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알싹킹을 보니 바삭함보다 약속이 먼저 보였다

얼마 전 치킨 신메뉴 소식을 훑다가 bhc 알싹킹이라는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알싸하다’와 ‘바삭하다’를 한 번에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12년간 브랜드 일을 하며 이런 이름을 볼 때마다 먼저 생각하는 건 광고 문구가 아니다. 주문한 사람이 첫 조각을 먹고 그 단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느냐다.
bhc가 10월 22일 내놓은 알싹킹은 고추·양파·대파의 풍미를 더한 후라이드 치킨이다. 얇은 튀김옷을 내세우고, 맵싸소스와 파싹소스 두 가지를 함께 준다. 출시된 지 며칠 되지 않은 메뉴라 흥행을 말하기는 이르다. 다만 제품을 구성한 방식에는 읽을 만한 의도가 있다.
킹이라는 익숙한 이름에 다른 식감을 담았다
bhc에는 맛초킹, 콰삭킹, 스윗칠리킹, 쏘이갈릭킹처럼 ‘킹’이 붙은 메뉴가 여럿 있다. 새 메뉴에 같은 이름의 리듬을 쓰면 소비자는 낯선 제품도 기존 브랜드의 연장선에서 받아들인다. 이름이 먼저 설명 비용을 줄여주는 셈이다.
그런데 알싹킹이 강조한 것은 강한 양념보다 튀김옷의 두께다. bhc는 얇은 튀김옷으로 닭의 담백함과 바삭함을 살렸다고 설명한다. ‘킹’이라는 익숙한 틀 안에서 먹는 경험은 달리 설계한 것이다. 기존 메뉴를 좋아하지만 조금 가볍게 씹히는 후라이드를 찾는 사람에게 선택 이유를 주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여기서 브랜드의 약속은 꽤 구체적이다. 이름의 ‘싹’이 입안에서 느껴질 만큼 바삭해야 하고, 고추와 파의 알싸함도 실제로 구분돼야 한다. 소비자가 둘 중 하나라도 흐릿하다고 느끼면 이름이 만든 기대가 오히려 평가 기준이 된다.
소스 두 가지는 취향을 넓히지만 시험대도 늘린다
알싹킹에는 불향과 달콤한 매운맛을 내세운 맵싸소스, 대파와 청양고추의 알싸함을 크리미하게 풀어낸 파싹소스가 따라온다. 소스를 따로 고르기 전에 두 맛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같은 치킨도 어느 소스에 찍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이 구성이 영리하다. 후라이드 한 마리를 주문한 사람에게 두 번의 맛 경험을 주고, 매운맛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경로를 열어준다. 다만 소스가 제품의 정체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 소스를 찍지 않은 첫 조각에서 알싹킹만의 풍미가 살아 있어야 ‘치킨이 맛있다’는 기억이 남는다. 소스만 기억에 남는다면 다음 주문에서는 다른 후라이드에 비슷한 소스를 곁들이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출시 속도보다 중요한 건 다시 주문할 이유다
bhc는 올해 여러 신메뉴를 선보였다. 9월 출시한 콰삭모짜킹은 bhc 앱과 쿠팡이츠 두 채널에서 3주 만에 20만 개가 판매됐다고 회사가 밝혔다. 신제품을 빠르게 알릴 수 있는 브랜드의 힘을 보여주는 숫자다. 그렇다고 그 성과가 알싹킹으로 그대로 옮겨온다고 볼 수는 없다. 치즈를 앞세운 메뉴와 알싸한 후라이드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맛부터 다르다.
알싹킹 출시 행사도 눈에 띈다. bhc 앱에서 10월 31일까지 주문하고 이벤트에 응모하면, 11월 중 알싹킹 전용 2천 원 중복 쿠폰을 받는 방식이다. 첫 주문을 다음 주문으로 이어보려는 설계다. 다만 쿠폰을 받았다는 사실과 다시 먹고 싶다는 마음은 다르다. 할인 없이도 메뉴 이름이 떠오를 때 비로소 자리가 생긴다.
운도 작용한다. 출시 직후의 관심, 그 주의 경쟁 메뉴, 처음 주문한 매장에서 치킨이 도착할 때의 상태까지 브랜드가 모두 통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더더욱 제품이 약속한 식감과 풍미를 매번 비슷하게 전하는 일이 중요하다.
알싹킹이 지켜야 할 말은 이미 이름에 있다
신메뉴를 평가할 때 판매량부터 찾기 쉽다. 하지만 출시 사흘째인 제품에는 아직 반복 구매를 말할 자료가 없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건 bhc가 어떤 기대를 만들었느냐다. 알싹킹은 얇고 바삭한 후라이드에 고추와 파의 알싸함을 얹고, 두 소스로 먹는 재미를 더하겠다고 약속했다.
저라면 앞으로의 반응에서 ‘신기해서 시켰다’보다 ‘그 알싸하고 바삭한 맛이 생각나서 또 시켰다’는 말을 기다릴 것 같다. 브랜드는 새 이름을 붙이는 순간보다, 그 이름이 두 번째 주문의 이유가 될 때 조금 더 단단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