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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학과를 졸업한 후 현장에서 12년 굴러봤더니 보인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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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학과를 졸업한 후 현장에서 12년 굴러봤더니 보인 진짜 이야기

얼마 전 신입 기획자 면접을 보는데, 지원자가 “마케팅학과에서 배운 게 실무에 얼마나 쓰이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솔직히 반가웠습니다. 보통은 포트폴리오나 툴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데, 이 질문은 꽤 본질에 가까웠거든요. 12년 동안 브랜드 론칭, 리브랜딩, 캠페인 실패, 갑작스러운 바이럴까지 겪어보니 마케팅은 ‘예쁘게 파는 기술’보다 ‘사람이 왜 움직이는지 끝까지 의심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마케팅학과에서 배우는 건 광고 만드는 법만이 아니다

마케팅학과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이 광고 카피, SNS 콘텐츠, 브랜드 로고 같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립니다. 물론 그런 수업도 있습니다. 소비자행동론, 브랜드관리, 시장조사론, 유통전략, 디지털마케팅, 마케팅리서치 같은 과목들이 보통 커리큘럼에 들어가죠. 그런데 현장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 지식은 화려한 캠페인 제작법이 아니라 ‘시장을 나누고, 타깃을 정하고, 포지션을 잡는 사고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커피 브랜드라도 대학가 2,500원 아메리카노 매장과 성수동 7,000원 필터커피 매장은 전혀 다른 약속을 팝니다. 전자는 빠름과 가격, 후자는 취향과 공간을 파는 쪽에 가깝습니다. 마케팅학과에서 배우는 STP나 4P가 교과서에서는 건조하게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이 차이를 설명하고 의사결정을 밀어붙이는 언어가 됩니다.

현장에서는 ‘감’보다 숫자가 먼저 말을 건다

브랜드 기획 일을 하다 보면 “이 콘셉트 느낌 좋은데요?”라는 말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근데 느낌만으로 예산을 태우면 위험합니다. 실제로 한 식음료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에서 내부 반응은 새 패키지가 압도적으로 좋았습니다. 더 세련됐고, 경쟁사보다 고급스러워 보였죠. 그런데 소규모 매장 테스트를 돌려보니 기존 고객의 재구매 의향이 약 18%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기존 고객은 그 브랜드를 ‘편하고 만만한 간식’으로 기억했는데, 새 디자인은 갑자기 비싸 보였던 겁니다.

마케팅학과에서 통계나 조사 방법론을 배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숫자는 창의성을 죽이는 장치가 아닙니다. 오히려 회의실 안의 취향 싸움을 줄여주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클릭률, 전환율, 재구매율, 브랜드 인지도, NPS 같은 지표는 완벽하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지금 어디서 착각하고 있는지는 보여줍니다.

  • 광고 클릭률이 높아도 구매 전환이 낮으면 약속과 상품 경험이 어긋난 것일 수 있습니다.
  • 인지도는 높은데 선호도가 낮으면 유명하지만 선택받지 못하는 브랜드일 가능성이 큽니다.
  • 재구매율이 낮다면 첫 구매를 만든 메시지보다 사용 경험을 먼저 봐야 합니다.

성공한 브랜드는 대개 약속을 좁게 잡았다

많은 브랜드가 처음부터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사실 이 마음은 이해됩니다. 예산은 적고 성과 압박은 크니까요. 그런데 제가 본 성공 사례들은 대부분 시작점이 꽤 좁았습니다. 무신사는 처음부터 모든 패션 소비자를 노리지 않았고, 배달의민족도 초기에 ‘배달 주문을 더 쉽게’라는 단순한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토스 역시 금융 전체를 멋있게 바꾸겠다는 말보다 ‘송금의 불편함’을 먼저 없앴습니다.

마케팅학과에서 포지셔닝을 배우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브랜드는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할수록 흐려집니다. 소비자는 기업 소개서를 읽지 않습니다. 머릿속에 남는 건 보통 하나입니다. 싸다, 빠르다, 예쁘다, 믿을 만하다, 나답다. 이 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광고비를 많이 써도 금방 잊힙니다.

실패는 대체로 실행력이 아니라 약속의 혼선에서 온다

실패한 브랜드를 보면 팀이 게으른 경우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오히려 다들 열심히 합니다. 문제는 서로 다른 약속을 동시에 밀어붙일 때 생깁니다. 프리미엄을 말하면서 할인 쿠폰을 계속 뿌리고, 친환경을 말하면서 과대 포장을 하고, 20대를 타깃으로 한다면서 의사결정은 40대 임원 취향으로 흘러갑니다. 소비자는 이런 균열을 빠르게 감지합니다.

브랜드가 무너지는 순간은 대형 사고 한 번으로만 오지 않습니다. 작은 불일치가 쌓입니다. 광고에서 한 말과 제품에서 느낀 경험이 다르고, 고객센터의 응대가 브랜드 톤과 다르고, 가격 정책이 메시지와 다를 때 신뢰가 조금씩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마케팅은 캠페인 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제품, 영업, CS, 유통까지 연결되는 일입니다.

마케팅학과를 고민한다면 봐야 할 현실

마케팅학과에 가면 바로 멋진 브랜드 캠페인을 기획하게 될 거라는 기대는 조금 내려놓는 게 좋습니다. 초반 실무는 자료 조사, 경쟁사 분석, 엑셀 정리, 광고 성과 리포트, 회의록 작성이 많습니다. 화려한 아이디어보다 기본기가 먼저 평가됩니다. 특히 요즘은 퍼포먼스 마케팅, CRM, 데이터 분석, 콘텐츠 기획이 얽혀 있어서 숫자를 싫어하면 꽤 힘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문과 감성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을 관찰하고 언어로 설득하는 힘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좋은 기획자는 데이터를 읽고,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상상합니다. 10대가 왜 특정 화장품을 틱톡에서 저장하는지, 30대 직장인이 왜 같은 가격의 샐러드보다 편의점 도시락을 고르는지, 부모 세대가 왜 낯선 금융 앱을 불안해하는지 집요하게 봅니다.

  • 마케팅학과는 브랜드, 소비자, 시장을 구조적으로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 숫자와 글, 관찰과 설득을 함께 다뤄야 해서 생각보다 종합적인 전공입니다.
  • 졸업 후에는 브랜드매니저, 콘텐츠마케터, 퍼포먼스마케터, MD, 리서처, 광고기획자 등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은 늦게 효력을 발휘한다

재밌는 건 신입 때는 이론이 별로 안 멋있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SWOT, 4P, 브랜드 자산 같은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낡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5년 차쯤 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프로젝트가 꼬였을 때 다시 돌아갈 기준이 필요하거든요. 우리가 누구에게 팔고 있는지, 왜 이 가격이어야 하는지, 어떤 채널이 브랜드 약속과 맞는지 따져볼 때 결국 기본 이론이 꽤 단단한 발판이 됩니다.

브랜드 마케팅을 오래 하면서 느낀 건, 좋은 마케터는 유행어를 빨리 외우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가 한 약속을 끝까지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마케팅학과는 그 약속을 설계하는 언어를 배우는 곳에 가깝습니다. 물론 전공 하나가 커리어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람의 선택, 시장의 흐름, 브랜드의 말과 행동 사이를 계속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꽤 오래 써먹을 수 있는 훈련이 됩니다. 저라면 마케팅학과를 고를 때 ‘광고가 멋져 보여서’보다 ‘사람이 왜 사는지 알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있는지 먼저 물어볼 것 같습니다.

마케팅학과를 졸업한 후 현장에서 12년 굴러봤더니 보인 진짜 이야기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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