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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오가 BTS를 쿠키에 넣어봤더니, 팬덤은 제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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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오가 BTS를 쿠키에 넣어봤더니, 팬덤은 제품이 됐다

얼마 전 편의점 신제품 코너를 보다가 보라색 오레오 패키지 앞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사실 오레오는 워낙 오래된 브랜드라 신제품이 나와도 크게 놀랄 일이 많지 않은데, 이번 오레오 BTS 협업은 조금 달랐습니다. 단순히 아이돌 얼굴을 포장지에 붙인 제품이 아니라, 팬덤이 브랜드 경험 안으로 들어온 사례에 가까웠거든요.

오레오는 왜 BTS를 골랐을까

오레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한 쿠키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강한 브랜드일수록 젊어 보이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익숙함은 자산이지만, 동시에 지루함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레오는 오래전부터 한정판 맛, 컬래버 패키지, 놀이형 캠페인으로 브랜드를 계속 흔들어왔습니다.

BTS는 여기서 꽤 정확한 파트너입니다. 2026년 기준 이 협업은 80개 이상 시장에서 전개된 글로벌 스낵 파트너십으로 소개됐고, BTS 데뷔 13주년이라는 맥락도 붙었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단순 화제성이 아니라 전 세계 팬들이 동시에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을 산 셈입니다.

브랜드 마케팅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협업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게 있습니다. ‘누가 더 유명한가’가 아닙니다. 두 브랜드가 서로의 약속을 망가뜨리지 않는가입니다. 오레오는 늘 함께 나누고 비틀어 먹는 재미를 팔아왔고, BTS는 음악을 넘어 팬과의 관계를 오래 축적해왔습니다. 둘 다 혼자 소비하는 물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유될 때 힘이 커지는 브랜드입니다.

이번 제품이 단순 굿즈가 아닌 이유

많은 팬덤 협업은 굿즈처럼 끝납니다. 얼굴 넣고, 색 바꾸고, 한정판이라고 말하면 초기 판매는 나옵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제품보다 구매 인증이 주인공이 됩니다. 오레오 BTS는 그 선을 꽤 영리하게 피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맛입니다. 오레오는 BTS의 한국적 기억을 호떡에서 가져왔습니다. 브라운슈거 팬케이크 크림, 보라색 웨이퍼, 13개의 쿠키 엠보싱. 각각이 팬덤 문법을 건드립니다. 보라색은 아미를 떠올리게 하고, 13이라는 숫자는 BTS의 시간성을 상징합니다. 호떡은 글로벌 소비자에게는 낯설지만 설명 가능한 맛입니다. 낯섦과 대중성의 균형이 꽤 좋습니다.

  • 보라색 웨이퍼: 팬덤의 색을 제품 자체에 반영
  • 호떡 기반 맛: 한국적 맥락을 달콤한 대중 간식으로 번역
  • 13개 엠보싱: 데뷔 13주년을 수집 경험으로 전환
  • 러브레터 참여 캠페인: 구매 이후 팬 행동까지 설계

여기서 중요한 건 ‘BTS가 광고 모델이다’가 아니라 ‘BTS가 제품의 이유가 됐다’는 점입니다. 팬들은 패키지만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세계관이 쿠키 한 장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확인합니다. 이 차이가 큽니다.

맥도날드 BTS 세트와 다른 지점

많은 사람이 2021년 맥도날드 BTS 세트를 떠올릴 겁니다. 그때는 전 세계 매장에서 같은 메뉴 경험을 공유한다는 힘이 컸습니다. 포장지, 소스, 인증샷, 팬들의 자발적 확산이 맞물렸고, 브랜드는 매장 방문이라는 물리적 행동을 만들었습니다.

오레오는 조금 다릅니다. 쿠키는 매장 방문보다 보관과 수집, 나눔에 강합니다. 맥도날드가 ‘지금 먹으러 가는 이벤트’였다면, 오레오는 ‘사서 열어보고 모으고 공유하는 경험’에 가깝습니다. 특히 엠보싱이 여러 종류라는 점은 팬덤의 반복 구매 욕구와 잘 맞습니다. 랜덤성과 수집성은 K팝 팬덤이 이미 익숙하게 소비하는 방식이니까요.

다만 이 방식에는 리스크도 있습니다. 팬덤이 강할수록 브랜드가 얕게 보이면 바로 들킵니다. 색만 보라색으로 바꾸고 끝났다면 반응은 훨씬 차가웠을 겁니다. 이번에는 맛, 색, 숫자, 편지라는 장치를 여러 겹으로 넣었기 때문에 최소한 ‘팬덤을 공부했다’는 인상은 줍니다.

운도 좋았지만 설계도 있었다

브랜드 성공 사례를 볼 때 운을 빼면 안 됩니다. BTS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거대한 미디어입니다. 글로벌 팬덤이 움직이면 광고비로 사기 어려운 대화량이 생깁니다. 솔직히 말해, 같은 기획을 덜 강한 아티스트와 했다면 이 정도의 확산은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운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제품화의 디테일이 있습니다. 오레오는 자기 브랜드의 기본 문법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쿠키이고, 여전히 쪼개고 나누고 찍어 먹는 상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 위에 BTS의 상징을 얹었습니다. 이 순서가 맞았습니다. 협업에서 자주 생기는 실패는 파트너가 너무 강해서 원래 브랜드가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소비자는 팬심으로 한 번 살 수 있지만, 두 번째 구매는 제품이 버텨야 나옵니다.

브랜드가 배울 점

오레오 BTS 사례는 팬덤 마케팅을 하고 싶은 브랜드에게 꽤 현실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 제품 안에 팬덤이 만질 수 있는 요소가 있는가. 그 요소가 억지 장식이 아니라 제품 사용 경험과 연결되는가. 그리고 팬들이 자발적으로 이야기할 작은 단서가 충분한가.

저는 이번 협업을 보면서 오레오가 약속을 잘 지켰다고 봅니다. 오레오의 약속은 대단한 철학보다 단순한 즐거움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그 즐거움을 BTS 팬덤의 언어로 번역하니, 오래된 쿠키가 잠깐 젊어진 게 아니라 새로운 대화의 소재가 됐습니다. 브랜드가 젊어지는 순간은 나이를 숨길 때가 아니라,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새로운 문화와 제대로 노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오레오가 BTS를 쿠키에 넣어봤더니, 팬덤은 제품이 됐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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