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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대행사를 바꿔도 매출이 그대로였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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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대행사를 바꿔도 매출이 그대로였던 이유

얼마 전 한 브랜드 담당자가 대행사 제안서 세 권을 책상에 펼쳐놓고 한숨을 쉬었다. 세 회사 모두 조회수와 매출 상승을 약속했다. 그런데 누구의 제안서에도 고객이 그 브랜드를 왜 다시 사야 하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브랜드 일을 12년 하며 비슷한 장면을 여러 번 봤다. 성과가 답답할 때 마케팅대행사를 바꾸는 건 빠른 결정이다. 다만 대행사를 바꾸기 전에, 광고가 전달할 약속부터 분명한지 확인해야 한다.

광고가 잘 안 되는 이유를 광고에서만 찾을 때

가령 한 달에 광고비 3천만 원을 쓰고 구매 300건을 만들었다고 해보자. 구매 한 건을 얻는 데 광고비만 10만 원이 든 셈이다. 다음 대행사가 광고 소재를 바꾸고 구매를 360건으로 늘리면 숫자는 좋아진다. 하지만 두 번째 구매가 거의 없다면, 브랜드는 여전히 신규 고객을 비싼 값에 데려오는 일을 반복한다.

이때 흔히 묻는 말은 ‘어떤 광고가 더 잘 먹히나요?’다. 내가 먼저 묻고 싶은 건 조금 다르다. 고객이 첫 구매에서 기대한 것과 실제로 받은 것이 같았나. 배송, 사용감, 응대, 가격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광고는 기대를 만들고 제품 경험은 그 기대를 검증한다. 둘 사이가 벌어질수록 클릭을 늘리는 일은 오히려 실망할 사람을 더 빨리 모으는 일이 된다.

마케팅대행사 제안서에서 먼저 볼 문장

대행사를 고를 때 화려한 성공 사례에 눈이 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에서 통했던 영상 형식이나 문구가 우리 고객에게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좋은 제안서는 채널 이름을 늘어놓기 전에 고객의 선택 상황을 설명한다. 고객이 무엇과 비교하고, 구매 직전에 무엇을 망설이며, 써본 뒤에는 무엇을 주변 사람에게 말할지를 짚는다.

예를 들어 두 대행사가 모두 20대 고객을 겨냥한다고 해보자. 한쪽은 인기 플랫폼에서 노출을 늘리겠다고 말한다. 다른 쪽은 첫 구매자가 가격보다 용량을 걱정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작은 제품으로 사용 경험을 만든 뒤 재구매를 확인하자고 한다. 후자는 당장 더 멋져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어떤 약속을 시험하고 어떤 숫자로 판단할지가 보인다.

그래서 제안서를 읽을 때는 예상 조회수 옆에 세 가지를 적어본다. 고객에게 전달할 약속, 그 약속을 제품이 지킬 수 있다는 근거, 약속이 어긋났을 때 드러날 신호다. 이 질문에 브랜드 내부가 답하지 못한다면 대행사도 광고 문구를 추측해서 만들 수밖에 없다.

뉴코크가 보여준 것은 고객의 기억이었다

1985년 코카콜라는 기존 콜라의 맛을 바꾼 뉴코크를 내놓았다. 새 맛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지만 소비자 반발은 거셌고, 회사는 기존 맛을 다시 출시했다. 맛의 우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고객에게 코카콜라는 음료인 동시에 오래 알고 지낸 브랜드였다. 회사가 제품을 개선한다고 판단한 변화가 고객에게는 익숙한 약속을 거두는 일처럼 느껴진 것이다.

이 사례를 대행사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마케팅대행사에 일을 맡기는 브랜드가 기억해야 할 대목이 있다. 고객이 실제로 사는 것은 제품의 기능만이 아니다. 늘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내가 이 브랜드를 고르는 이유도 함께 산다. 광고 문구 하나를 바꿀 때도 그 믿음과 얼마나 가까운지 봐야 한다.

계약 전에 합의할 것은 성과표의 첫 줄이다

대행사와 일할 때 가장 아까운 시간은 캠페인이 끝난 뒤 서로 다른 숫자를 들고 성공 여부를 다투는 시간이다. 브랜드는 매출을 생각했는데 대행사는 노출을 목표로 삼았다면, 양쪽 모두 자기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시작할 때 구매 전환율뿐 아니라 재구매율, 반품 이유, 신규 고객의 문의 내용처럼 약속이 지켜졌는지 보여주는 지표를 함께 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모든 숫자가 좋아질 필요는 없다. 4주 동안 첫 구매를 늘리는 실험이라면, 그 기간에 무엇을 배우려는지도 명확해야 한다. 광고 문구를 바꿨더니 클릭은 늘었는데 반품도 늘었다면 그 문구는 관심을 끌었을지언정 제품 경험을 정확히 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클릭은 적어도 구매한 사람이 꾸준히 돌아온다면, 그 고객의 선택 이유를 더 자세히 들을 만하다.

좋은 마케팅대행사는 브랜드의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하는 회사가 아니다. 고객에게 건넬 약속을 함께 선명하게 만들고, 그 약속이 실제 경험에서 지켜지는지 숫자와 고객의 말로 확인해 주는 동료에 가깝다. 대행사를 바꾸고 싶어질 때마다 나는 제안서보다 먼저 고객의 두 번째 구매를 떠올린다. 첫 광고를 잘 만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드는 일은 결국 브랜드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마케팅대행사를 바꿔도 매출이 그대로였던 이유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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