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요 호빵맨이 아이스크림이 되자 생긴 일

요즘 아이스크림 매대에서 ‘도우와줘요 호빵맨’이라는 이름을 보면 한 번 더 읽게 된다. 익숙한 ‘도와줘요 호빵맨’에 쿠키도우의 ‘도우’를 끼워 넣었다. 말장난으로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브랜드 기획자 눈에는 이름보다 그다음이 더 궁금하다. 호빵맨을 좋아하던 사람이 한 입 먹었을 때도 그 캐릭터를 떠올릴 수 있을까.
호빵맨이 오래 지킨 약속
호빵맨은 1973년 야나세 다카시의 그림책에서 출발했고, 1988년부터 TV 애니메이션으로 더 많은 아이를 만났다. 일본 출판사 프뢰벨관은 어린이들이 낡도록 반복해서 읽은 그림책 이야기를 전한다. 처음부터 거대한 상품 기획이 있었기보다, 아이들이 먼저 좋아한 이야기가 오래 이어진 셈이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배고프거나 곤란한 사람을 돕는 영웅이 있다. 호빵맨은 자기 얼굴을 나눠주기도 한다. 보통 영웅이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영웅은 자기 것을 내어주면서 약해진다. ‘도와줘요’라는 말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부르면 달려올 것이라는 약속을 여러 세대에 걸쳐 보여줬으니까.
그래서 호빵맨 협업은 얼굴 그림을 붙이는 일보다 까다롭다. 귀여운 표정만 빌리면 당장은 눈길을 끌 수 있다. 하지만 먹는 제품에서 호빵맨을 만난다면, 손님은 이름과 맛 사이에도 납득할 만한 연결을 기대한다.
‘도우’라는 한 글자를 맛으로 이어 붙였다
배스킨라빈스가 2026년 11월 이달의 맛으로 내놓은 ‘도우와줘요 호빵맨’은 크림치즈와 모카번 맛 아이스크림에 메이플슈가 리본, 쿠키도우볼을 더한 제품이다. 배스킨라빈스의 10월 30일 발표를 보면, 제품명에 들어간 ‘도우’는 실제 원료인 쿠키도우볼을 가리킨다. 이름의 농담이 스푼 안에서 확인되는 구조다.
모카번도 눈여겨볼 선택이다. 호빵맨은 빵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아이스크림에 빵의 풍미를 가져오면 캐릭터와 제품이 멀어 보이지 않는다. 크림치즈의 부드러움, 메이플의 단맛, 씹히는 쿠키도우볼까지 더해 ‘빵 같은 달콤함’을 아이스크림으로 옮기려 한 것으로 읽힌다. 이건 기획 의도를 단정한 말이 아니라, 공개된 재료를 놓고 본 해석이다.
다만 이름을 잘 지었다고 맛까지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제품 안내에 적힌 한 번 제공량은 115g, 열량은 253kcal, 당류는 25g이다. 달고 부드러운 조합을 기대한 사람과 담백한 맛을 찾는 사람의 평가는 갈릴 수 있다. 협업의 성패를 출시 소식만으로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 스쿱에서 끝나지 않게 만든 이유
이번 협업은 아이스크림 한 종류에 머물지 않는다. 배스킨라빈스는 호빵맨과 친구들을 담은 케이크, 세균맨 케이크, 캐릭터 리유저블 컵 음료도 함께 선보였다. 같은 캐릭터라도 한 스쿱을 고를 때, 생일 케이크를 살 때, 음료를 마실 때 맡는 역할이 다르다.
여기에는 익숙한 캐릭터의 장점이 있다. 아이는 얼굴을 알아보고, 어른은 어릴 때 보던 장면을 떠올린다. 케이크에 호빵맨 얼굴을 구현한 포크를 넣은 것도 먹는 순간에 작은 놀이를 만든다. 제품을 고르는 이유와 먹은 뒤 기억할 장면을 함께 마련한 셈이다.
그렇다고 캐릭터의 인지도가 곧 매출을 보장하진 않는다. 판매량이나 재구매율이 공개되지 않은 지금, 이번 협업을 흥행 사례로 부르기는 이르다. 특히 한정 제품은 첫 구매를 만들기 쉽지만, 다음에 또 찾게 할지는 맛과 경험에 달려 있다. 캐릭터가 강할수록 ‘호빵맨이라 샀는데 맛은 평범했다’는 평가도 빨리 퍼질 수 있다.
귀여움 다음에 남는 것
브랜드 협업을 기획하다 보면 유명한 캐릭터의 얼굴부터 크게 쓰고 싶어진다. 이번에는 ‘도와줘요’라는 익숙한 말을 제품의 재료와 연결한 점이 먼저 보였다. 오랫동안 쌓인 호빵맨의 약속이 신제품을 알아보게 만들고, 쿠키도우볼과 모카번이 그 이름을 맛으로 설명한다.
이 선택이 얼마나 사랑받을지는 손님이 먹어본 뒤에야 드러난다. 그래도 좋은 출발점은 분명하다. 캐릭터를 보고 집어 든 사람이 스푼을 내려놓을 때, 이름이 왜 그렇게 지어졌는지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 협업은 포장지 밖으로 한 걸음 나온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