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가 동네 전단지를 앱으로 바꿔버린 진짜 이야기

얼마 전 집수리 견적을 알아보는 지인을 보면서 재미있는 장면을 봤습니다. 예전 같으면 관리실, 동네 전단지, 지인 소개를 뒤졌을 텐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숨고를 먼저 떠올리더군요. 브랜드 기획자로 보면 이 변화는 단순히 앱 하나가 유명해진 이야기가 아닙니다. 숨고는 꽤 오래전부터 ‘내가 모르는 분야의 사람을 믿고 부를 수 있다’는 약속을 팔아왔습니다.
숨고가 건드린 건 시장보다 불안이었다
숨고는 2015년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사, 청소, 인테리어, 과외, 취미 레슨처럼 사람 손이 필요한 일을 전문가와 연결하는 구조였죠. 그런데 이 시장은 처음부터 온라인화하기 쉬운 시장이 아니었습니다. 물건은 사진과 가격으로 비교하면 되지만, 사람은 다릅니다. 내 집에 들어오고, 내 아이를 가르치고, 내 공간을 고치는 사람이라면 가격보다 먼저 불안이 옵니다.
- 고객은 ‘누가 진짜 잘하는 사람인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 고수는 실력이 있어도 새 고객을 꾸준히 만나기 어렵습니다.
- 플랫폼은 양쪽 모두에게 충분한 신뢰를 만들어야 거래가 생깁니다.
숨고라는 이름이 영리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업체’가 아니라 ‘고수’라고 부르는 순간, 낯선 판매자가 아니라 기술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브랜드 언어 하나가 공급자를 조금 더 인간적으로 보이게 만든 셈입니다.
숫자는 브랜드 약속이 검증되는 장면이다
숨고가 공개한 회사 소개 기준으로 2025년 누적 가입자는 1,400만 명을 넘었고, 활동하는 고수는 200만 명 규모로 커졌습니다. 제공 서비스도 1,000종 이상입니다. 2023년에는 누적 견적서 1억 건을 돌파했고, 같은 해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생활 서비스처럼 파편화된 시장에서 이 정도 숫자가 나왔다는 건 ‘사람을 비교해 부른다’는 행동이 꽤 넓게 습관화됐다는 뜻입니다.
적자에서 흑자로 넘어간 순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온 브레이브모바일 감사보고서 수치를 보면 흐름이 더 선명합니다. 2022년 매출은 약 313억 8천만 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약 145억 5천만 원이었습니다. 광고와 고객 확보에 돈을 많이 쓴 시기였죠. 그런데 2023년 매출은 약 458억 6천만 원, 영업이익은 약 53억 6천만 원으로 바뀝니다. 2024년에는 매출 약 624억 2천만 원, 영업이익 약 137억 4천만 원. 2025년에는 매출 약 719억 8천만 원, 영업이익 약 182억 원까지 올라갑니다.
브랜드 관점에서 이 숫자는 꽤 중요합니다. 광고비로 인지도를 산 브랜드는 많습니다. 하지만 인지도가 거래 습관으로 넘어가지 못하면 돈을 쓰는 동안만 성장합니다. 숨고가 흑자 흐름을 만든 건 단순 노출보다 ‘다시 쓸 이유’를 어느 정도 만들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집으로 사람 부를 땐’이라는 말이 강했던 이유
숨고가 2022년 첫 TV 광고를 시작한 뒤 대중 접점은 훨씬 넓어졌습니다. 이후 ‘집으로 사람 부를 땐, 숨고’라는 식의 메시지는 1,000개가 넘는 서비스를 하나의 사용 장면으로 묶었습니다. 이게 브랜드 카피에서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고객은 ‘전문가 매칭 플랫폼이 필요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욕실이 낡았고, 에어컨이 고장 났고, 아이 영어 과외 선생님이 필요할 뿐입니다.
- 카테고리가 아니라 상황을 잡았습니다. 집으로 사람을 불러야 하는 순간입니다.
- 기능이 아니라 감정을 건드렸습니다. 낯선 사람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안심입니다.
- 거래가 아니라 변화를 말했습니다. 수리, 배움, 청소, 설치 뒤에 생활이 조금 나아지는 장면입니다.
크몽 같은 재능 거래 플랫폼이 디지털 작업과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한다면, 숨고는 더 물리적인 생활 문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객단가와 신뢰 비용이 함께 올라갑니다.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공간과 시간을 맡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리브랜딩은 도망이 아니라 확장이었다
2025년 숨고는 창사 10주년을 맞아 ‘종합 라이프스킬 플랫폼’으로 방향을 넓혔습니다. 단순 전문가 연결에서 생활 노하우, 탐색, 비교, 후기, 개인화 추천까지 가져가겠다는 흐름입니다. 솔직히 이런 표현은 자칫하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숨고 입장에서는 꽤 자연스러운 확장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건 견적서 자체가 아니라 ‘내 문제를 내가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경험’이니까요.
운도 있었다, 하지만 준비된 운이었다
숨고의 성장에는 시대의 운도 있었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노후 주택이 늘고, 프리랜서와 N잡이 자연스러운 노동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숨고가 공개한 집수리 서비스 데이터에서도 부분 인테리어 요청 건수는 2021년 약 93만 건에서 2025년 약 175만 건으로 88% 넘게 늘었습니다. 싱크대 교체, 욕실 리모델링, 인테리어 필름 시공 같은 ‘집 전체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수리’가 커진 겁니다.
다만 운은 준비된 브랜드를 만나야 성과가 됩니다. 생활 서비스 공급자는 원래 동네마다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들을 찾고, 비교하고, 믿을 수 있게 만드는 인터페이스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숨고는 그 빈칸을 브랜드와 제품으로 동시에 메웠습니다.
숨고의 다음 숙제는 ‘많은 고수’가 아니다
앞으로 숨고가 계속 강한 브랜드로 남으려면 고수 숫자보다 선택 품질이 중요합니다. 서비스가 커질수록 불만도 같이 커집니다. 견적 비용에 대한 고수들의 부담, 리뷰 신뢰도, 현장 분쟁, 서비스별 품질 편차는 계속 따라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플랫폼이 커졌다는 말은 더 많은 거래를 만든다는 뜻이면서, 더 많은 실망도 관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보는 숨고의 진짜 자산은 화려한 리브랜딩보다 ‘막막할 때 출발점을 만들어준다’는 감각입니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모르는 순간, 어쨌든 비교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브랜드는 결국 그 기억으로 남습니다. 사람들은 알고리즘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거실에 들어온 사람이 괜찮았는지, 내가 낸 돈이 아깝지 않았는지, 다음에도 여기서 찾아볼 마음이 생겼는지를 기억합니다. 숨고가 확장 속도보다 이 기억을 더 귀하게 다룬다면, 이 브랜드는 아직 더 오래 볼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