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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학과를 묻는 후배에게 코카콜라 얘기를 꺼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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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학과를 묻는 후배에게 코카콜라 얘기를 꺼낸 이유

얼마 전 마케팅학과 진학을 고민하는 후배가 물었다. “마케팅은 광고 잘 만드는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요?” 그 말을 듣고 나는 1985년 코카콜라 이야기를 꺼냈다. 이 회사는 더 맛있다는 평가를 받은 새 콜라를 내놓고도 79일 만에 기존 맛을 다시 가져왔다. 광고를 못해서 생긴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그 브랜드에 기대한 것이 무엇인지 읽는 데 실패한 사건이었다.

맛을 바꿨는데 왜 사람들이 화를 냈을까

당시 코카콜라의 선택을 결과만 보고 비웃기는 쉽다. 하지만 결정 당시에는 이유가 있었다. 코카콜라의 공식 역사 기록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경쟁사와의 점유율 격차가 오랫동안 좁혀지고 있었다. 회사는 거의 20만 명이 참여한 맛 평가에서 선호도가 높았던 새 제조법을 선택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꽤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그런데 소비자는 시음회에서 한 모금 마실 때와 평소 익숙한 콜라를 집어 들 때 같은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코카콜라를 고르는 일에는 맛뿐 아니라 오래된 습관과 기억도 붙어 있었다. 새 제품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회사는 1985년 7월 기존 제조법을 코카콜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되돌렸다. ‘맛이 더 좋다’는 조사 결과가 ‘원래 제품을 없애도 된다’는 허락은 아니었던 셈이다.

나는 이 사례를 마케팅학과가 다루는 질문의 축소판처럼 본다. 소비자가 말한 선호와 실제 구매 맥락은 어떻게 다른가. 상품을 개선할 때 브랜드가 쌓아온 약속은 어디까지 건드릴 수 있는가. 실패 이후에는 무엇을 복구해야 하는가. 숫자를 읽는 능력과 사람의 마음을 해석하는 능력이 동시에 필요한 이유다.

마케팅학과에서 배우는 건 광고 한 장보다 넓다

학교마다 학과 이름과 과목 구성은 다르다. 어떤 곳은 경영학과 안에서 마케팅을 깊이 배우고, 어떤 곳은 디지털마케팅학과처럼 별도 전공을 둔다. 고려사이버대학교의 디지털마케팅학과 교육과정만 봐도 마케팅조사론, 소비자행동론, 고객관계관리, 서비스마케팅, 검색광고 관련 수업이 함께 있다. 콘텐츠 제작도 배우지만, 그 앞뒤에 조사와 고객 이해가 놓여 있다.

예를 들어 동네 카페의 재방문이 줄었다고 해보자. 광고 문구부터 바꾸면 답이 나올까. 먼저 시간대별 매출과 재방문 간격을 보고, 손님이 기다리는 시간이나 메뉴 경험에 불만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침 손님은 빠른 제공을 원하고 오후 손님은 오래 머물 자리를 원할 수도 있다. 이 차이를 확인한 뒤에야 메뉴, 가격, 공간, 알림 메시지 중 무엇을 바꿀지 결정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조사 방법과 통계는 감을 검증하는 도구가 된다. 소비자행동은 고객이 왜 다른 선택을 하는지 설명하는 틀을 준다. 광고 수업은 그 선택을 돕는 말을 만드는 데 쓰인다. 과목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이 순서가 머릿속에 잡히는 게 훨씬 중요하다.

성과표가 좋을 때도 브랜드는 약해질 수 있다

실무에 들어오면 클릭률과 구매 전환율을 매일 보게 된다. 당장 할인 폭을 키우거나 자극적인 문구를 쓰면 숫자가 오를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방식으로 유입된 고객이 정가에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번 달 매출은 올랐어도 ‘이 브랜드를 믿고 사도 된다’는 감각은 약해졌을 수 있다.

그래서 마케팅학과를 고를 때도 “광고 실습이 많은가”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조사한 내용을 근거로 제안을 만들고, 그 제안이 실제 고객 경험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확인하는 수업이 있는지 살펴보면 좋다. 팀 프로젝트에서 조회수 하나만 발표하는지, 목표 고객과 비용, 재구매까지 설명하게 하는지도 차이가 크다.

졸업 후 하는 일도 한 가지가 아니다. 브랜드의 방향을 잡는 일, 고객 자료를 분석하는 일, 상품 출시를 준비하는 일, 광고를 운영하는 일이 서로 이어진다. 작은 조직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일을 맡기도 한다. 그래서 특정 플랫폼의 사용법만 익히면 금방 준비가 끝날 거라고 기대하는 건 아쉽다. 플랫폼은 바뀌지만 고객이 왜 떠났는지 묻는 일은 남는다.

내가 후배에게 권한 첫 연습

나는 후배에게 좋아하는 브랜드 하나와 최근 실망한 브랜드 하나를 골라보라고 했다. 그리고 광고가 멋졌는지 대신 세 가지를 적어보자고 했다. 그 브랜드는 무엇을 약속했는가. 제품이나 서비스는 그 약속을 지켰는가. 어긋났다면 어느 순간부터였는가. 거창한 분석 도구가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연습이다.

코카콜라의 79일은 기업이 조사를 충분히 해도 질문을 잘못 던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고객의 항의를 듣고 기존 제품을 되돌린 선택은 회복의 계기도 됐다. 물론 모든 실패가 그렇게 풀리는 건 아니다. 경쟁 상황과 오래 쌓인 애착,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여건이 함께 작용했다.

마케팅학과가 재미있는 사람은 광고를 좋아하는 사람만은 아니다. 숫자가 말하는 것과 사람이 실제로 아끼는 것 사이에 틈이 보일 때, 그 틈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12년 동안 브랜드를 지켜보며 내가 가장 오래 붙잡은 질문도 결국 하나였다. 우리가 한 약속을 고객은 지금도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마케팅학과를 묻는 후배에게 코카콜라 얘기를 꺼낸 이유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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