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
brand story land

마레블루 참치를 보며 떠올린 프리미엄 참치캔의 진짜 승부

Last Updated :
마레블루 참치를 보며 떠올린 프리미엄 참치캔의 진짜 승부

얼마 전 홈쇼핑 채널을 돌리다가 마레블루 참치가 꽤 오래 화면을 잡아먹는 걸 봤습니다. 참치캔이라면 보통 1초 만에 이해되는 물건인데, 이 제품은 이상하게 설명할 게 많아 보이더군요. 이탈리아, 황다랑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통살, 원산지 추적. 브랜드 기획을 12년 하다 보면 이런 순간에 본능적으로 보입니다. 이건 단순한 식품 판매가 아니라 캔참치의 기억을 다시 쓰려는 시도입니다.

캔참치가 너무 익숙해졌을 때 생기는 틈

한국에서 참치캔은 굉장히 강한 카테고리입니다. 문제는 강하다는 말이 곧 새 브랜드에게 친절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겁니다. 소비자 머릿속에는 이미 참치캔의 기준이 있습니다. 밥에 비벼 먹고, 김치찌개에 넣고, 샐러드에 얹고, 할인할 때 묶음으로 사는 제품. 브랜드보다 가격과 용량이 먼저 보이는 시장이죠.

마레블루 참치가 흥미로운 건 이 익숙함을 정면으로 비틀었다는 점입니다. 수입사 소개 기준으로 마레블루는 2024년 12월 판권 계약과 홈쇼핑 런칭을 거쳤고, 이탈리아 프리미엄 통살 참치 브랜드로 소개됩니다. 제품 메시지도 일반 참치캔의 언어와 다릅니다. 많이 들어 있다, 싸다, 간편하다는 말보다 황다랑어, 증기 조리, 추적 가능한 생산 과정, 올리브오일 같은 단어를 앞에 세웁니다.

마레블루 참치의 약속은 가격이 아니라 기분이다

브랜드가 성장하려면 기능을 팔기 전에 약속을 팔아야 합니다. 마레블루 참치의 약속은 꽤 분명합니다. 캔을 따는 순간, 싸고 편한 비상식량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식재료를 만난 기분을 주겠다는 것. 여기서 중요한 건 실제 맛도 맛이지만, 소비자가 캔을 집는 자기 이미지를 바꿔준다는 점입니다.

일반 참치캔이 냉장고 비상 버튼이라면, 마레블루는 접시에 옮겨 담아도 덜 민망한 캔입니다. 지중해식 참치 샐러드, 멕시칸 참치 샐러드 같은 라인업도 그 방향을 보여줍니다. 그냥 참치가 아니라 식탁 위 메뉴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죠. 솔직히 이건 작은 차이가 아닙니다. 같은 캔이어도 누군가는 김치찌개의 부재료로 기억되고, 누군가는 와인 옆의 안주로 상상됩니다.

홈쇼핑은 낡은 채널이 아니라 설명이 필요한 브랜드의 무대다

요즘 브랜드 기획 회의에서 홈쇼핑을 올드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습니다. 특히 마레블루 참치처럼 단가와 맥락을 같이 팔아야 하는 제품에는 홈쇼핑이 꽤 맞는 무대입니다. 10초짜리 숏폼으로는 왜 이 참치가 비싸야 하는지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홈쇼핑은 조리 장면, 질감, 세트 구성, 진행자의 반응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식품은 설명을 줄이면 오히려 손해를 봅니다. 황다랑어를 쓴다는 말, 잡은 곳 인근에서 조리한다는 말, 급속 냉동 없이 품질을 관리한다는 말은 그냥 포장지에 쓰면 딱딱한 문구가 됩니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이 문구들이 이야기로 변합니다. 소비자는 정보를 듣는 동시에 ‘아, 이건 내가 알던 참치캔과 다르게 봐야 하나’라는 허락을 스스로에게 줍니다.

다만 프리미엄의 적은 무관심이 아니라 과한 기대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자주 넘어지는 지점도 여기 있습니다. 약속이 멋질수록 소비자의 기대치는 빠르게 올라갑니다. 캔참치 하나가 4천원대 안팎으로 인식되는 순간, 소비자는 단순히 맛있는 정도가 아니라 기억에 남는 차이를 원합니다. 뚜껑을 열었을 때 살결이 살아 있는지, 오일 향이 좋은지, 비린 맛이 적은지, 샐러드에 넣었을 때 ‘이 돈이면 괜찮다’는 감각이 생기는지가 전부 시험대에 오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더 어려운 건 반복 구매입니다. 첫 구매는 홈쇼핑의 힘과 호기심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구매는 냉정합니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캔을 다시 찾게 만드는 건 광고가 아니라 경험입니다. 프리미엄 식품은 첫인상보다 세 번째 사용 장면이 더 중요합니다.

  • 첫 번째 장면: 방송을 보고 궁금해서 구매한다.
  • 두 번째 장면: 샐러드나 파스타에 넣어 기존 참치와 비교한다.
  • 세 번째 장면: 가격을 알고도 다시 장바구니에 담는다.

마레블루가 오래가려면 ‘비싼 참치’에서 멈추면 안 된다

마레블루 참치의 브랜딩은 출발점이 좋습니다. 이름도 바다의 이미지를 품고 있고, 이탈리아라는 원산지 감성도 분명합니다. 제품 스토리 역시 대중 참치캔과 거리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있습니다. 그런데 브랜드가 오래가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가야 합니다. 비싼 이유를 설명하는 브랜드에서, 먹는 장면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통살이 살아 있다’는 말보다 ‘퇴근 후 토마토와 접시에 올리면 한 끼가 된다’는 장면이 더 오래 남습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사용’보다 ‘남은 오일까지 빵에 찍어 먹게 된다’는 경험이 더 강합니다. 소비자는 스펙을 기억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기 생활 안에 들어온 장면을 기억합니다.

제가 브랜드를 볼 때 늘 신경 쓰는 건 운의 몫입니다. 마레블루 참치는 건강한 한 끼, 고단백 식단, 홈술 안주, 지중해식 식문화 같은 흐름을 꽤 좋은 타이밍에 만났습니다. 이 흐름은 분명한 기회입니다. 다만 타이밍은 문을 열어줄 뿐, 안으로 들어가 오래 머무르게 만드는 건 브랜드의 반복된 약속입니다. 마레블루 참치가 캔참치 시장에서 남기려는 흔적도 결국 그 약속이 얼마나 일상적인 식탁까지 내려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마레블루 참치를 보며 떠올린 프리미엄 참치캔의 진짜 승부 - 요약
마레블루 참치를 보며 떠올린 프리미엄 참치캔의 진짜 승부 | 브랜드 스토리 : https://brandstoryland.com/1233
brand story land
브랜드 스토리 © brandstoryland.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