는 대중적인 맛을 골랐습니다. 캐릭터 협업에서 맛까지 낯설면 진입 장벽이 생깁니다. 둘째, 몬치치의 색감과 카라멜의 톤이 자연스럽게 붙습니다. 갈색 털, 따뜻한 얼굴, 달콤한 카라멜. 비주얼 언어가 어긋나지 않습니다. 셋째, 레트로 캐릭터를 통해 부모 세대와 젊은 소비자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도 있습니다. 캐릭터 협업은 점점 더 흔해졌습니다. 산리오, 포켓몬, 디즈니, 짱구, 토이 스토리까지 소비자는 이미 많은 콜라보를 봤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캐릭터 얼굴을 붙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묻습니다. 이 조합이 왜 자연스러운지, 굿즈는 갖고 싶은지, 맛은 다시 먹을 만한지.
특히 배스킨라빈스는 협업을 자주 하는 브랜드입니다. 이건 장점이자 약점입니다. 자주 한다는 건 운영력이 있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소비자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습니다. 매달 새로운 캠페인이 나오면 브랜드는 늘 활기차 보입니다. 그런데 소비자 머릿속에는 남는 것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 귀여운 거 나왔네’에서 멈추면 캠페인은 팔렸지만 브랜드 자산은 깊어지지 않습니다.
브랜드의 약속은 ‘행복한 선택지’였다
배스킨라빈스가 오랫동안 지켜온 약속은 사실 대단히 단순합니다. 골라 먹는 즐거움. 31이라는 숫자는 맛의 다양성을 상징했고, 매장 경험은 늘 선택의 재미를 중심으로 짜였습니다. 몬치치 협업은 이 약속을 요즘 방식으로 다시 말한 사례에 가깝습니다. 예전에는 맛을 고르는 즐거움이었다면, 지금은 캐릭터와 굿즈와 인증할 장면까지 고르는 즐거움입니다.
여기서 운도 작용했습니다. 몬치치가 50주년 이후 다시 패션과 굿즈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고, 백참과 작은 인형을 가방에 다는 문화가 강해졌습니다. 만약 같은 협업을 몇 년 전, 캐릭터 키링 붐이 덜했을 때 진행했다면 반응은 더 작았을 겁니다. 브랜드 성과를 볼 때 이 지점을 빼면 안 됩니다. 잘 기획한 것도 맞지만, 시대의 바람을 탔습니다.
다만 운을 잡으려면 손을 뻗고 있어야 합니다. 배스킨라빈스는 월간 신제품 구조, 협업 운영, 매장 노출, 굿즈 판매 경험을 이미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몬치치라는 재료가 왔을 때 빠르게 상품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트렌드를 알아도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감은 있는데 시스템이 없습니다.
귀여움 뒤에 남는 것
배스킨라빈스 몬치치는 엄청난 혁신 사례라기보다, 익숙한 브랜드가 자신의 약속을 최신 소비 문법에 맞춰 다시 포장한 사례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맛은 안전하게, 캐릭터는 감정적으로, 구매 이유는 수집과 인증으로 넓혔습니다. 이 조합은 지금의 디저트 시장에서 꽤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브랜드는 가끔 큰 선언보다 작은 접점에서 더 잘 보입니다. 소비자가 아이스크림 하나를 고르면서 ‘이거 귀엽다’고 말하는 순간, 그 브랜드는 잠깐이나마 일상 안으로 들어갑니다. 배스킨라빈스가 몬치치로 얻고 싶은 것도 아마 그 정도의 친밀감일 겁니다. 오래가는 브랜드는 거창한 말보다 이런 작은 약속을 반복해서 지킵니다. 달콤하고, 고를 수 있고, 지금 손에 쥐면 기분이 조금 좋아지는 것. 그 정도면 아이스크림 브랜드에게는 꽤 강한 약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